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인데...어획량 확 줄고 ‘금값’ 되자, 국산 밀치고 반응 터진 ‘이 생선’ 정체

2025-10-06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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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참조기의 몰락, 중국산 부세의 반란
기후변화가 만든 새로운 명절 식탁의 주인공

중국산 부세가 명절 선물 시장의 ‘주인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황금빛 부세 / 연합뉴스
황금빛 부세 / 연합뉴스

한때 명절 선물의 대명사로 불리던 영광굴비가 이제는 조기 대신 부세로 만들어지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어획량 급감으로 ‘금값’이 된 국산 참조기를 밀어내고, 중국산 부세가 그 빈자리를 빠르게 채워가고 있다.

6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영광굴비의 전통은 전남 영광 법성포 앞바다에서 잡히는 참조기로부터 시작됐다. 참조기를 소금에 절여 말리면 독특한 감칠맛과 향이 살아나 ‘굴비’라 불리게 됐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참조기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온난화로 인한 수온 상승, 남획, 해양 생태 변화가 겹치며 국내산 조기는 사실상 귀한 몸이 됐다.

실제 전국 참조기 생산량은 2020년 4만 1039t에서 지난해 1만 7805t으로 급감했다. 불과 3년 만에 절반 이하로 떨어진 셈이다. 영광수협의 참조기 위판량 역시 같은 기간 1만 602t에서 5126t으로 줄었다. 공급이 줄자 가격은 폭등했다. 1㎏당 원물가는 최저 6570원에서 1만원대로 올랐고, 국내산 조기로 만든 굴비는 이제 일반 소비자가 쉽게 사기 어려운 고급 상품이 됐다.

전남 영광군 법성면의 한 굴비 공장에 엮걸이 된 굴비 / 뉴스1
전남 영광군 법성면의 한 굴비 공장에 엮걸이 된 굴비 / 뉴스1

이 같은 변화 속에서 주목받은 것이 바로 ‘부세 굴비’다. 부세는 조기와 같은 민어과 어종으로, 주둥이가 둥글고 몸집이 다소 통통한 것이 특징이다. 외형상 조기와 매우 비슷하지만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된다.

생선 상태일 때는 조기보다 맛이 떨어진다는 평을 받지만, 2~3개월 이상 충분히 건조시키면 상황이 달라진다. 부세 속에 들어 있는 이노신산이 농축되며 조기보다 깊은 감칠맛이 나고, 살집도 두툼해 먹을 게 많다. 무엇보다 가격이 참조기의 5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해 소비자 만족도가 높다.

법성포 현지에서도 변화는 이미 현실이 됐다. 굴비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이곳에서도 조기 대신 부세로 만든 선물세트가 주류를 이룬다.

법성포에서 굴비를 판매하는 한 상인은 “국내산 참조기로 만든 보리굴비는 부세보다 3배 이상 비싸다”며 “지금은 가격과 맛, 크기까지 모두 안정적인 부세 굴비가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5년 전 영광굴비 판매량의 47.8%를 차지하던 부세의 점유율은 지난해 88.6%까지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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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영광굴비라 불리는 상품의 10개 중 9개가 사실상 ‘부세’로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명절 선물로 ‘대부분이 중국산인데 반응이 터진’ 이유는 단순하다. 품질에 비해 가격이 합리적이고, 외형과 맛이 조기 굴비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영광군은 조기 굴비의 명성을 되살리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군은 ‘참조기 산업화센터’를 조성해 양식 기술을 확보하고 생산 원가를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영광굴비 / 뉴스1
영광굴비 / 뉴스1

영광군 관계자는 “기후 변화로 자연산 조기 어획이 불안정해진 만큼, 양식 기술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굴비 산업이 다시 조기 중심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어민과 업체가 함께 양식화를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산 참조기가 사라지고 중국산 부세가 자리를 대신한 현실은 단순한 식탁의 변화가 아니다.

기후 변화와 해양 생태 교란이 가져온 구조적 문제이자, 식문화의 흐름을 바꾸는 징후다.

이제 명절 밥상 위 ‘굴비’는 더 이상 예전의 조기가 아니라, 시대의 변화를 상징하는 새로운 이름이 되고 있다.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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