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유재산 10곳 중 9곳 ‘수의계약’… 1조9,800억 원, 경쟁입찰 없이 팔렸다
2025-10-1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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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자산 투명성 무너져… 법 원칙 유명무실” 지적

[대전=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국유재산 매각의 10곳 중 9곳 이상이 경쟁입찰 없이 수의계약으로 거래된 것으로 드러나, 공공자산 관리의 투명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법은 ‘일반경쟁입찰’을 원칙으로 명시하고 있지만, 실제 운영은 예외가 관행처럼 굳어진 셈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 대전 유성갑)이 한국자산관리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2024년) 매각된 국유재산 20,636필지 가운데 94.7%(19,544필지)가 수의계약으로 처분됐다. 금액 기준으로는 1조 9,808억 원이 경쟁 없이 거래됐다. 이는 2022년 99%, 2023년 97.3%에 이어 여전히 90%를 넘는 수준이다.
국유재산법 제39조는 “국유재산 처분 시 공고 후 일반경쟁에 부쳐야 한다”고 규정하지만, 실제로는 각종 예외 규정이 남용되며 제도의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매각된 필지 중 43.9%(9,058필지)는 개인이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 의원은 “국유재산은 국민의 재산이자 세금으로 관리되는 자산인데, 폐쇄적 수의계약이 관행이 된 것은 문제”라며 “특혜나 불투명한 매각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정당국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국유지 매각의 수의계약 비율이 90%를 넘는 국가는 OECD 내에서도 거의 없다”고 지적한다.
영국은 2015년 ‘공공자산 투명화법’을 제정해 5억 파운드 이상 규모의 부동산 매각은 온라인 경쟁입찰을 의무화했고, 일본 역시 국유지 매각 시 낙찰 과정 전면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
이에 대해 재정 당국은 “낙후지역·공공사업 등 특수목적 부지를 수의계약으로 매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명하지만,
국회에서는 “이 같은 ‘특례 남용’이 수십 년간 누적돼 사실상 제도적 허점이 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조승래 의원은 “국유재산 관리의 기본은 투명성과 공정성”이라며 “수의계약 비율을 줄이고, 입찰과정의 정보공개를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