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 50cm...집이 사람보다 커” 한국 도심서 발견돼 난리 난 ‘생태계 교란종’

2025-10-03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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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서 발견된 초대형 생태계 교란종 서식처

한국 도심 주택가의 어린이집과 요양병원 사이에서 사람 키에 육박하는 초대형 등검은말벌집이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유튜버 다흑의 채널에 공개된 퇴치 영상은 도심 속 생태계 교란종의 위협을 실감하게 한다.

수거된 초대형 등검은말벌집 / 유튜브 '다흑'
수거된 초대형 등검은말벌집 / 유튜브 '다흑'

역대급 크기 말벌집, 도심 한복판에 출현

말벌 퇴치 전문가인 진생 팀과 함께 현장을 찾은 유튜버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나무 위에 자리 잡은 벌집은 길이만 1m 50cm를 넘어섰다. 앞쪽에 보이는 부분만으로도 상당한 규모였으나, 뒷면까지 합치면 성인 신장에 맞먹는 거대한 크기였다. 유튜버 다흑은 "와 사장님 키가 190cm인데 (비슷하다) 진짜 엄청난 크기"라며 놀라워했다.

전문가들조차 "제가 역대 봤던 말벌집 중에서는 거의 그냥 신기록이라 볼 정도"라며 혀를 내둘렀다. 특히 어린이집 바로 옆이라는 위치 때문에 주변 주민들의 불안감이 컸다. 실제로 어린이집 교사들과 요양병원 관계자들이 직접 찾아와 음료를 건네며 감사를 표했다.

도심에서 발견된 거대한 말벌집 / 유튜브 '다흑'
도심에서 발견된 거대한 말벌집 / 유튜브 '다흑'

해가 진 뒤 이뤄진 위험천만 퇴치 작업

퇴치 작업은 해가 진 저녁 시간에 이뤄졌다. 사람들의 활동이 줄어든 시간을 택한 것이다. 작업자들은 신형 방제복과 장갑, 장화를 착용하고 고프로까지 장착한 채 나무 위로 올라갔다. 말벌들의 활동을 억제하기 위해 신기패(살충제)를 뿌렸고, 벌집이 워낙 거대해 그물망 두 개를 동원해야 했다.

퇴치는 둥지 채로 한 번에 떼어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집 안에 있는 개체가 더 많기 때문에 이렇게 일괄 제거한 뒤 내부 개체를 별도로 처리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이었다. 벌집을 떼어낼 때는 수많은 말벌이 사방으로 날아다녔고, 벌독 냄새가 주변에 진동했다.

등검은말벌 수천 마리 군집, 꿀벌 5만 마리 희생 추정

채집 후 벌집을 나무에 매달아 내부 정리 작업을 시작하자 놀라운 규모가 드러났다. 죽은 애벌레와 번데기만 수천 개가 쏟아져 나왔다. 작업을 담당한 관계자는 "애벌레 한 마리당 꿀벌을 못 해도 한 다섯 마리 열 마리 먹었을 것"이라며 "여기서 애벌레가 한 5000마리가 나온다고 하면은 그러면은 꿀벌이 5만 마리가 학살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대형 말벌집 / 유튜브 '다흑'
초대형 말벌집 / 유튜브 '다흑'

양봉 농가에 치명적...등검은말벌의 특성은?

등검은말벌은 몸에 검은색 면적이 넓은 것이 특징이다. 몸길이는 약 20~30mm에 달하며, 다른 말벌에 비해 꿀벌 의존도가 매우 높다. 양봉 농가에는 장수말벌 이상으로 치명적인 해충으로 꼽힌다.

군집 규모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장수말벌이 많아야 400~500마리 수준이라면, 등검은말벌은 수천 마리에 달한다. 이 때문에 장수말벌조차 등검은말벌 둥지를 함부로 건드리지 못할 정도다. 천적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개체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거대한 크기의 등검은말벌집 / 유튜브 '다흑'
거대한 크기의 등검은말벌집 / 유튜브 '다흑'

전국 도심으로 빠르게 확산...시민 안전까지 위협하는 침입외래종

등검은말벌은 2003년 부산항을 통해 중국에서 유입된 침입외래종이다. 초창기에는 남부 지방에만 국한됐으나, 매년 10~20km씩 빠른 속도로 북상해 현재는 서울과 경기도 북부에서도 손쉽게 발견된다.

도심 환경 적응력이 뛰어나 휴대폰 기지국 안테나, 빌딩 틈새, 공원 수풀 등 다양한 장소에 둥지를 틀고 있다. 도심 말벌 신고의 약 40% 이상이 등검은말벌과 관련돼 있으며, 4~10월 성충이 활발히 활동하고 8~9월 피해가 가장 크다.

생태계 교란종 등검은말벌 / 국립생물자원관 홈페이지
생태계 교란종 등검은말벌 / 국립생물자원관 홈페이지

등검은말벌은 토종 말벌보다 꿀벌 사냥 성공률과 속도가 높아 양봉 농가와 토종 벌집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 곤충 다양성과 생태계 균형을 무너뜨리는 주범으로 지목되며, 인구 밀집 지역에 둥지를 지어 사람을 직접 위협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이에 농촌진흥청과 국립생태원 등 관계기관에서는 인공지능과 드론을 활용한 둥지 탐색, 약제 살포, 여왕벌 포획을 위한 유인트랩 설치 등 다각적인 방제 대책을 추진 중이다. 등검은말벌은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으며, 발견 시 즉시 관계기관에 신고하고 전문가를 통해 안전하게 제거해야 한다.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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