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만 해도 엄청 많았는데 싹 사라졌다... 믿기지 않는 제주도 상황

2025-10-07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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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연안 생태계가 직면한 기후변화 위기

'무호흡수중탐사'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의 일부.
'무호흡수중탐사'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의 일부.

카메라가 포착한 제주 바닷속 풍경은 충격적이었다. 5년 전만 해도 무성하게 자라던 감태숲이 거의 자취를 감춘 것이다. 프리다이빙으로 대한민국 물속을 탐사하며 바닷속 생태를 촬영하는 '무호흡수중탐사' 유튜브 채널이 최근 공개한 영상 '5년 전 무성했던 감태숲 거의 다 사라져'는 제주 연안 생태계가 직면한 위기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5년 전 무성했던 감태숲 거의 다 사라져'란 제목으로 '무호흡수중탐사'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

감태는 연안 생태계의 핵심을 이루는 갈조류 중 하나다. 다양한 해양생물의 서식처이자 산란장 역할을 한다. 감태를 포함한 해조류는 전복, 군소, 소라 같은 초식동물의 먹이 자원이 되며, 어류가 알을 낳고 치어가 자라는 환경을 제공한다. 인간에게도 식품과 기능성 화장품, 의약품 원료로 활용되는 소중한 수산자원이다.

제주 바다에서 감태숲이 사라진 것은 단순한 생태적 변화가 아니다. 이는 '갯녹음' 현상의 전형적인 사례다. 갯녹음은 과도한 개발과 오염, 조식동물 증가, 기후변화 등으로 연안 암반에 사는 미역, 감태, 모자반 등 직립형 대형 해조류가 사라지고 무절석회조류가 암반을 뒤덮어 분홍색이나 흰색으로 보이는 현상이다. 바다가 사막처럼 황폐해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국내 연안에는 913종의 해조류가 서식한다. 녹조류 124종, 갈조류 196종, 홍조류 593종으로 비슷한 해안선 길이를 가진 페루의 260종에 비해 종다양성이 매우 높다. 아열대, 온대, 한류성 해조류가 함께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로 인한 수온상승으로 제주 연안의 온대성 해조류가 감소하고 난류성 해조류가 증가하는 추세다.

바다 생물이 살 수 없어 '바다 사막'이라고 불리는 갯녹음 현상이 제주도 앞바다에서 심해지고 있다. / 연합뉴스
바다 생물이 살 수 없어 '바다 사막'이라고 불리는 갯녹음 현상이 제주도 앞바다에서 심해지고 있다. / 연합뉴스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증가에 따른 수온 상승과 해양산성화는 바다숲을 형성하는 모자반류, 감태, 대황, 다시마 같은 켈프의 개체군 감소와 소멸을 초래한다. 이러한 해조류 생물량 감소와 분포 면적 축소, 고수온에서 빠르게 생장하는 무절석회조류에 의한 바다사막화는 일본과 한국 연안에서 공통으로 관찰되는 현상이다.

제주 바다의 감태숲 소멸은 지구온난화가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기후변화는 난류성과 한류성 해조류의 지리적 분포와 생물량을 바꾸고 있으며, 국내 연안에 서식하는 한류성 해조류를 멸종 위기로 내몰고 있다.

연안생태계 엔지니어로 알려진 바다숲을 구성하는 켈프종의 분포 면적 감소와 소멸로 발생하는 갯녹음은 전 세계 해안에서 생태적 서비스 감소와 경제적 피해를 동반한다. 이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에 의한 수온상승과 해양산성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수온상승과 해양산성화, 인간이 배출한 영양분 증가로 발생하는 녹조류와 갈조류 대발생도 심각한 문제다. 발생 빈도와 발생 해역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세계적인 환경재해로 대두됐다. 중국 칭다오에서 대량으로 발생한 가시파래의 제거 비용은 무려 1000억원에 이르렀다. 국내에서도 녹조류 갈파래의 대발생이 제주와 인천 연안, 강릉 경포호수 등에서 매년 발생하고 있다.

갈조류 대발생의 주범은 중국산 괭생이모자반이다. 매년 중국 저장성 연안에서 탈락한 괭생이모자반 엽체가 쿠로시오 난류를 타고 제주도와 남해안까지 오면서 생장해 엄청난 양이 밀려든다. 이들은 제주도와 남해안의 연안과 해변에서 썩으면서 산소고갈을 초래해 다양한 무척추동물과 척추동물의 폐사를 일으킨다. 관광명소 파괴, 선박 안전 위협, 어획량 감소, 가두리와 해조류 양식장 파괴 등 생태적 서비스 감소와 경제적 피해를 가져온다.

5년 만에 거의 사라진 제주의 감태숲은 단순한 해조류의 소멸이 아니다. 이는 바다 생태계 전체의 위기이자, 인간의 삶터인 바다가 보내는 경고다.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작은 실천이 바다 생태계를 살리고 지구를 지키는 첫걸음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때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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