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왔다가 날벼락…무려 25%, 외국인 관광객이 꼽은 ‘최악의 불만’ 1위는

2025-10-0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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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문화의 그늘, 외국인 관광객의 불편한 진실
관광대국의 명성을 위협하는 서비스 격차

중국인도, 일본인도, 유럽인도 예외가 아니었다. 누구에게나 설레는 여행지지만, 막상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는 기대보다 불편함을 느끼고 돌아가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최근 공개된 설문과 민원 통계는 외국인들이 한국 여행에서 체감한 ‘가장 큰 불만’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추석 연휴 첫 날이자 개천절인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에서 한복을 차려입은 시민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뉴스1
추석 연휴 첫 날이자 개천절인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에서 한복을 차려입은 시민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뉴스1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야놀자리서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이 제기한 관광 관련 불편 민원 건수는 총 1478건으로 집계됐다고 한경은 전했다. 이는 2019년(1088건) 대비 35.8%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내국인의 민원은 148건에서 117건으로 21% 줄었다. 즉 지난해 접수된 관광 불편 민원 10건 중 9건(92.6%)은 외국인 관광객이 제기한 것이다.

민원 내용을 세부적으로 보면 ‘가격 시비·환불·교환 절차 문제’ 등 쇼핑 관련 불만이 25.8%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택시 부당 요금 및 승차 거부(20.0%) △숙박 시설 불편(16.7%) △공항·항공 관련 문제(10.7%) △음식점 관련 불만(6.4%) 순이었다. 특히 택시 민원 비중이 20%에 달한 점은 눈길을 끈다. 여행의 시작과 끝에서 마주하는 교통 서비스가 여전히 외국인 관광객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택시 민원’은 오래된 문제이기도 하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4월 발간한 ‘2024 관광불편신고 종합분석서’에서도 택시 관련 신고는 대표적인 불만 항목으로 꼽혔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신고 1547건 중 309건(20.0%)이 택시 관련으로, 전년 대비 무려 81.8% 증가했다. 세부 항목을 보면 △부당요금 및 미터기 미사용(60.2%) △운전기사 불친절(10.4%) △난폭운전·우회운행(8.7%) 순이었다.

올해 외국인 관광객 급증 '케데헌 열풍 더했다'. 자료 사진 / 뉴스1
올해 외국인 관광객 급증 '케데헌 열풍 더했다'. 자료 사진 / 뉴스1

실제 외국인 관광객의 피해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호주에서 온 한 관광객은 “심야에 인천국제공항에서 서울 용산 호텔까지 택시를 탔는데, 기사에게 고의 우회 운행을 당했다”며 “요금이 10만 원이 넘게 나왔다”고 밝혔다. 일반 심야 할증을 감안하더라도 두 배 이상 부풀려진 금액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도 “공항에서 택시 타다 바가지요금 맞았다”, “기사가 미터기를 안 켰다” 등 외국인 관광객의 불만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

외국인 관광객의 불편이 증가한 것은 단순한 민원 통계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한국은 최근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과 같은 K-콘텐츠 영향으로 외국인 방문이 급증하며, 글로벌 관광지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관광 대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인프라와 서비스 품질이 그 위상에 걸맞게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건을 구매하는 외국인 관광객, 자료 사진 / 뉴스1
물건을 구매하는 외국인 관광객, 자료 사진 / 뉴스1

임오경 의원은 “외국인의 교통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해외 결제 및 인증 절차를 개선하는 등 외국인 관광객의 수요에 맞는 인프라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기 성과 중심의 유치 전략에서 벗어나, 만족도 중심의 지속가능한 관광 생태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한국은 분명 세계가 주목하는 K-컬처의 중심지이자 글로벌 관광 허브로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관광객이 체감하는 불편이 줄지 않는다면, 이른바 ‘날벼락 관광’이라는 오명도 피하기 어렵다. 여행의 만족도는 결국 ‘경험의 질’에서 결정된다. 환율이나 콘텐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친절하고 투명한 서비스’다.

유튜브, KBS News

지금이야말로 외국인 관광객이 진정으로 다시 찾고 싶은 ‘한국’을 만들기 위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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