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진압 중 ‘현관문 파손’…보상은 여전히 제자리

2025-10-05 18:00

add remove print link

5년간 소방 손실보상 572건 청구, 실제 보상률 36% 불과
강원도 5.5% 최저, 경남은 100%…지역별 격차 극심

화재 진압 중 ‘현관문 파손’…보상은 여전히 제자리. 박정현 의원 / Ai 이미지
화재 진압 중 ‘현관문 파손’…보상은 여전히 제자리. 박정현 의원 / Ai 이미지

[대전=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화재 진압이나 구조 활동 중 발생한 재산 피해를 두고, 국민과 소방당국 간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공공안전을 지키려는 소방관의 정당한 직무수행이 사유재산 손실로 이어지지만, 정작 이에 대한 보상은 지역마다 들쭉날쭉해 제도의 실효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정현 의원(더불어민주당·대전 대덕구)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1~2025년 상반기) 손실보상 청구 건수는 총 572건으로, 이 중 408건만 보상됐다. 청구 금액 약 10억 5천만 원 가운데 실제 보상된 금액은 3억 7천만 원으로 보상률은 36%에 그쳤다.

지역별 격차도 컸다. 강원도의 보상률은 5.5%로 전국 최하위, 경상남도는 100% 보상률을 기록했다. 특히 강릉의 한 펜션 화재 진압 중 중장비 투입으로 건물이 전손된 사례에서는 건물주가 3억 원 이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소방 측 손을 들어주면서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다.

보상액 상위 사례로는 2023년 경기도 용인 화재 당시 골프장 그린 훼손에 대한 3,206만 원 보상, 2022년 울진 산불 당시 나무데크 파손 보상 2,800만 원, 서울 성북구 화재 구조 중 차량 파손에 따른 1,900만 원 지급 등이 있었다. 반면 인천에서는 단전·단수 조치 후 가오리 10마리 폐사로 2,500만 원을 청구했으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아 미보상됐다.

전문가들은 제도의 본래 취지가 퇴색했다고 지적한다. 손실보상제도는 소방관의 적법한 공무수행으로 인한 불가피한 손실을 국가가 책임지는 장치지만, 현실에서는 복잡한 절차와 불명확한 기준으로 인해 피해자와 소방관 모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박정현 의원은 “화재 진압이나 구조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재산 피해는 개인의 부담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며 “손실보상 청구 절차를 간소화하고 심의 기준을 구체화해 소방관의 공무 수행과 시민의 재산 보호가 조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재 현장에서의 몇 초는 생사를 가른다. 그러나 진압 뒤 남은 문 하나, 차량 한 대의 보상 문제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이 걸린다. 공공안전의 최전선에 선 소방관이 안심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손실보상제도의 실질적 개선이 절실하다.

home 양완영 기자 top0322@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