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귀연 판사가 삼성폰을 샤오미폰으로 교체한 시점이 하필이면...
2025-10-01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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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기억나지 않아 사실관계 우선 파악해 보겠다”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 취소 청구 및 유흥업소 접대 의혹 제기 시점에 휴대전화를 교체한 것으로 드러났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2월 4일 내란 혐의로 구속된 윤 전 대통령이 법원에 구속 취소를 청구했다. 이 소식이 처음 보도되고 약 50분 뒤인 오후 3시 23분, 해당 사건의 재판장인 지 부장판사는 6년 동안 사용한 삼성전자 갤럭시 S10을 최신 모델인 S25 울트라로 교체했다. 6분 뒤 다시 기존 기기로 돌아온 지 부장판사는 다음날인 2월 5일 오전 5시쯤 다시 S25 울트라로 교체했다. 유심칩을 몇 차례 옮겨 꽂은 것으로 보인다.
한 달 뒤인 3월 7일 지 부장판사는 전례 없는 구속기간 계산법으로 윤 전 대통령 구속 취소를 결정했다.
3개월 만에 지 부장판사는 또다시 휴대전화를 교체했다. 유흥업소 접대 의혹으로 논란에 선 직후였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월 14일 "1인당 100만~2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나오는 룸살롱에서 여러 차례 술을 마셨고, 단 한 번도 그 판사가 돈을 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 부장판사가 서울 강남의 한 주점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동석자 2명과 나란히 앉아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의혹 제기 이틀 뒤인 5월 16일 오후 4시 2분 지 부장판사는 S25 울트라를 중국산 휴대전화인 샤오미의 레드미노트14로 교체했다. 5분 뒤 다시 기존 기기로 바꿨다가 이틀 뒤인 5월 18일 오전 5시 19분 샤오미 휴대전화로 최종 교체했다.
정의찬 원내대표실 정무실장은 전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가 지난 5월 지귀연 판사 룸살롱 접대 의혹을 민주당에 처음 제보한 당사자"라고 밝혔다. 그는 원 제보자로부터 접대 의혹 관련 제보를 받고, 그 내용을 다시 민주당에 제보하는 방식으로 의혹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정 실장은 "제보자는 1년에 한 번이 아니라 지난 수년간 본인이 직접 20여 차례 룸살롱 접대를 했다고 말했다"며 "제보자는 지귀연이 비용을 지불한 것이 아니라 제보자가 비용을 지불했고, 이는 수백만원대 비용이 드는 회원제 룸살롱 접대였다고 분명히 말했다"고 전했다.
대법원 윤리감사실은 전날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관계만으로는 직무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지 부장판사가 1년에 한 번 정도 만나는 법조인 후배들과 가벼운 식사와 술 등 술자리를 함께한 적이 있지만, 이들의 직무 관련성이나 접대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취지다. 외부 인사가 포함된 법원 감사위원회는 향후 공수처 수사 결과를 기다려 처리해야 한다는 심의 결과를 내놨다.
민주당은 대법원 감사 결과를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정 실장은 "대법원 발표는 제가 제보자로부터 받은 제보 내용과 명백히 배치된다"며 "제보자로부터 직접 들은 진실이 이러함에도 대법원은 진실을 외면하고 사건을 축소·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전날 서면 브리핑에서 "지 부장판사가 내란 동조 혐의와 비리 의혹을 덮기 위해 수시로 휴대전화를 교체한 것 아니냐는 정황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그런데도 대법원 감사위원회는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관계만으로는 직무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심의 결과를 발표했다"며 "사법부가 제 식구 감싸기를 위해 대법원의 권세를 빌어 국민을 우롱하는 한심한 행태를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접대 의혹을 조사한 대법원 윤리감사관실과 사안을 심의한 감사위원회는 결국 공수처 수사에 최종 결론을 맡겼다.
황정아 민주당 의원은 "사법부가 제 식구 감싸기를 하는 동안 핵심 의혹들의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사라지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지귀연의 증거 인멸과 대법원의 지록위마(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함) 실체를 밝히기 위해서라도 더욱 신속하고 강력한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 실장은 "룸살롱 의혹의 당사자이자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구속 취소 결정을 내린 지귀연은 더는 재판관 자격이 없다"며 "즉시 법복을 벗고 공수처 수사에 성실히 임하라"고 촉구했다.
수상한 휴대전화 교체 시점에 대해 지 부장판사는 MBC에 "잘 기억나지 않아 사실관계를 우선 파악해 보겠다"고만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