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 고통만큼 고통받으세요” 전 K리거 충격 폭로에 난리 난 한국 축구
2025-10-1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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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계 폭력 폭로, 감독 논란의 중심에 서다
K리그 팀 울산 HD가 사령탑 교체 하루 만에 예상치 못한 대형 악재를 맞으며 또다시 위기에 몰렸다.

성적 부진으로 신태용 감독이 물러난 직후, 그를 대신할 노상래 신임 감독 대행이 과거 선수 폭행 및 폭언 의혹에 휩싸였다.
가뜩이나 현재 울산 구단은 김광국 대표이사까지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지라 구단 전체가 더 큰 혼란에 빠졌다.
10일 전남 드래곤즈 출신 골키퍼 임민혁은 노상래 대행의 선임 소식이 발표되자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과거 노 대행의 부적절한 지도 행위를 주장하는 장문의 편지를 공개했다.
임민혁은 2017년 전남에 신인으로 입단했을 당시 노상래 감독과 사제 지간이었다.
임민혁은 편지에서 노 대행을 향해 "저는 오늘 뉴스를 본 뒤부터 손발이 덜덜 떨리고, 하던 일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라며 심정을 밝혔다. 이후 그는 "그때의 만행을 기억하십니까?"라고 물으며 구체적인 폭력 사례를 언급했다.

임민혁은 "신인급 선수들의 행동이 마음에 안 든다고 보란 듯이 고참을 폭행했다", "연습경기 결과가 마음에 안 든다고 선수의 배를 향해 공을 수차례 찼다", "경기 당일, 저를 향해 에너지가 없어 보인다는 이유로 폭언을 퍼붓고 라인업에서 빼버리겠다고 협박했지 않나" 등의 발언으로 과거 노 대행에게 겪은 일을 폭로했다.
그러면서 임민혁은 "저는 그날 이후 다짐했다. 제가 선수로 대성하진 못해도, 경기장에서 폭력을 쓰는 사람이 쉽게 지휘봉을 잡게 놔두진 않을 테다"라고 말했다.
임민혁의 편지는 계속 이어졌다. 그는 "군자의 복수는 십 년이 지나도 늦지 않다’는 말이 떠오른다"며, "축구계 일각에서는 ‘좋은 사람’으로 평가가 자자하신 것 안다"면서 노 대행을 비난했다.
이어 "공식 사과할 마음도 없으시겠지만, 저 역시 용서할 생각이 없다. 그래도 일말의 죄책감이나 최소한 양심의 가책은 느끼길 바라며 마음 무겁게 글을 쓴다"고 말했다.
노상래 대행은 선수 시절, 전남과 대구 등에서 활약했던 국가대표 출신 공격수였다. 은퇴 후에는 전남과 강원에서 지도자로 활동했으며 최근까지 울산 유소년 디렉터를 맡아왔다.
이번 시즌 울산은 악재가 너무 많이 꼈다는 평이다. 지난 시즌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울산을 갑작스레 떠난 이후, 울산은 쉽사리 기존 강자다운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지난 시즌에는 우여곡절 끝에 리그 우승을 했지만, 올해는 김판곤 전 감독 경질에 이어 신태용 전 감독이 8경기 1승이라는 처참한 성적으로 경질됐다. 한 시즌에 두 명의 감독이 경질된 초유의 사태다.
현재 울산은 리그 10위, 즉 파이널 B(하위 스플릿)로 추락하며 강등 위험에 놓인 상황이 됐다.

구단은 노상래 대행 체제로 남은 시즌을 치르며 위기에서 벗어나겠다고 했지만, 임민혁의 폭로가 터지면서 '소방수' 역할은 커녕 팀 전체에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하게 됐다.
노상래 대행 측은 아직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번 사태는 K리그를 더불어 한국 축구계 전체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하 임민혁의 '노상래 감독대행께 드리는 편지' 전문
울산이 신태용 감독을 경질하고 노상래 대행 체제로 들어선다는 뉴스를 보고, 연휴인데도 불구하고 노트북을 켰습니다.
저와의 인연은 2017년, 제가 신인으로 전남 드래곤즈에 입단했을 때 사제 지간으로 시작되었죠.
신인 골키퍼임에도 불구하고 저를 K리그1에 데뷔시켜 준 감독님이라 마음 한켠에 감사함은 늘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오늘 뉴스를 본 뒤부터 손발이 덜덜 떨리고, 하던 일에 집중이 되지 않았습니다.
노 대행님, 그때의 만행을 기억하십니까?
신인급 선수들의 행동이 마음에 안 든다고 보란 듯이 고참을 폭행했죠. 연습경기 결과가 마음에 안 든다고 선수의 배를 향해 공을 수차례 찼던 일은요? 그리고 경기 당일, 저를 향해 에너지가 없어 보인다는 이유로 폭언을 퍼붓고 라인업에서 빼버리겠다고 협박했던 일은요? 가해자이기 때문에 당연히 기억에서 흐릿하시겠죠.
저는 그날 이후 다짐했습니다. 제가 선수로 대성하진 못해도, 경기장에서 폭력을 쓰는 사람이 쉽게 지휘봉을 잡게 놔두진 않을 것이라고요. 그러나 제 바람이 무색하게 거의 10년이란 세월이 지나서야 이렇게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군자보구 십년불만.
‘군자의 복수는 십 년이 지나도 늦지 않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뭐, 복수까지는 아니지만 오늘날의 대행님과 저를 두고 하는 말 같기도 하네요.
축구계 일각에서는 ‘좋은 사람’으로 평가가 자자하시던데, 유대인을 가스실에 보냈던 독일 공무원들도 누군가에게는 좋은 부모, 자식, 친구였을 평범한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악은 그렇게 언제나 곁에 조용히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본인의 자식이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의 자식도 소중한 것을 지금은 조금 아시려나요?
돌이켜보면 주전 선수들에게는 한없이 너그럽고 다정했던 감독이었기에, 오늘 이 글에 동의하지 못하는 선수들도 있을 것입니다. 8년 후인 오늘, 대행직으로 그런 일을 다시 재연할 리도 만무하겠지만, 그럼에도 과거사는 바로잡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다짜고짜 앞길을 막으려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에는 그런 생각이 강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강한 마음도 서서히 녹아내리더군요.
그러나 응원할 생각도 없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피해자들이 고통받았던 만큼만 고통받으면서 살아가십시오.
공식 사과할 마음도 없으시겠지만, 저 역시 용서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래도 일말의 죄책감이나 최소한 양심의 가책은 느끼길 바라며 마음 무겁게 글을 씁니다. 글은 잘 써지는데 마음이 무거운 적은 처음입니다.
오늘 이 무거운 사제 간의 편지가 폭력도, 폭언도 없는 체육계의 변화에 작은 보탬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