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조건 없이 1년간 살 수 있는 전세계 유일한 나라
2025-10-04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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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 신청이나 체류허가 없이도 1년간 거주 가능

여권 하나만 들고 비행기에 올라 1년 동안 제약 없이 낯선 나라에서 살아볼 수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대부분의 나라가 외국인에게 허용하는 무비자 체류 기간은 90일 안팎이다. 그래서 장기 여행자들은 대부분 출국과 재입국을 반복하거나 복잡한 비자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코카서스 지역의 작은 나라 조지아는 다르다. 한국인에게 무려 1년간의 무비자 체류라는 특별한 기회를 열어두고 있다. 이 제도 덕분에 조지아는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인들 사이에서 새로운 ‘살아보기’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조지아 정부는 2015년에 관련 법을 개정해 한국인의 무비자 체류 기간을 기존 90일에서 1년으로 늘렸다. 한국 여권만 있으면 별도의 비자 신청이나 체류허가 없이도 1년간 거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조지아가 이런 정책을 내놓은 데는 이유가 있다. 관광 산업을 확대하고 외국인 투자를 유치해 경제를 성장시키려는 목표, 그리고 인구 감소 문제에 대응해 외국인의 장기 유입을 촉진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조지아의 무비자 체류 혜택은 한국에만 주어진 것은 아니다. 일본, 유럽연합 회원국,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주요 선진국 국민들도 똑같이 1년간 체류가 가능하다. 여기에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일부 중동 국가도 포함된다. 경제력과 신뢰도가 높은 국가의 국민들에게 문호를 활짝 열어놓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한국인에게 이 제도가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장기간 해외 체류가 쉽지 않은 현실에서 ‘비자 없는 1년’이라는 자유가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제도는 단순히 관광을 넘어서는 의미를 지닌다. 조지아에서의 1년은 디지털 노마드들에게는 안정적인 작업 공간이 되고, 은퇴자에게는 생활비 부담이 적은 해외 생활지로, 젊은 여행자에게는 자기만의 프로젝트를 실험할 수 있는 장으로 변한다. 입국 절차가 간단하고, 체류 기간 연장을 위해 국경을 넘나들 필요가 없다는 점은 장기 체류자에게 큰 장점이다. 그만큼 여유 있게 현지 문화를 배우고, 관계를 쌓으며,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
조지아에서 살아보려는 이들에게 현실적인 매력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물가가 한국에 비해 저렴하다. 수도 트빌리시조차 월세, 식비, 교통비가 합리적인 수준에 머무른다. 디지털 노마드 커뮤니티가 자리잡은 것도 이런 배경 덕분이다. 카페에서 노트북을 열고 일하는 사람들, 게스트하우스에서 공동 프로젝트를 꾸리는 창작자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장기간 머무르면서도 생활비 부담이 크지 않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한다.
문화적 체험도 풍부하다. 조지아는 와인의 발상지로 알려져 있고, 전통 요리 하차푸리와 힝칼리는 여행자들에게 늘 새로운 발견이 된다. 작은 레스토랑에서도 다양한 와인을 합리적인 가격에 맛볼 수 있고, 현지 식사는 양도 넉넉하다. 여행자들이 ‘가성비와 만족도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나라’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연환경은 또 다른 매력이다. 코카서스 산맥은 계절마다 색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겨울에는 설산이 장관을 이루고, 여름에는 하이킹과 캠핑을 즐길 수 있다. 흑해 연안의 휴양 도시 바투미는 이국적인 해변과 현대적인 건축물이 조화를 이루고, 수도 트빌리시는 고풍스러운 건축물과 활기찬 현대 문화가 공존한다.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계절의 변화를 따라가며 이 나라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조지아의 진짜 강점이다.
물론 조지아에서의 생활이 무조건 편리한 것만은 아니다. 행정 서비스나 상점·식당에서의 업무 처리 속도가 한국보다 느릴 수 있다. 인터넷은 도심에서는 양호하지만 산악지역이나 외곽으로 갈수록 불안정하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장기 체류자들이 감수할 만한 범위 안에 있으며, 오히려 현지의 생활 리듬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특별한 경험으로 남기도 한다.
조지아는 종교의 자유가 보장돼 있고, 외국인에 대한 개방성도 높은 편이다. 현지의 문화와 종교를 존중하며 생활한다면 불편 없이 지낼 수 있다. 팁 문화도 크게 부담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식당은 봉사료가 포함돼 별도의 팁을 줄 필요가 없지만, 좋은 서비스를 받았다면 소액을 남기는 정도면 충분하다.
조지아는 코카서스 지역 국가 중에서 상대적으로 치안이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국제 범죄율 통계나 여행자 리뷰에서도 밤에 도심을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하다는 의견이 많다. 한국 외교부도 조지아를 여행경보 1단계(일반주의) 지역으로 분류하고 있어, 전반적으로 위험 수위는 낮은 편이다. 강력 범죄보다는 소매치기, 절도, 택시 바가지요금 같은 경미한 범죄가 주로 발생한다. 관광객이 많은 트빌리시, 바투미 같은 도시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한국인에게 주어진 1년 무비자 체류는 다른 어디서도 쉽게 얻기 힘든 자유다. 일하고, 배우고, 쉬며 각자의 방식으로 시간을 쌓아갈 수 있는 곳, 여권 하나로 1년의 모험을 할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조지아다. 비자 문제의 제약 없이, 체류 연장의 부담 없이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볼 수 있는 나라. 새로운 삶의 방향을 모색하고 싶다면 조지아는 충분히 선택할 만한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