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 5년간 부정당업체 제재 1,500건…안전위반 제재는 ‘0건’”
2025-10-09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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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불이행 758건 최다…‘근로자 사망사고’ 제재 불가, 법 공백 여전
이재명 대통령 “외청이 제멋대로 해선 안 돼…청과 부처 모두 책임져야”
해외선 산업안전 의무 위반도 입찰 제한…‘국가계약법’ 손질 시급
[대전=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공공조달의 신뢰는 계약의 투명성과 안전관리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최근 5년간 조달청이 부정당업체에 내린 제재 1,500여 건 중 산업안전 관련 제재는 단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공공조달 관리체계의 허점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대전 유성갑)이 조달청으로부터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조달청이 부정당업자 제재를 내린 건수는 총 1,515건이다. 이 중 가장 많은 사유는 계약 불이행(758건)이었고, 부실·조잡 시공(252건), 입찰 담합(199건) 등이 뒤를 이었다.
문제는 산업안전법 위반으로 제재된 사례가 5년간 ‘0건’이었다는 점이다. 현행 국가계약법은 “2명 이상 사망사고”가 발생해야 제재 사유로 인정하고 있어, 단독 사망사고나 중대재해 발생 기업이라도 조달사업 참여를 막을 근거가 없다. 올해 상반기 건설현장 사망자만 189명에 달하지만, 행정 제재는 사실상 전무하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각 부의 외청들은 부처가 시집·장가간 아들딸처럼 신경 써 챙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외청은 제멋대로 해도 되는 조직이 아니며, 문제가 생기면 청과 지휘·감독 기관 모두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이 발언은 이번 조달청 사례와 맞닿아 있다. 산하 외청이 사실상 자율운영 체계로 방치되면서 관리·감독의 공백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조 의원은 “근로자 안전을 방기한 사업자에 대한 제재 근거가 없다는 건 심각한 문제”라며 “산업재해를 일으킨 업체에 대해 조달계약 제한을 가능하게 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외 주요국들은 이미 공공조달의 제재 범위를 ‘경제적 위반’에서 ‘사회적 책임 위반’으로 확대했다.
영국은 2015년 「공공조달규정」을 개정해 산업안전·환경·노동권 침해 기업을 입찰 배제 대상으로 지정했고, 일본도 ‘근로자 사망사고 기업’의 입찰을 최대 2년간 제한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전문가들은 “조달청은 단순한 행정기관이 아니라 국가 신뢰를 지탱하는 핵심축”이라며,
“법적 공백이 해소되지 않으면 부실시공과 근로자 희생이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조승래 의원은 “공공조달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효율보다 안전과 신뢰가 우선 가치가 돼야 한다”며, “외청의 관리 책임을 강화하고, 부처가 함께 책임지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