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평균 1만보 걸을 만큼 바빴던 교사, 추석 이틀 앞두고 숨진 채 발견

2025-10-06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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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눈물, 과부하의 그늘
교권 위기, 누가 선생님을 지키나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시점, 한 중학교 교사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오랜 기간 학교 현장에서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 명의 교사가 현장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쓰러진 것이다.

충남 아산의 한 중학교에서 근무하던 41세 교사 A씨는 지난 4일 오후 자택에서 의식을 잃은 채 가족에 의해 발견됐다.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가족들은 “평소 과중한 업무로 인해 심한 스트레스와 피로에 시달려왔다”며 “최근에는 불면증이 심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예약해둔 상태였다”고 전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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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장비 고장에 1만 보를 넘긴 하루

A씨는 지난해부터 학교 내 방송 업무를 맡아왔다. 문제는 장비가 노후해 정상적인 송출이 어렵다는 점이었다. 교내에서 방송이 끊길 때마다 직접 교실을 일일이 확인해야 했고, 그가 담당한 학교는 60개 교실이 넘는 대형 학교였다. 유족이 확인한 스마트폰 기록에 따르면 그는 학교에서만 하루 평균 1만 보 이상을 걸었다고 한다. 단순한 행정업무뿐 아니라 육체적 노동까지 감당해야 했던 셈이다.

여기에 지난 6월에는 교권 침해가 발생한 학급의 임시 담임을 맡았고, 최근엔 동료 교사의 공석으로 인한 추가 업무까지 떠맡았다. 심리적 압박이 극도로 높아진 상태에서 불면증까지 겹쳤고, 결국 몸과 마음이 한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 “끝까지 학생 걱정하던 선생님이었다”

동료 교사들은 A씨를 “항상 학생을 먼저 생각하던 교사”로 기억했다. 한 교사는 “학생들이 수업을 정상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언제나 앞장서셨다”며 “방송 사고가 나면 퇴근 후에도 학교로 달려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마지막까지 학생을 걱정하던 선생님이었는데, 결국 교직의 무게를 홀로 견디다 쓰러지신 것 같다”고 애통해했다.

충남교사노조는 이번 사건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로 규정했다. 최재영 위원장은 “선생님은 건강이 악화한 상황에서도 학교와 학생을 먼저 생각하며 묵묵히 책임을 다하셨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교사의 생명과 권리를 지키는 제도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Shutterstock AI-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Shutterstock AI-shutterstock.com

◆ 반복되는 교사들의 ‘업무 과부하’

최근 몇 년 사이 교사들의 극단적 선택이 잇따르고 있다. 수업뿐 아니라 생활지도, 행정, 상담, 행사 준비 등 다양한 업무가 한 사람에게 집중되기 때문이다. 특히 ‘교권 침해’ 사건이 늘어나면서 정서적 소진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교육 당국의 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실질적인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육 현장 관계자들은 “교사들은 학생과 학부모, 행정 사이에서 끊임없이 압박을 받는다”며 “교권 보호와 행정 분담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또 “교사도 감정노동자이며, 적절한 심리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 업무 스트레스가 불러오는 ‘강박증’의 그림자

A씨가 보였던 불면과 극심한 피로, 완벽주의적 업무 태도는 사실상 강박 성향의 전형적인 패턴과 닮아 있다. 실제로 과중한 업무와 긴장 상태가 지속될 때 사람은 ‘통제감’을 유지하려는 심리적 반응으로 강박적인 행동을 보이기 쉽다. 책상을 반복적으로 정리하거나, 일의 완벽함을 집착적으로 추구하는 행위가 대표적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강박증(Obsessive Compulsive Disorder·OCD)은 단순한 성격 문제가 아니라 뇌의 신경전달물질 불균형에서 비롯된다. 세로토닌 기능이 저하되면 불안이 높아지고, 이를 억누르기 위한 강박적 사고나 행동이 나타난다. 심할 경우 수면장애, 불안장애, 우울증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강박증은 특히 교사, 간호사, 연구직 등 ‘완벽’을 요구하는 직업군에서 빈번하다. 자신의 일에 높은 기준을 세우고, 작은 실수조차 용납하지 못하는 성향이 업무 스트레스와 결합하면서 증상을 악화시킨다. 전문가들은 “책임감이 강하고 성실한 사람들이 오히려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 마음이 보내는 ‘경고 신호’를 외면하지 말아야

불면, 식욕 저하, 잦은 두통, 반복적인 불안감은 모두 정신적 과부하의 신호다. 이런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전문의 상담이 필요하다. 꾸준한 운동, 명상, 수면 리듬 회복이 초기 강박 증상 완화에 효과적이며, 증상이 심할 경우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가 병행된다.

전문가들은 “교사와 같은 공공 직군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제도적으로 정기적인 심리검진과 상담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www.129.go.kr/109/etc/madlan)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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