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중 6명이나…이젠 정말 사라지기 직전인 '명절 문화'
2025-10-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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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지는 명절 풍경, 사라지는 차례 문화
올해 추석에도 가족의 전통 풍습보다는 개인의 생활 방식이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최근 진행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을 훌쩍 넘는 64.8%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는 불과 1년 전보다 16%포인트 이상 증가한 수치로, 명절 의례에 대한 세대별, 가정별 인식 변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명절에 대한 태도가 바뀌는 현상은 단순히 종교적, 의례적 차원의 변화가 아니라 사회 구조와 생활 방식 전반에 걸친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가족이 모이는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차례를 지내는 가정의 모습도 예전과는 다르다. 조사 결과, 음식을 직접 만들어 모이는 방식이 여전히 67.6%로 가장 많았지만, 각자 준비한 음식을 가져오는 경우가 23.9%, 시중에서 판매하는 음식을 구입해 올리는 사례도 8.5%에 달했다. 전통적으로 어머니나 며느리가 중심이 되어 긴 시간 동안 음식을 준비하던 풍경은 점차 줄어들고, 간소화된 방식이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번거로운 조리 과정을 줄이고 효율적인 방법을 택하는 움직임은 핵가족화, 여성의 사회 진출 확대, 편의식 산업 발달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성묘는 여전히 이어지는 풍습으로 남아 있다. 성묘를 계획한 응답자는 59.3%로 절반을 넘었다. 이 중 추석 당일에 산소를 찾겠다는 이들이 20.7%, 연휴 기간 중 방문하겠다는 이들이 35.5%로 나타났다. 비록 차례를 간소화하거나 생략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지만, 조상을 기리는 성묘 문화는 여전히 꾸준히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명절이 단순히 휴일이 아니라 가족의 뿌리를 확인하는 시간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번 명절 연휴 계획을 묻는 질문에서는 여행이 47.4%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국내 여행을 떠난다는 답변은 30.5%로 지난해보다 크게 증가했고, 해외여행을 계획한 응답자도 16.9%로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명절 연휴를 계기로 폭발적으로 나타나는 모양새다. 항공권 조기 매진, 숙소 예약 경쟁, 관광지 혼잡 등 여행 산업 전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여행 외에도 고향이나 부모님 댁을 찾는다는 응답과 집에서 휴식을 취하겠다는 응답이 나란히 41.3%를 기록했다. 이는 여전히 많은 이들이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거나, 번잡한 이동 대신 휴식을 선택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장거리 이동이 부담스러운 중장년층이나 어린 자녀를 둔 가정은 집에서의 여유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처럼 다양한 선택지가 공존하면서 명절의 모습도 한층 다채로워지고 있다.
올해 추석은 개천절과 맞물려 7일 연속 휴일이 가능하다. 여기에 10월 10일 금요일까지 쉬게 된다면 주말을 포함해 최장 10일의 황금연휴가 된다. 이렇게 긴 연휴가 주어지면서 국내외 여행지 예약이 일찍부터 마감되는 등 사회 전반에 활발한 소비와 이동이 예고된다. 가족 중심의 전통적 명절 풍습이 약화되는 대신, 여가와 휴식, 여행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연휴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긴 연휴가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차례를 줄이거나 성묘 대신 간단한 기도를 올리는 식으로 의례는 달라지고 있다. 그러나 명절 본연의 의미, 즉 가족 간의 정을 확인하고 삶의 쉼표를 찍는 시간으로서의 가치는 여전히 남아 있다. 빠르게 변하는 사회 속에서도 추석은 여전히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다만 그 형태가 전통적 의례에서 개인의 선택과 편의로 옮겨가고 있을 뿐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세대 간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화와 이해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번 설문조사는 향후 명절 문화의 방향을 가늠하게 한다. 세대가 달라질수록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이 중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 차례상 대신 가족 식사, 성묘 대신 여행, 혹은 집에서의 휴식으로 대체되는 흐름이 점차 뚜렷해질 수 있다.
명절은 변하고 있지만, 그 속에 담긴 마음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추석은 더 이상 과거의 전통만을 반복하는 날이 아니라, 각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삶의 의미를 채워가는 새로운 명절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