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원, 트럼프 겨냥해 “전국민 저항 따를 것... 강력 경고한다”
2025-09-3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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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투자금 3500억달러 선불' 트럼프 요구 비판
야당도 아닌 여당이 감정적으로 대응한단 지적도
조국 “패전국에도 부과되지 않았던 수준의 조건”

더불어민주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미 투자금 3500억 달러 선불' 요구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조국혁신당도 비슷한 입장을 밝히며 범여권 차원의 대응이 이뤄지고 있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29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트럼프 정부가 3500억 달러를 넘어서는 금액을 요구하며 현금 선투자를 압박하고 있다고 알려졌다"며 "이재명 정부는 안보·경제 동맹국으로서 신뢰·협력의 원칙을 지키면서 국익을 최우선으로 신중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현금 선투자가 과도하게 진행된다면 외환 보유고에 부담되고 제2 외환위기를 맞을 위험도 있다"며 "주식과 부동산이 헐값에 매각되고 국민은 또다시 큰 경제적 부담을 지게 될 수 있다. 절대 있어선 안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관세협상은) 국익과 경제를 위한 합리적이고 안전한 방식으로 가야 한다"며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의 판단을 믿고 지지한다"고 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미국의 현금 선불 요구로 관세협상이 교착에 처해 있다"며 "외환 현금을 일시에 지급하라는 요구는 동맹에 상호호혜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하는 협상 태도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원전·조선 기술 강점을 거론하며 "현금 직접 지급 대신 최대한 윈윈할 수 있는 다른 대안, 다른 거래 형식을 조속히 모색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황명선 최고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선불 청구를 "한국판 플라자 합의 (요구)이자, 전범국에나 물리던 묻지마 배상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결코 동맹 간 정상적인 협정이라 볼 수가 없다"며 "대한민국 국회는 이런 불평등 조약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국민주권을 짓밟는 협박에 전국민 저항이 따를 것임을 강력하게 경고한다"고 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조 위원장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러트닉 상무장관이 한국의 3500억 달러를 선불 현금으로 투자하라고 압박했을 뿐만 아니라 일본이 약속한 5500억 달러 수준으로 끌어올리라고 강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일본과 맺은 불평등 합의 조건을 한국도 그대로 따르라는 요구까지 있었다"며 "이는 결코 정상적인 협정이라 볼 수가 없다. 이번 요구는 사실상 한국판 플라자 합의"라고 비판했다. 일본은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장기불황과 산업 기반 붕괴로 잃어버린 30년을 겪었다.
조 위원장은 "더 심각한 것은 이 조건이 패전국에도 부과되지 않았던 수준이라는 점"이라며 "독일은 1919년 베르사유 조약으로 당시 GDP의 1.5배에서 3배에 달하는 배상금을 부과받았지만 수십년에 걸쳐 분할 상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반면 한국은 동맹국임에도 단기간 외유액의 80% 이상을 현금으로 내놓으라고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3500달러를 단기간에 미국에 보낼 경우 국내 외환 시장에서 원 달러 환율 급등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며 "한국의 외환 보유고도 바닥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 위원장은 "관세 폭탄과 3500억 달러 선불 압박은 투자 협정에 외피를 두른 불평등 조약"이라며 "수탈과 예속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이 한미 관세협상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데 대한 비판도 나왔다. 한준호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정부가 관세협상 정보 공개를 거부했다며 소송을 제기한다는데, 이게 얼마나 정치적 행위인가"라며 "관세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우 민감한 정보를 공개해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정쟁으로 악용하려는 게 아닌가"라고 비난했다.
앞서 친이재명계 인사 모임인 더민주혁신회의는 지난 주말 논평에서 "무도한 관세 협상으로 국민 주권을 훼손하는 미국 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도 정도가 있다"고 했다.
다만 야당도 아닌 여당의 인사들의 입에서 강경 발언이 잇따르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국내 여론의 반발을 보여주려는 전략일 수 있지만, 지나치게 감정적인 표현들이 계속될 경우 한·미 간 신뢰에 금이 가고 협상 테이블에서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재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