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떨면서 산다…작년보다 31% 올라 금값된 '국민 과일' 정체

2025-10-06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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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과일 가격 급등...추석 연휴 동안 품귀 현상

국민 과일로 불리는 사과 가격이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제수용이나 선물용으로 쓰이는 큰 사과는 추석 연휴 동안 품귀 현상으로 금값이 되면서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손 떨면서 산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사과 수확 중인 농가 자료 사진 / 뉴스1
사과 수확 중인 농가 자료 사진 / 뉴스1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가 5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 9월 홍로 상품 10kg의 가락시장 도매가는 6만4900원을 기록했다. 1년 전과 견줘 31.9%나 뛴 가격이다.

시장에 나온 물량은 되레 18.8% 늘었지만, 추석 명절 수요가 몰리면서 값이 급등했다. 여름철 이어진 폭염 탓에 크기가 큰 사과 생산이 줄어든 것도 가격 상승에 불을 지폈다.

등급별 가격 격차는 더욱 두드러졌다. 특상품과 중하품 사이 가격 차이가 5만2476원으로 관측 이래 가장 컸다. 2022년 2만169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6배 수준이다. 지난해에도 격차가 4만7358원까지 벌어졌지만, 올해는 이를 넘어섰다.

홍로 사과 수확 중인 농민들 / 뉴스1
홍로 사과 수확 중인 농민들 / 뉴스1

실제 시장 가격을 들여다보면 차이는 더 극명하다. 지난달 30일 가락시장에서 홍로 '특'등급 10kg 상자는 10만3804원에 거래됐다. '상'등급 5만182원의 2배가 넘고, '중'등급 2만7057원과는 3.8배 차이가 났다.

전문가들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봄철 늦서리부터 여름 폭염, 반복된 태풍 등 이상기후가 개화와 결실에 악영향을 끼쳤다. 경북과 충북 등 주산지에서는 탄저병 같은 병충해가 발생했고, 꿀벌 폐사로 수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여기에 재배 농가 고령화와 농약·비료·인건비 상승까지 겹쳤다.

올해 전체 사과 생산량은 45만~46만톤으로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줄었다. 재배면적도 3만3246ha로 0.2% 감소했다. 고온과 강수 부족으로 과일 크기가 작아지면서 차례상이나 선물에 쓰는 대과 품귀 현상이 나타났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사과 / 뉴스1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사과 / 뉴스1

다른 과일 가격은 하락세다. 배는 신고 상품 15kg 도매가가 4만7000원으로 작년보다 4.0% 내렸다. 반입량이 14.5% 늘어난 영향이다. 저온 피해와 여름 고온으로 생육이 늦어졌으나 병충해는 줄었다.

포도 값도 떨어졌다. 샤인머스캣 상품 2kg은 9500원으로 16.7%, 캠벨얼리 3kg은 1만4800원으로 10.7%, 거봉 2kg은 1만5300원으로 4.3% 각각 하락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이달 사과 후지와 배 신고, 포도 샤인머스캣 가격이 작년보다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10월 후지 도매가격은 10kg 기준 5만2000원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5만8600원보다 하락한 수치다. 사과 전체 출하량은 줄지만 후지 계열 출하 시기가 앞당겨져 물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사과 출하로 분주한 모습 / 뉴스1
사과 출하로 분주한 모습 / 뉴스1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과일값이 너무 비싸 못 산다"는 반응이 나온다. 실제 추석 성수기 가정용 과일류 구매 의향은 전년 대비 35%가 감소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사과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가 83%를 넘었다. 유통업계도 포장 단위를 줄이고 명절 선물세트 구성을 바꾸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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