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 우울증 심각…유치원생까지 마음에 병 들었다
2025-10-08 19:15
add remove print link
아동 정신건강, 무엇이 위협하는가?
약물 대신 놀이치료가 답이다
최근 10세 미만 아동의 정신 건강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10만 명에 육박하는 어린이들이 정신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것으로 나타나,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를 비롯한 소아 정신건강 문제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ADHD에 대한 인식 확산과 조기 진단이 늘어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일부 아동에게 과도하게 약물이 처방되는 현실을 우려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주영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정신 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1~9세 아동은 9만3655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6만2399명에서 4년 만에 50% 이상 증가한 수치다. ADHD를 비롯해 운동 과다장애, 우울장애, 불안장애, 적응장애 등 소아 정신건강 질환을 모두 포함한 결과다.

특히 10세 이하 아동의 ADHD 약물 처방 인원은 2021년 2만7865명에서 지난해 5만3053명으로 3년 만에 1.9배 증가했다. 의료계는 부모들의 ADHD에 대한 관심 증가와 함께, 과거 단순히 ‘산만하다’고 여겼던 아동들이 조기 발견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진단이 늘어난 것보다 약물에만 의존하는 문화가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아이들의 에너지를 건강하게 발산하고 집중력을 길러주는 것은 약물만으로는 부족하다. 방과 후 운동, 놀이 치료 등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지만, 현재는 무조건 약물 처방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일부 학부모 사이에서는 ADHD 약을 학습 보조 도구처럼 활용해, ‘4세 고시’나 ‘초등 의대반’과 같은 사교육 열풍 속에서 미취학 아동에게까지 처방이 내려지는 경우도 있다는 지적이다. 수도권 한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강남 지역에서는 ADHD 처방을 받은 아동이 다른 지역에서 주의력 검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고 밝혔다.
과도한 선행 학습과 디지털 기기 노출도 아동 정신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거주 9세 이하 아동의 우울증·불안장애 진단 건수는 3309건으로, 4년 만에 3.2배 증가했다. 천근아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이사장은 “유아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정서적 안정과 사회성이다. 15분도 집중하기 어려운 아이를 억지로 앉혀 놓는 것은 뇌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증가하며 정서적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이는 아동 학대와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기기 중독 역시 아동 정신건강 문제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게임, 숏폼 동영상 등 스마트폰에 의존하는 아이들이 증가하면서, 충동 조절 능력과 새로운 환경 적응 능력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교수는 “이런 문제는 청소년 자살, 자해 등 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가정과 학교, 정부가 함께 예방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동 정신건강을 위해 약물에만 의존하기보다, 놀이와 신체 활동, 또래와의 상호작용 등 다양한 치료와 예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또한 부모와 교사가 아이의 정서 상태를 주기적으로 관찰하고, 불안이나 우울 증상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주영 의원은 “아동청소년 정신건강은 성인과 달리 분석과 접근 방식이 달라야 한다. 통계 작성, 진료 체계, 예방 정책 모두 특화된 관점이 필요하다”며 “정신건강 개선과 자살 위험 감소를 위해 아동·청소년에게 맞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환경과 학습 압박이 심화되는 현대 사회에서, 아동 정신건강을 지키는 것은 단순한 치료를 넘어 사회적 책임 문제라고 지적한다. 약물 처방에만 의존하는 대신, 정서적 안정과 사회적 경험을 충분히 제공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동의 마음과 뇌 발달은 한 번 손상되면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가정과 교육 기관, 사회 전반에서 선제적 관리와 관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