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골목상권 속 ‘세종 뿌리깊은가게’…세대와 시간을 잇다

2025-10-0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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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을 담은 로컬 가게들, 세종시가 인증제 운영
‘신흥파닭’ ‘맛나당 칼국수’ ‘용암골’ 등, 반세기 전통으로 지역 지켜

사라지는 골목상권 속 ‘세종 뿌리깊은가게’…세대와 시간을 잇다 / 세종시
사라지는 골목상권 속 ‘세종 뿌리깊은가게’…세대와 시간을 잇다 / 세종시

[세종=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대형 프랜차이즈와 온라인 상권이 골목경제를 잠식하는 시대, 세종시가 오래된 가게의 역사와 장인의 손맛을 보존하기 위한 ‘세종 뿌리깊은가게’ 인증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상점 인증을 넘어, 한 지역의 생활사(生活史)와 공동체 정체성을 지키는 시도의 일환이다.

‘세종 뿌리깊은가게’는 세종의 역사와 사람, 그리고 시간의 흔적이 담긴 장소를 선정한다. 수십 년간 한자리를 지켜온 음식점이나 장인 공방이 주 대상이다. 선정 과정에서는 가게의 역사, 지역 사회와의 연계, 전통 계승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시는 선정된 가게에 대해 시설 개선, 홍보 지원 등 자생력 강화를 위한 지원책도 제공한다.

45년간 조치원 전통 파닭의 명맥을 이어온 ‘신흥파닭’은 대표적인 예다. 1978년 신흥리에서 문을 연 뒤 지금까지 염지하지 않은 생닭을 사용하는 전통 조리법을 고수하고 있다. 조류독감과 경기침체를 견뎌내며 단골과 함께 성장했고,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까지 찾는 지역 명소가 됐다.

부강면의 ‘맛나당 칼국수’는 반세기 넘게 이어진 가족 경영 식당이다. 1대 창업주가 1974년 시작한 분식집이 뿌리이며, 현재는 2대가 운영을 이어받아 전통 칼국수 맛을 지켜가고 있다. 쑥갓 향이 은은한 육수와 직접 빚은 교자만두는 오랜 세월 변하지 않은 메뉴다.

1996년 문을 연 ‘용암골’은 숯불돼지갈비 하나로 세종의 명소가 된 식당이다. 12가지 재료로 만든 비법 양념과 국내산 돼지고기만을 고집한다. 한결같은 맛뿐 아니라, 주인이 직접 담근 보리김치와 반찬의 정성이 손님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세종시 관계자는 “세종 뿌리깊은가게는 단순한 맛집이 아니라 지역의 기억과 문화를 보존하는 상징적 공간”이라며 “지역경제 회복과 함께 세대 간 교류를 이어가는 모델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역의 정체성을 잇는 오래된 가게는 단순히 ‘오래된 식당’이 아니라 한 도시의 시간과 관계를 품은 문화자산이다. 급속한 도시화 속에서도 이런 공간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행정과 시민의 관심이 절실하다.

home 양완영 기자 top0322@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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