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팔릴 줄 몰랐는데…CU서 추석 선물로 팔린 7500만 원짜리 '이것' 정체
2025-10-0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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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 편의점에서 추석 선물세트로 팔린 7500만 원짜리 초고가 상품
CU 편의점에서 7500만 원짜리 초고가 상품이 추석 선물로 팔리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CU에서 추석 선물세트로 선보인 '글렌그란트 65년' 위스키가 최근 판매됐다. 이 제품은 편의점에서 취급한 상품 가운데 역대 최고가 제품이다. CU 관계자들조차 실제 구매로 연결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매자는 위스키 마니아인 30대 남성으로 알려졌다.
이 위스키는 스코틀랜드 글렌그란트 증류소의 '스플렌더 콜렉션' 첫 번째 제품으로, 전 세계 단 151병만 생산된 희소성 높은 술이다. 1958년 증류되어 65년 이상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숙성된 싱글 몰트 스카치 위스키로, 깊은 마호가니 색상을 자랑한다. 트리클 시럽과 잘 익은 블랙베리, 샌달우드 향이 특징이며, 오렌지와 블랙 체리, 과일 케이크와 대추 맛이 감귤, 향신료, 오크, 스모크 향으로 이어진다.
병 자체도 예술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히말라야 블루 포피 꽃과 자연의 순환을 의미하는 모비우스 루프 형태로 디자인된 수제 장식 병 151개로 한정 제작됐다. 지난 3월 출시 당시 가격은 약 5만 달러로, 수집가들 사이에서 예술성과 희귀성을 겸비한 컬렉터 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 추석 선물세트 시장은 유례없는 호황을 맞았다. 신세계백화점은 8월 26일부터 9월 28일까지 추석 예약판매와 본판매를 집계한 결과, 작년 추석과 비교해 21.2% 늘어난 역대 최고 매출을 올렸다. 8월 말 강남점에 프리미엄 델리 전문관을 개설하고 국내 최대 규모 식품관을 만들면서 명절 판매장 면적을 작년 대비 두 배로 키운 것이 주효했다. 스위트파크와 하우스오브신세계 등 자체 브랜드를 활용한 독점 상품을 내놓아 강남점 명절 상품 매출은 29.9% 급증했다.
롯데백화점은 8월 29일부터 9월 29일까지 추석 선물 판매가 20% 늘었다. 배우 김희선과 협업한 와인 '벨레 그로스 발라드'가 1200병 팔리는 등 특별 상품이 인기를 끌었다. 현대백화점은 8월 27일부터 9월 29일까지 추석 선물 판매가 15% 상승했다.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효과를 본 편의점들은 가성비 좋은 상품 중심으로 작년 대비 30~60%대 높은 판매 성장률을 보였다.
올해 추석 선물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양극화 현상이다. 현대백화점에서는 50만~100만 원 이상 프리미엄 한우 세트가 조기 품절됐다. 이마트에서 5만 원 미만 선물과 20만 원 이상 선물 판매는 각각 9.1%, 31.7% 증가했지만, 10만~20만 원대 중간가 선물은 작년 수준에 머물렀다.

명절 문화 변화를 보여주는 상품도 눈길을 끌었다. 홈플러스에서 판매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과일은 전통 제수용품인 사과나 배가 아니라 포도와 열대과일이었다. 차례상을 차리는 가정이 줄고 색다른 저가 과일을 선물하는 경향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이번 추석 선물 판매가 증가한 배경에는 긴 연휴가 자리한다. 올해 추석은 개천절(10월 3일)부터 추석 연휴(10월 5~7일), 대체공휴일(10월 8일), 한글날(10월 9일)이 이어져 연휴가 7일로 2017년(10일) 이후 가장 길다. 10일과 주말까지 휴가를 내면 최대 열흘 연휴가 가능한 만큼 추석 인사는 선물로 대신하고, 여행을 떠나는 시민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서울경제와 인터뷰에서 "고물가 시대에 실용적인 실속(저가) 선물세트의 인기와 함께 연휴가 길어 고향에 찾아가지 못해 죄송한 마음을 담아 프리미엄 선물을 보내려는 수요가 동시에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며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가치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앞으로도 다양한 명절 선물 상품들이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