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때문에 다들 수입산인 줄 안다는 '추석 명절 음식 최고봉'
2025-10-0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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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상차림의 화룡점정으로 자리 잡은 LA갈비의 정체

추석이 코앞이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나눌 풍성한 식탁을 준비하는 이들이 분주해지는 시기다. 그중에서도 LA갈비는 명절 상차림의 화룡점정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부드럽고 달콤한 양념이 배어든 고기를 구울 때 퍼지는 구수한 냄새, 한 입 베어 물면 입안 가득 퍼지는 육즙. LA갈비만큼 온 가족의 입맛을 사로잡는 메뉴도 드물다. 이름에 'LA'가 붙어 있어 수입산으로 오해받기 일쑤인 LA갈비. LA갈비의 정체는 과연 뭘까.
LA갈비의 'LA'는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가 맞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미국산 소고기를 떠올리는 것과 달리, 이는 갈비를 써는 방식을 뜻하는 용어다. 갈비뼈를 가로로 얇게 써는 방식을 'LA식 절단'이라고 부르는데, 일반 갈비가 갈비뼈 사이를 토막 내는 방식이라면 LA갈비는 갈비뼈를 가로질러 얇고 넓게 포를 뜨듯 써는 것이 특징이다. 이렇게 자르면 한 조각에 여러 개의 갈비뼈가 포함돼 보기에도 먹음직스럽고, 양념이 고루 배어들어 맛도 훨씬 좋다.
이 독특한 절단 방식은 1950년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인 정육점에서 시작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당시 LA 지역 한인 이민자들이 미국식 정육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인들을 위해 갈비를 얇게 포를 떠서 팔기 시작했고, 이것이 'LA식 갈비'로 불리며 한국으로 역수입됐다는 것이다. 지역명에서 유래한 이름이 맞지만 현재는 절단 방식을 가리키는 보통명사가 됐기에 원산지와는 무관하게 한우든 수입산이든 이 방식으로 자른 갈비는 모두 LA갈비라고 부른다.
좋은 LA갈비를 고르려면 먼저 육질을 살펴야 한다. 신선한 고기는 선홍색을 띠며 윤기가 흐른다. 지나치게 어두운 색이거나 갈색빛이 도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마블링, 즉 고기 사이사이에 박힌 지방의 분포도 중요하다. 지방이 가늘고 고르게 분포된 것이 구웠을 때 부드럽고 풍미가 좋다. 너무 기름기가 많으면 느끼할 수 있고, 반대로 너무 적으면 퍽퍽할 수 있으니 적당한 균형을 찾아야 한다.
두께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LA갈비는 보통 0.5~0.7cm 정도의 두께가 적당하다. 너무 얇으면 구울 때 쉽게 타고 육즙이 빠져나가며, 너무 두꺼우면 양념이 속까지 배어들지 않고 익히기도 어렵다. 갈비뼈가 3, 4개 정도 포함된 것이 표준적이며, 뼈 주변의 살이 충분히 붙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뼈만 앙상하게 남고 살이 적으면 먹을 게 없어 아쉽다.
한우와 수입산 중 선택도 고민거리다. 한우는 육질이 연하고 고소한 맛이 뛰어나지만 가격이 비싸다. 미국산이나 호주산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괜찮아 가성비가 좋다. 추석처럼 많은 양이 필요한 때는 예산에 맞춰 적절히 선택하면 된다. 요즘은 냉장 LA갈비뿐 아니라 냉동 제품도 품질이 좋아졌다. 냉동 제품을 살 때는 포장이 훼손되지 않았는지, 서리가 과도하게 끼지 않았는지 확인한다.
이제 본격적인 요리 시간이다. LA갈비 양념은 간장 베이스가 기본이다. 간장, 설탕, 다진 마늘, 참기름, 후춧가루에 배즙이나 양파즙을 넣으면 고기가 부드러워지고 단맛이 더해진다. 배나 양파에 들어 있는 효소가 고기를 연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키위나 파인애플을 갈아 넣어도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다진 파, 생강즙, 청주나 맛술을 추가하면 잡내를 잡고 풍미를 높일 수 있다.
양념 비율은 취향에 따라 조절하되, 기본적으로 간장 1컵, 설탕이나 물엿 반 컵, 다진 마늘 2큰술, 참기름 2큰술, 후춧가루 약간, 배 반 개 분량의 즙이 적당하다. 여기에 콜라나 사이다를 소량 넣으면 단맛과 함께 탄산이 고기를 더욱 부드럽게 만든다. 양념장을 만들 때는 설탕 대신 꿀이나 조청을 사용하면 구웠을 때 은은한 단맛이 나고 윤기도 더 난다.
갈비를 양념에 재울 때는 최소 두세 시간, 가능하면 하룻밤 정도 냉장고에 두는 것이 좋다. 양념이 고기 속까지 충분히 배어들어야 맛이 깊어진다. 재울 때는 고기를 비닐봉지나 밀폐용기에 넣고 양념을 부은 뒤 손으로 주물러 골고루 묻혀준다. 중간중간 뒤집어가며 양념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한다.
굽는 방법도 중요하다. 숯불에 구우면 특유의 향이 배어 맛이 한층 좋아지지만, 집에서는 프라이팬이나 그릴 팬을 사용해도 충분하다. 팬을 충분히 달군 뒤 중불로 줄이고 갈비를 올린다. 너무 센 불에 구우면 겉만 타고 속은 익지 않는다. 한쪽 면이 노릇해지면 뒤집어 반대쪽도 굽는다. 양념이 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고기가 완전히 익을 때까지 구우면 된다.
오븐을 이용하면 한꺼번에 많은 양을 구울 수 있어 편리하다. 오븐을 180~200도로 예열한 뒤 팬에 갈비를 펼쳐 놓고 15~20분 정도 굽는다. 중간에 한 번 뒤집어주고, 양념장을 한 번 더 발라주면 윤기가 나고 맛도 진해진다. 에어프라이어로도 조리할 수 있는데, 180도에서 10~12분 정도 돌리되 중간에 뒤집어준다.
LA갈비와 어울리는 밑반찬도 빼놓을 수 없다. 상큼한 무생채나 깻잎절임, 파절이는 기름진 갈비와 찰떡궁합이다. 쌈 채소로 싸 먹으면 느끼함을 잡아주고 영양 균형도 맞출 수 있다. 된장찌개나 김치찌개를 곁들이면 한 상 가득 푸짐한 한식 밥상이 완성된다.
올 추석엔 가족들과 둘러앉아 정성스레 준비한 LA갈비를 나눠 보는 건 어떨까. 이름의 오해는 풀었으니, 이제 맛있게 즐기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