강아지 내장파열 시키고 도망…떼로 출몰해 부산을 뒤집어 놓은 '위험 동물'
2025-10-0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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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은 두고 볼 수 없다”
부산 금정산 일대가 멧돼지떼의 잦은 출몰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가을 번식기를 맞아 먹이를 찾아 민가와 상가, 등산로까지 내려오면서 시민 안전은 물론 농가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멧돼지의 출몰은 이제 산속에만 국한되지 않고 지하철역 주변이나 동네 뒷산까지 번지며 도심 생활권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29일 JTBC에 따르면 최근 금정산 자락에서는 무리를 이룬 멧돼지들이 숲길을 질주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일부는 야산을 넘어 민가로 진입해 농작물을 파헤치고 시설을 부수는 등 피해를 남겼다. 한 주민은 “멧돼지가 파헤친 자국이 허리 높이까지 깊다”며 굴착기 작업보다 심각한 상황을 토로했다.
피해는 농작물에만 그치지 않았다. 부산 금정구 한 농가에서는 마당에서 놀던 반려견이 멧돼지의 습격을 받아 내장이 파열돼 죽는 사건이 발생했다. 농장주는 수차례 신고를 했지만 멧돼지가 민가 근처까지 내려와 반려동물까지 공격할 줄은 몰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한 밤마다 민가와 식당가까지 내려오는 멧돼지는 시설을 부수거나 사람들을 위협해 주민들은 불안 속에 생활하고 있다. 한 식당 주인은 밤마다 들이닥치는 멧돼지 때문에 오싹하고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라고 말했다.

부산시는 유해조수포획단을 운영해 멧돼지 개체 수를 줄이고 있지만 성과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실제로 부산에서 포획된 멧돼지는 2023년 803마리에서 2024년에는 273마리로 급감했다.
포획 성과가 줄어든 배경에는 사냥개 사용 금지가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우려로 수년째 사냥개 투입이 금지되면서 효과적인 추적이 어려워졌다는 것이 현장의 설명이다. 부산 유해조수포획단장은 개를 데리고 산에 올라갈 수 없어 포획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토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환경부는 이러한 주장에 선을 그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사냥개 사용을 제한했다고 해서 멧돼지 포획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며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부정했다. 다만 멧돼지 민원 접수가 폭주하는 상황을 인정하며 포획 트랩과 열화상 드론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멧돼지의 도심 출몰이 계절적 요인과 맞물려 증가했다고 분석한다. 가을은 번식기이자 먹이가 부족한 시기로, 멧돼지들이 먹이를 찾아 민가와 농경지로 내려오는 빈도가 급격히 늘어난다.
특히 멧돼지는 집단 활동을 하며 힘이 세고 공격성이 강하다. 작은 자극에도 돌진할 수 있어 시민 안전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실제로 부산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멧돼지가 등산객을 위협하거나 차량에 충돌하는 사고가 보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등산로와 묘지, 습지 등이 멧돼지의 활동 무대가 돼 버렸고 사람과 멧돼지의 경계가 사실상 사라진 상태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환경부는 멧돼지 출몰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장비 도입을 예고했다. 야간에도 탐지가 가능한 열화상 드론을 활용해 멧돼지 무리를 추적하고, 보다 안전하게 포획할 수 있는 트랩을 확대 설치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당장의 피해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속도감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농작물 피해 보상, 민가 안전망 구축, 긴급 출몰 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을 번식기를 맞아 더욱 극성을 부리는 멧돼지떼는 농업 피해를 넘어 시민 안전까지 위협하는 존재가 됐다. 단순한 농작물 훼손 문제에서 벗어나 반려동물의 희생과 주민들의 공포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협력해 실질적이고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부산 금정산 일대가 사실상 멧돼지들의 놀이터로 변해가는 상황에서, 지금이야말로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관리 방안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