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펑'… 벤츠 전기차 충전중 불났다

2025-10-06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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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충전중이던 EQA 250 전기차에 화재 발생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하며 청라 화재 때에 비해서는 피해 규모 작아

5일 오전 경기 수원시 권선구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충전중이던 벤츠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번 화재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소형 전기 SUV EQA 250에서 발생했으며, 국내 배터리 제조사인 SK온이 공급한 배터리를 장착하고 있다.

◆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폭발음과 함께 화염 확산

벤츠 EQA 전기차가 불타고 있다. / 연합뉴스
벤츠 EQA 전기차가 불타고 있다. / 연합뉴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5일 오전 8시 4분쯤, 수원시 권선구의 한 15층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서 충전 중이던 벤츠 EQA 250 전기차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 곧 차량 하부에서 불꽃이 일며 천장 배관을 타고 화염이 번졌다.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불길이 천장 배관을 따라 번지며 폭발음이 들리고, 스프링클러가 작동했지만 불길을 완전히 잡지 못하는 장면이 담겼다. 한 주민은 머리 위로 떨어지는 불길을 피해 가까스로 몸을 피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신고를 받은 소방당국은 장비 19대와 소방관 57명을 투입해 대응에 나섰다. 질식소화포를 차량 위에 덮어 공기 유입을 차단하고, 주변 차량으로의 연소 확산을 막았다. 오전 8시 43분쯤 큰 불길이 잡혔으며, 완전 진화는 오전 10시 16분에 마무리됐다.

소방대원들은 화재 진압 이후 차량을 지상으로 옮겨 냉각 작업을 이어갔다. 배터리 열폭주로 인한 2차 발화를 막기 위해 차량을 대형 수조에 담아 내부 열을 식히는 작업이 진행됐다. 소방 관계자는 “배터리 내부 화학 반응으로 인한 재발화 가능성이 있어 24시간 이상 냉각을 유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화재로 전기차와 인근 차량 2대가 불에 탔으며, 주차장 천장 구조물과 배관 일부가 파손됐다. 관리사무소 직원 1명이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 이번에도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된 화재… 청라 화재와는 양상 달라

메르세데스-벤츠 EQA 250. 단 사진 속 모델은 2024년 부분변경 모델. / 권혁재 PD
메르세데스-벤츠 EQA 250. 단 사진 속 모델은 2024년 부분변경 모델. / 권혁재 PD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메르세데스-벤츠 EQA 250은 소형 전기 SUV로, 2021년부터 2022년까지는 중국 CATL의 배터리를 사용했으나 2023년형부터는 국내 제조사 SK온 배터리로 변경됐다. 이번에 불이 난 차량은 2023년식 EQA 250으로, SK온 배터리가 탑재된 모델이다.

이번 사고는 지난해 8월 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에서 발생한 벤츠 EQE 350 화재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당시 차량은 충전을 마친 직후 주차 중이었으며, 차량 하부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해 대형 화재로 번졌다.

당시에는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차량 87대가 전소 또는 손상됐고, 주민 23명이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진화에는 8시간이 소요됐다. 조사 결과, 화재 차량에는 벤츠가 홍보했던 CATL 배터리가 아닌 중국 파라시스(Farasis)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화재 사고 당시 불에 탄 EQE 350 전기차. / 뉴스1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화재 사고 당시 불에 탄 EQE 350 전기차. / 뉴스1

반면, 이번 수원 아파트 화재는 충전 중에 발생했다는 점과 국내 제조사의 배터리가 탑재됐다는 점에서 청라 아파트 화재와는 양상이 다르다. 그러나 두 사고 모두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했고, 화재 진화에 장시간이 걸렸다는 공통점 때문에 아파트 단지 내 전기차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청라 아파트 화재의 경우 초기 진화 실패로 인해 수도·전기 시설이 손상됐고, 일부 주민은 장기간 거주지를 옮겨야 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사고 역시 공동주택 내 전기차 충전 인프라 안전관리 강화의 필요성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청라 화재 이후 전기차 판매가 하락한 가운데 또 다시 악재가 겹치게 됐다. 특히 EQE의 배터리 공급사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차주들과의 소송이 진행 중인 와중에 발생한 이번 사고가 향후 벤츠 코리아의 전동화 정책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소방당국은 사고 차량을 24시간 수조에 넣어 열폭주를 방지한 뒤, 감식을 통해 화재 원인을 조사할 계획이다. 다만 지난해 발생한 EQE 화재 당시에는 고열로 인해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등이 손상돼 발화 지점을 규명하지 못했던 만큼, 이번 조사에서도 원인 확인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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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권혁재 기자 mobomtaxi@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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