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마침내 고 오요안나 측에 사과…3가지 합의 조건

2025-10-06 14:14

add remove print link

고인의 어머니, 단식농성 중단

고 오요안나 유가족과 MBC가 합의했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MBC 기상캐스터 고 오요안나 씨의 어머니 장연미 씨가 단식 농성을 멈췄다. 오랜 대치 끝에 사측과 잠정 합의에 이르면서, 지난달 8일부터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본사 앞에서 이어온 27일간의 단식이 마무리됐다. 장 씨는 현재 건강 회복을 위해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 입원 중이다.

고 오요안나 인스타그램
고 오요안나 인스타그램

MBC는 오는 15일 오전 10시, 상암동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회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고인에 대한 공식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하고, 조직 내 인사 제도 전반을 점검하겠다는 뜻을 밝힐 계획이다. 또한 고 오요안나 씨에게 명예 사원증을 수여하고, 유족에게 사과의 뜻을 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MBC 관계자는 이번 합의가 단순한 사과에 그치지 않도록 실질적인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비정규직 방송인들의 처우 개선과 인권 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MBC는 유족과의 합의에 따라 오는 15일까지 본사 내에 오요안나 씨를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로 했다. 단순한 추모를 넘어, 방송계의 구조적 문제를 되돌아보는 상징적 장소로 삼겠다는 취지다.

고 오요안나 인스타그램
고 오요안나 인스타그램

또한 기존의 ‘기상캐스터’ 직무를 폐지하고, 이를 ‘기상기후전문가’라는 정규직 직무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는 고인의 사망 이후 불거진 비정규직 문제와 조직 내 차별 논란을 해결하기 위한 첫 단계로 평가된다. 방송사 내에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고도 고용 형태가 다르다는 점이 꾸준히 문제로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유족은 이번 잠정 합의에 따라 오는 17일 농성장을 정리할 예정이다. 장연미 씨는 “사측의 약속이 진심으로 이행되길 바란다”며 “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방송사들이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장 씨는 단식 내내 기상캐스터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비정규직 방송인의 불안정한 처우를 문제 삼았다.

그의 단식이 이어지는 동안 동료 방송인들과 시민단체, 시청자들까지 연대의 뜻을 보냈다. 특히 ‘직장갑질119’는 장 씨의 단식 현장을 꾸준히 지원하며 사측과의 협의 과정에서도 유족의 입장을 대변했다. 단체는 “이번 합의가 피해자의 명예 회복뿐 아니라 방송계의 구조적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오요안나 인스타그램
고 오요안나 인스타그램

오요안나 씨는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났다. 당시 남긴 유서에는 동료 기상캐스터 2명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고, 이후 해당 사실이 한 매체의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었다.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자 MBC는 자체 진상조사에 착수했지만, 결과가 늦어지고 사측의 대응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후 유족과 시민단체는 MBC가 고인의 명예를 회복하고 내부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전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장 씨의 단식은 그 상징적인 행보였다.

이번 합의로 단식은 멈췄지만, 방송계 전반의 인권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비정규직 방송인들이 불안정한 지위에서 겪는 차별과 압박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또 다른 비극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