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ADHD는 아니라는데…쉽게 고칠 수 없는 '이 진단' 받았다
2025-10-06 19:27
add remove print link
유머 뒤에 숨은 심리적인 고민의 실체
개그맨 김영철이 자신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했다가, 의외의 진단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가 겪고 있던 문제의 원인은 ADHD가 아니라 ‘강박’이었다.
지난 5일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에 공개된 영상 ‘김영철에게 추석에는 세뱃돈 주는 건지 묻다’에서 김영철은 특유의 솔직한 입담으로 근황과 함께 자신의 심리적 고민을 공개했다. 영상 속에서 그는 영어로 자기소개를 하며 유창한 실력을 뽐냈고, 이를 지켜보던 MC들이 “진짜 영어 잘한다”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 “영어 못 알아듣고 충격, 그날부터 독학 시작”
김영철은 “22년 전 캐나다 몬트리올에 갔을 때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을 봤는데, 한마디도 못 알아듣는 나 자신에게 충격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그때부터 독학과 암기로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울산 출신인 그는 “영어를 할 때 약간의 자격지심이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그래서 나는 스스로를 청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웃음을 자아냈다.
같은 울산 출신 MC가 “형의 핏줄은 숨길 수 없다”고 지적하자, 그는 “도산 사람, 청담 사람으로 불러 달라. 내 출신 숨기고 싶다”고 농담 섞인 답변을 하며 특유의 유머 감각을 뽐냈다.
◆ “개그맨 시절 한 달에 320만원 벌었다”
1999년 KBS ‘개그콘서트’의 초창기 멤버였던 김영철은 “그때 TV 한 편당 출연료가 20만원이었다. 한 주에 네 편을 했으니 한 달에 320만원 정도 벌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당시로서는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그는 “방송을 여러 개 하다 보니 늘 정신없이 바빴다”며 “지금 생각하면 그때부터 산만한 모습이 시작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과 행동을 본 MC들이 “형, 혹시 성인 ADHD 아니냐”고 묻자 김영철은 “정신의학 전문의에게 실제로 2시간 동안 검사받았다”며 “의사가 ‘ADHD는 아니다’라고 하더라”고 털어놓았다.

◆ “ADHD 아니고 강박증이었다”
그는 “의사가 ‘혹시 강박이 있냐’고 물어보길래 그렇다고 했다. 그러자 ‘ADHD라면 검사지를 풀지 않으려 했을 거다. 그런데 오히려 당신은 완벽히 하려는 성향이 강하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영어 공부나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도 그 강박 덕분이라고 하더라”며 담담히 말했다.
김영철은 “나는 강박을 즐기며 산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미디언에게 강박은 흔하다. 무대에 서면 모든 타이밍을 완벽하게 계산하려는 게 직업병처럼 따라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 방송국에는 코미디 프로그램이 거의 사라져 신인 코미디언들이 설 자리가 없다”며 씁쓸함을 내비쳤다.
◆ 강박증, 완벽을 추구하지만 마음은 불안
김영철의 고백을 계기로 강박증(Obsessive-Compulsive Disorder, OCD)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강박증은 머릿속에 원치 않는 생각이나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떠오르고, 이를 없애기 위해 특정 행동을 되풀이하는 정신건강 질환이다. 예를 들어 손을 계속 씻거나, 문을 잠갔는지 반복 확인하는 행동 등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강박증이 단순한 성격 문제가 아니라 뇌의 불균형과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도파민과 세로토닌의 조절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불안감이 커지고, 그 불안을 줄이려는 반복적 행동이 습관으로 굳어지는 것이다.

◆ 치료와 관리, 꾸준한 노력 필요
강박증은 조기에 치료하면 충분히 호전될 수 있다. 인지행동치료(CBT)는 비합리적인 사고 패턴을 교정해 강박적 행동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또한 약물치료를 병행하면 불안을 완화하고 사고의 강도를 낮출 수 있다. 전문가들은 “스스로 병을 부정하지 않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명상, 호흡 조절, 규칙적인 운동은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완벽주의적 성향을 완화하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가족과 친구의 이해와 지지가 회복 과정의 큰 힘이 된다.
◆ “강박을 약점이 아닌 에너지로”
김영철의 사례는 강박이 단순히 부정적인 특성이 아니라, 때로는 집중력과 추진력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 에너지가 자신을 옥죄는 순간, 그것은 병이 된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강박을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필요할 땐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완벽을 추구하며 불안에 시달리는 이들이 늘어나는 시대다. 김영철의 고백은 웃음 뒤에 숨은 인간적인 면모와 함께, 마음의 병을 솔직히 드러내는 용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