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뒤 늘 나오던 급발진 주장… 올해 감정 건수 확인해보니

2025-10-0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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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늘던 급발진 감정, 올해 절반 이하로 ‘뚝’
최근 5년간 396건 조사했지만… 진짜 급발진은 ‘0건’

사고만 터지면 따라붙던 ‘급발진’ 주장이 올해는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gnepphoto-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gnepphoto-shutterstock.com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해마다 늘던 급발진 의심 사고 감정 건수가 올해 들어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운전자들이 무작정 차량 결함을 주장하기보다는 페달 오조작 가능성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확산된 결과로 해석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정춘생 의원실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국과수에 접수된 급발진 감정 건수는 40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96건에서 크게 줄어든 수치다.

국과수 통계에 따르면 감정 건수는 2021년 51건, 2022년 67건, 2023년 105건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였고, 지난해에는 연간 133건으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올해는 추세가 꺾이며 감소세로 돌아섰다.

국과수 관계자는 “2022년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가 사회적 주목을 받으며 감정 요청이 늘었지만, 이후 대부분이 운전자 과실로 판명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교통경찰 관계자도 “과거에는 사고 직후 무조건 차량 문제를 주장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관련 분석 결과가 널리 알려지며 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서울 시청역 교차로에서 차량을 몰다 9명을 숨지게 하고 6명을 다치게 한 차모(69) 씨가 경찰 조사에서 급발진을 주장했으나, 가속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항소심에서 금고 5년형을 선고받았다. 사진은 당시 사고 현장. / 뉴스1
지난해 7월 서울 시청역 교차로에서 차량을 몰다 9명을 숨지게 하고 6명을 다치게 한 차모(69) 씨가 경찰 조사에서 급발진을 주장했으나, 가속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항소심에서 금고 5년형을 선고받았다. 사진은 당시 사고 현장. / 뉴스1

실제로 국과수가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약 5년간 감정한 총 396건 중 ‘진짜 급발진’으로 결론 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이 가운데 340건, 즉 약 86%는 운전자가 브레이크 대신 가속 페달을 밟은 ‘오조작’으로 확인됐다. 나머지는 차량이 완파되거나 사고기록장치(EDR) 데이터가 손상돼 원인 규명이 불가능한 경우였다.

이 같은 추세 속에 정부와 유관기관은 고령 운전자를 중심으로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해당 장치는 차량 전·후방 센서와 카메라로 장애물을 감지해 운전자가 페달을 잘못 밟아도 돌발 출발을 막는 기능을 한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지난해 10월부터 두 달간 충남 천안과 전북 정읍 지역 65세 이상 택시 기사 60명을 대상으로 장치를 시범 운영했다. 이 기간 3명의 운전자에게서 9건의 오조작이 발생했지만 장치가 즉시 작동해 모두 사고를 방지했다.

성과를 확인한 공단은 올해 경찰청과 협약을 맺고 시범 대상을 141명으로 확대했다. 분석 결과는 이르면 이달 말 공개될 예정이다.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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