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세무조사 절차 무시한 과세 논란…“공무원 권한 남용 우려”
2025-10-0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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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세자,“비정기 세무조사 절차 위반”… 적부심 청구
법령 미준수·자의적 해석 등에 대한 제도적 점검 뒤따라야

비정기 세무조사가 국세기본법상 절차를 위반한 채 진행됐다는 지적이 일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세무조사를 받은 해당 납세자는 과세전 적부심을 청구했고, 전문가도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세무행정의 신뢰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종시에 거주하는 A씨는 지난 9월 자신을 대상으로 한 세무당국의 비정기 세무조사가 “절차적 위법과 자의적 법령 해석에 기반했다”며 과세전 적부심을 청구했다. 통지된 세액은 수천만 원대에 달한다.
국세기본법 제81조의6 제3항은 비정기 세무조사가 가능한 사유를 열거주의로 제시하여 엄격히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A씨에 따르면 세무서는 ‘탈루나 오류의 혐의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자료가 있다’는 사유로 조사를 개시하고 납세자를 조사실로 출석시켰지만, 명백한 근거는 제시하지 않은 채 조사관의 자의적 법령 해석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사전 통지서와 결과 통지서에서도 구체적인 근거가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기준이 불명확하거나 새로운 해석이 필요한 경우, 조사관이 국세청 본청의 법규 해석 부서에 질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과세의 적법성과 적절성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절차로 간주된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에서는 이러한 협의 절차가 생략된 채 조사가 진행됐고, 고의성이 없는 해석 차이에 대해서도 세무서는 가산세까지 부과했다.
이에 A씨는 지방국세청에 감사민원과 국가인권위 진정을 접수한 상태다.
전문가들도 A씨의 주장이 맞다면 이는 단순한 해석 차이를 넘어 조세법률주의 훼손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원정 제니스세무회계 회계사는 “비정기 세무조사는 법률이 정한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조사 자체가 위법 소지를 안게 된다”며 “조사관의 자의적 해석만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과 조세심판원 역시 일관되게 “문언에 없는 요건을 유추해 과세하거나 조사 사유를 명확히 하지 않은 처분은 위법하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여전히 개별 조사관의 판단에 따라 과세가 이뤄지는 경우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무원의 권한 남용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국가공무원법은 성실한 직무 수행과 권한 남용 금지를 명시하고 있지만, 이번 사례에서는 다년간 세무 업무를 담당한 조사관이 명확한 과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처분을 강행했다는 점에서 제도적 통제 장치의 부재가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국세청은 이번 적부심 청구에 대해 “법령과 절차에 따라 엄정히 판단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감사기관이나 국회 차원의 제도적 점검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유사한 논란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편, 감사원은 2023년 실시한 ‘납세자 권익보호실태’ 감사를 통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을 점검한 결과 총 30건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주요 지적 사항은 ▲절차를 지키지 않은 조사권 남용 ▲법령 해석 미비로 인한 행정력 낭비 ▲부실한 검토로 인한 국고 손실 등이었다. 감사원은 “납세자 권익을 침해하거나 행정 신뢰를 떨어뜨리는 사례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