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 폭증... 아프리카서 폭발적인 인기 끌고 있는 '뜻밖의 한국 생선'

2025-10-12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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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차게 수출하는 동시에 수입량도 어마어마한 생선의 정체

경북 포항시 송도동에 있는 포항수협 냉동창고에서 수협 직원들이 갓 잡아온 고등어 위에 얼음을 쏟아붓고 있다. / 뉴스1 자료사진
경북 포항시 송도동에 있는 포항수협 냉동창고에서 수협 직원들이 갓 잡아온 고등어 위에 얼음을 쏟아붓고 있다. / 뉴스1 자료사진

마트에서 고등어 가격표를 보고 깜짝 놀란 적 있는가. 서민 생선의 대명사였던 고등어가 요즘 귀한 몸이 됐다. 국가데이터처가 최근 내놓은 자료를 보면, 지난달 고등어 값은 1년 전보다 무려 10.7%나 뛰었다. 전체 물가 상승률 2.1%와 비교하면 다섯 배나 높은 수치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에선 고등어를 구하기 어렵다며 아우성인데 해외 수출은 날개 돋친 듯하다는 것. 지난 1~4월 고등어 수출량을 보면 3만7888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4178톤)보다 167%나 폭증했다. 역대 최고를 기록했던 2023년보다도 4.2% 더 많다.

수출 물량만 국내로 돌리면 될 것 같지만 문제 해결이 간단치 않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비밀은 바로 고등어의 크기에 있다. 한국인 식탁에 오르는 고등어는 최소 200g은 넘어야 한다. 특히 조림이나 찌개, 구이용으론 300g 이상의 중대형 고등어가 인기를 끌고 잇다. 200g이 안 되는 작은 녀석들은? 대부분 사료나 미끼로 쓰인다.

한국은 사진에서처럼 큰 고등어를 선호한다. / 뉴스1 자료사진
한국은 사진에서처럼 큰 고등어를 선호한다. / 뉴스1 자료사진

큰 것만 골라서 잡으면 되지 않느냐고? 그게 쉽지 않다. 고등어는 바다 위에 그물을 넓게 펼쳐놓고 한꺼번에 끌어올리는 '선망 어업' 방식으로 잡는다. 크기별로 구분해 잡는 게 불가능하다.

원래 제주도 바다는 고등어의 터전이었다. 크고 작은 고등어가 골고루 잡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기후변화로 인해 물살이 거세지면서 풍랑특보가 2022년 734건에서 지난해 929건으로 급증했다. 어선들이 제주 바다로 나가기 어려워졌다. 대신 부산 앞바다가 새로운 고등어 어장으로 떠올랐다. 문제는 부산 바다에서 잡히는 고등어의 70~80%가 200g이 안 된다는 점이다. 그러니 고등어는 많이 잡혀도 정작 우리가 먹을 고등어는 줄어든 셈이다.

그렇다면 이 작은 고등어들은 어디로 갈까. 답은 아프리카다. 가나, 나이지리아, 코트디부아르가 한국산 고등어의 주요 수입국으로 떠올랐다. 이들 3개국만 해도 1~4월 수출액의 70.5%를 차지했다. 2023년 한 해로 따져도 수출 고등어의 60% 이상이 이들 나라로 향했다.

아프리카가 한국산 고등어에 빠진 데는 이유가 있다. 원래 이들은 러시아와 일본에서 생선을 주로 수입했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의 무역 제재가 강해지면서 러시아산 수입이 막혔다. 일본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후 어선 출항을 줄이면서 고등어 어획량이 뚝 떨어졌다.

이때 등장한 게 한국산 고등어다. 아프리카에선 생선을 통째로 튀기거나 훈제해 먹는 요리가 발달했다. 작은 생선이 오히려 조리하기 편하다. 국내에선 '망치고등어'라 불리며 사료로 쓰이던 소형 고등어가 아프리카에선 최고의 식재료가 됐다. 가격까지 저렴하니 금상첨화다.

국내 연근해에서 잡히는 고등어의 3분의 2가량은 씨알이 작은 망치고등어다. 아프리카는 이 망치고등어를 주로 수입한다. 이 때문에 고등어를 줄기차게 수출하는 동시에 노르웨이에서 고등어를 들여와 구이와 찌개를 해먹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에 따르면 노르웨이 고등어 한국 수출량은 아시아 수출국 중 1위다.

비싸졌다고 외면하기엔 고등어란 생선이 가진 영양학적 가치가 크다. 고등어는 '바다의 보약'으로 불릴 만큼 영양 성분이 풍부하다. 특히 오메가3 지방산인 DHA와 EPA가 풍부해 혈관 건강에 탁월하다. DHA는 뇌 발달과 기억력 향상에 도움을 주고, EPA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심혈관 질환 예방에 효과적이다.

단백질 함량도 뛰어나다. 고등어 100g에는 약 20g의 단백질이 들어있어 근육 형성과 유지에 필요한 필수 아미노산을 충분히 공급한다. 특히 성장기 어린이나 노년층의 근육 건강 유지에 좋다.

비타민도 풍부하다. 비타민 D는 칼슘 흡수를 도와 뼈 건강을 지키고, 비타민 B12는 적혈구 생성과 신경계 기능 유지에 필수적이다. 또한 비타민 B6와 나이아신이 함유돼 에너지 대사를 활성화하고 피로 회복에도 도움을 준다.

미네랄 측면에서도 우수하다. 셀레늄은 항산화 작용으로 세포 손상을 막아주고, 인은 뼈와 치아 건강에 기여한다. 마그네슘은 근육 이완과 신경 안정에 도움을 주며, 칼륨은 나트륨 배출을 도와 혈압 조절에 효과적이다.

고등어 지방은 불포화지방산 비율이 높아 '좋은 지방'으로 분류된다. 포화지방이 적어 콜레스테롤 걱정 없이 먹을 수 있으며, 오히려 혈중 중성지방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이 때문에 다이어트 식단에도 자주 활용된다.

타우린 성분도 주목할 만하다. 타우린은 간 기능 개선과 피로 해소에 탁월하며, 혈압 안정화에도 기여한다. 특히 음주 후 간 해독 작용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등어 조리법은 다양하다. 구이, 조림, 찌개는 물론 회로도 즐길 수 있다. 등 푸른 생선 특유의 비린내가 걱정된다면 된장이나 고추장 양념을 활용하면 풍미가 살아나면서 비린내도 잡을 수 있다. 쌈 채소와 함께 먹으면 영양 균형도 맞출 수 있다.

다만 고등어는 퓨린 함량이 높아 통풍이 있거나 요산 수치가 높은 사람은 과다 섭취를 피하는 게 좋다. 또 히스타민이 생성될 수 있어 신선도 관리가 중요하다. 구입 후엔 최대한 빨리 조리하거나 냉동 보관하는 게 안전하다.

한국 망치 고등어가 아프리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 '웬지식' 유튜브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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