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 1000원템과 똑같다?…'160만원' 가격 논쟁 터진 '명품' 정체
2025-10-10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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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예술인가 허영인가?
터무니없는 가격, 소비자의 눈높이를 시험하다
명품은 결국 아이디어 싸움일까, 아니면 허영의 상징일까.

프랑스 명품 브랜드 발렌시아가가 이번엔 '박스테이프'를 연상시키는 팔찌를 내놓으며 또 한 번 가격 논란의 중심에 섰다. 가격은 무려 160만원대. 이 소식을 접한 다수 국내 네티즌은 생활용품점 다이소에서는 비슷한 디자인의 박스테이프를 단돈 1000원에도 구매할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오며 때아닌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박스테이프 닮은 '160만원대 팔찌', 이름은 '개퍼 뱅글'
최근 패션 업계에 따르면 발렌시아가는 이번 시즌 프랑스 파리 패션위크에서 투명 레진(Resin) 소재로 제작된 여성용 팔찌 '개퍼 뱅글(Gaffer Bangle)'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투명한 플라스틱 형태에 검정색 띠가 둘러져 있으며, 띠 위에는 'Balenciaga Adhesive(발렌시아가 어드허시브)'라는 문구가 인쇄돼 있다. 얼핏 보면 택배 상자 포장에 쓰이는 박스테이프와 거의 구분이 안 될 정도다.
현재 발렌시아가 한국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해당 제품이 160만원대에 판매 중이다. 브랜드 측은 제품 설명에서 고급 레진으로 수작업 제작된 디자인 액세서리라고 강조했지만, 온라인에서는 그냥 박스테이프를 손목에 감아놓은 것 같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발렌시아가 측은 "국제 안전 규정을 준수한 고품질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졌다"며 "사용 중 형태 변형이나 자국이 생길 수 있으나 이는 소재 특성상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결함이 아니다"라는 설명도 남겼다.
이러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가격에 대한 납득은 쉽지 않다는 반응이 압도적이다. 일각에서는 '소재가 레진이면 원가가 몇천원 수준일 텐데 160만원은 과하다' '예술이라고 보기엔 너무 단순하다' 등의 반응도 나오고 있다.

'쓰레기봉투·감자칩 지갑'에 이어 또 갑론을박
발렌시아가가 일상용품과 유사한 디자인으로 논란에 휘말린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브랜드는 쓰레기봉투에서 영감을 얻은 '트래시 백 파우치(Trash Bag Pouch)'를 1790달러(한화 약 250만원)에 출시해 비판을 받은 적 있다. 당시 제품은 검은색 가죽 소재로 제작됐지만, 외형은 마치 일반 비닐봉투와 다르지 않아 '럭셔리 쓰레기봉투'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이후 감자칩 봉투 모양의 클러치백을 1750달러(한화 약 250만원)에 내놓기도 했다. 해당 제품 역시 디자인은 재미있지만 가격은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이번 '박스테이프 팔찌' 역시 이러한 일상소재 명품화의 연장선에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누군가에게는 예술이고, 누군가에게는 허세로 보이는 이 차이가 바로 오늘날 명품 시장의 아이러니다. 명품이 상징으로 남을지, 풍자로 전락할지는 결국 소비자 판단에 달려 있다.

발렌시아가는 1917년 스페인 출신 디자이너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가 설립한 럭셔리 패션 브랜드로, 현재 파리를 중심으로 전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다. 브랜드는 초기부터 왕실과 귀족을 위한 고급 맞춤복을 제작하며 명성을 쌓았고, 구조적이면서도 건축적인 실루엣, 미니멀한 디자인, 세련된 감각으로 패션계의 혁신을 이끌어왔다. 특히 현대에 들어서는 하이패션과 스트리트 웨어의 경계를 허무는 대담한 시도로 주목받고 있으며, 고품질 소재와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한 정교한 제작 과정으로 최고급 명품이라는 이미지를 확고히 유지하고 있다.
발렌시아가는 '디자이너들의 디자이너'라 불릴 만큼 독창적이고 예술적인 감각을 인정받으며, 시대를 초월한 디자인 철학으로 글로벌 명품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패션에 기술과 지속 가능성을 결합한 현대적 가치관을 강조하고, 의류뿐 아니라 핸드백, 신발, 액세서리, 향수 등 다양한 제품군에서도 창의적이고 차별화된 감각을 선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