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보기 힘든데…제주도서 무려 30마리 우르르 풀린 '멸종위기종' 정체

2025-10-0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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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도 사냥하는 습지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

환경 파괴로 사라져가던 대형 수생곤충 물장군이 제주 자연으로 되돌아갔다.

제주테크노파크 생물종다양성연구소가 지난 9월 30일 람사르 습지도시로 지정된 선흘리 자연생태지역에서 직접 인공증식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물장군 30개체를 방사하고 있는 모습 / 제주TP 생물종다양성연구소
제주테크노파크 생물종다양성연구소가 지난 9월 30일 람사르 습지도시로 지정된 선흘리 자연생태지역에서 직접 인공증식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물장군 30개체를 방사하고 있는 모습 / 제주TP 생물종다양성연구소

제주테크노파크(TP)는 지난달 30일 자체 증식에 성공한 멸종위기종 물장군 30마리를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자연생태구역에 방사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방사된 물장군은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에 해당한다. 제주TP 청정바이오사업본부 생물종다양성연구소가 심혈을 기울여 키운 개체들이다.

방사지로 선택된 선흘리는 람사르 습지도시로 인정받은 지역이다. 선흘2리 생태공원은 용암이 식으면서 만들어진 평평한 암반 지형인 '빌레'와 습지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여러 습지 식물과 곤충들이 살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주민들도 습지 보전에 적극적이어서 방사지로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방사 행사에는 조천읍 선흘2리 주민들과 울산 울주군에 있는 곤충체험관 '숲속의 작은친구들'이 함께했다.

멸종위기야생생물2급 물장군 /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멸종위기야생생물2급 물장군 /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물장군은 몸길이가 5~7cm에 달하는 한반도 최대 크기의 노린재목 곤충이다. 습지 생태계에서 물고기, 올챙이, 개구리, 거북이 같은 작은 동물을 사냥하는 최상위 포식자 역할을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생존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제주 지역에서 서식처가 훼손되고 농약 사용으로 물이 오염되면서 개체수가 급감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는 무더운 여름과 잦은 이상기후까지 겹쳐 인공 번식조차 쉽지 않은 실정이다.

제주TP는 2023년 선흘2리 생태공원에 물장군을 처음 방사한 바 있다. 이번이 2년 만에 같은 장소에서 진행한 두 번째 방사다.

이승철 선흘2리 이장은 "이런 뜻깊은 행사를 선흘2리에서 하게 되어 감사드리고, 이러한 행사가 지속되어 선흘리가 앞으로도 자연환경 보존에 앞장설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인수 생물종다양성연구소 소장은 "멸종위기 야생생물과 서식지 복원은 인류가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의 지표와 같은 만큼 지역주민들과 함께 야생 동식물의 서식환경을 최대한 보존하고 지속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물장군 방사 행사 / 제주TP 생물종다양성연구소
멸종위기 야생생물 물장군 방사 행사 / 제주TP 생물종다양성연구소

제주TP 생물종다양성연구소는 2011년 12월 환경부로부터 '서식지외보전기관'으로 지정받았다. 이후 물장군을 비롯해 애기뿔소똥구리, 두점박이사슴벌레 등 멸종 위험에 처한 야생생물 3종의 인공 번식과 복원 사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과거 전국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었던 물장군은 도시화와 농약 남용, 외래종 침입, 야간 조명에 유인돼 발생하는 로드킬 등으로 급격히 자취를 감췄다. 현재는 제주를 포함해 서·남해안 섬 지역, 강화도, 파주 DMZ 인근 등 일부 지역에서만 간헐적으로 발견된다.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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