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아파트 수영장에서 물에 빠진 시민, 망설임 없이 살려낸 여성 '정체'
2025-10-08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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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용소방대원의 긴급 구조, 생명을 살리다
수영장에서 펼쳐진 헌신적인 응급처치
수영장에서 목숨을 잃을 뻔한 시민을 한 여성이 살렸다.
지난달 14일 오후 3시 40분쯤, 경기 용인시 기흥구의 한 아파트 커뮤니티 수영장에서 긴급 상황이 발생했다. 수영을 즐기던 60대 남성 A씨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물에 떠올랐다는 신고가 아파트 내부에 울려 퍼진 것이다. 주변 수영강사는 즉시 A씨를 물 밖으로 끌어올리며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지만, 혼자서 지속적인 응급조치를 이어가기에는 힘에 부쳤다.
그때 한 여성이 다가와 “제가 의용소방대원이라 심폐소생술을 할 줄 안다. 교대하자”고 제안했다. 수원 권선의용소방대원으로 활동하는 박현경(55) 씨였다.

수영장에서 발생한 위급한 상황을 여성 의용소방대원이 구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의용소방대원은 화재나 재난 상황에서 구조와 구급 업무를 보조하는 자원봉사 조직원으로, 평소 응급처치와 심폐소생술을 익히고 있다.
경기 수원남부소방서에 따르면, 박 대원은 당시 집에서 씻고 있던 중 밖에서 들려오는 웅성거림과 “사람이 쓰러졌다”, “심장마비 환자 같다”는 고함을 들었다. 순간 언니가 달려와 “네가 나가봐야 할 것 같다”고 말하자, 박 대원은 몸을 제대로 씻지도 않고 옷을 입은 채 수영장으로 달려갔다.
현장에 도착했을 때 A씨는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채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박 대원은 발목에 붙어 있는 번호표를 확인하고, A씨가 과거 심장판막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박 대원은 수영강사와 교대로 심폐소생술을 진행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자동제세동기(AED)를 가져오도록 요청했다. 제세동기를 사용해 여러 차례 충격을 주며 심폐소생술을 계속한 끝에 A씨의 혈색이 돌아왔지만, 의식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이때 주민들이 신고한 119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다. 박 대원은 구급대원에게 상황을 설명하며, 제세동기 사용 횟수와 심폐소생술 진행 경과를 전달했다. 이후 A씨는 즉시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며, 추석 전날인 지난 5일 상태가 호전돼 일반 병실로 이동할 수 있었다. 박 대원은 “심폐소생술을 하면서도 의식이 돌아오지 않아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며칠 전 A씨가 전화로 ‘정말 고맙다’고 하며 감사 인사를 전하자 눈물이 날 정도로 기뻤다”고 말했다.

박 대원의 활약은 아파트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소개되며 주민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수원남부소방서는 A씨를 구조한 공로로 박 대원에게 표창장을 수여할 예정이다.
박 대원은 2022년부터 의용소방대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공인중개사로 일하던 그는 소방관 고객의 추천으로 의용소방대에 가입했다. 평소 봉사와 기부 활동에 적극적인 그의 열정을 높이 평가받은 결과였다. 박 대원은 지난해 4월에도 수원 팔달구 시장에서 쓰러진 시민에게 응급처치를 시행해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그는 “이번 사건도 나 혼자 한 일은 아니다. 주변 사람들이 함께 심폐소생술을 돕고 구급차를 불러줘서 구조가 가능했다”며 “무엇보다 A씨가 무사히 회복한 것이 가장 다행”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번 사건은 일상 속에서도 언제든 생길 수 있는 응급 상황에서, 평소 교육과 준비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박 대원처럼 평소 응급처치 방법을 익힌 시민이 있다면, 작은 도움으로도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