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생도 잡을 정도로 낚시 쉬워…지금 살 맛 오를 대로 올랐다는 제철 ‘서민 회’
2025-10-05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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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되면 살이 단단해지고 지방 올라
을 바다가 깊어지며 살이 단단하게 오른 제철 회가 부산·경남 일대를 달구고 있다.

바로 '문절망둑'의 이야기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0월은 이 회가 가장 맛있을 때다. 수온이 내려가면서 지방이 오르고 살이 차올라, 한입 베어물면 단맛이 은근하게 감돈다. 미식가들은 이 시기를 놓치면 1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한다.
이 회는 고급 어종이 아닌 ‘서민 회’로 통한다. 비싼 생선회에 비해 가격이 착하고 접근성이 좋아, 포구 근처 선술집이나 재래시장에서도 쉽게 맛볼 수 있다. 부산에서는 ‘꼬시래기’ 또는 ‘꼬시락’으로 불리며, 지역 주민들이 소주 한잔에 곁들이는 대표 안주로 꼽힌다. 1인분에 1만 원 남짓이면 자연산 회 한 접시를 푸짐하게 즐길 수 있어, 가성비 좋은 가을 별미로 사랑받는다.
망둥어과 생선들은 크기가 작고 다소 못생긴 외형 탓에 상업적으로는 주목받지 못했지만, 그중에서도 문절망둑은 예외다. 회로 먹으면 고소한 맛이 나고, 튀김이나 탕으로도 즐길 수 있다. 경남 지역에서는 특히 회로 먹는 문절망둑을 ‘꼬시래기’라 부르며, 신선한 자연산이 잡히는 시기에 맞춰 어시장마다 활기를 띤다.

망둥어는 오래전부터 우리 역사 속에서도 기록이 남아 있다. 조선 후기 학자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망둥어를 ‘무조어(無祖魚)’라 불렀는데, 부모나 동종을 가리지 않고 먹는 식성을 빗댄 표현이다. 조선 말 문신 김려가 펴낸 『우해이어보』에서는 망둥어를 ‘문절어’로 기록하며, 이미 당시에도 식용으로 쓰였음을 보여준다.
낚시 문화에서도 망둥어는 빠지지 않는다. 문절망둑은 낚시 초보자도 손쉽게 잡을 수 있어 ‘입문 어종’으로 불린다. 낚싯대와 바늘, 갯지렁이만 있으면 잡을 수 있고, 유치원생도 어른의 도움을 받으면 충분히 잡을 정도다. 잡은 문절망둑은 비늘과 내장을 제거해 세꼬시로 썰거나 바닷바람에 말려 탕이나 찜으로 먹는다.

지금 부산 명지, 다대포, 진해, 마산 일대 포구에는 갓 잡은 문절망둑이 한창 오르고 있다. 단단한 살과 은근한 고소함이 입안을 채우며, 바다 내음이 가득 밴 한 점의 회는 가을의 풍미를 그대로 전한다. 서민의 입맛을 채워온 ‘꼬시래기 회’, 지금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바다의 제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