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인데 또 발견되다니…포항서 포착된 '이 동물' 정체

2025-10-10 13:51

add remove print link

강력한 시력과 사냥 본능 지닌 야생동물

경북 포항 형산강 하류에서 다시 한 번 희귀한 맹금류가 포착돼 눈길을 끈다.

물수리 깃털을 확대해 보면?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물수리 깃털을 확대해 보면?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바로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인 '물수리'에 대한 소식이다. 이 맹금이 포항 하늘을 가르며 물고기를 낚아채는 장면이 포착되자, 전국의 생태사진가들이 형산강으로 몰려들었다.

10일 포항시 남구 연일읍 형산강 일대에서 관찰된 물수리는 사냥에 한창이었다. 수면 위 약 50m 상공을 선회하던 물수리는 순간적으로 정지비행을 한 뒤, 숭어와 잉어를 향해 낙하해 발톱으로 물고기를 낚아챘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정확한 사냥 솜씨는 자연의 정교함을 그대로 보여줬다.

형산강은 매년 9월 말부터 11월 초 사이 물수리의 일시적 서식지로 알려져 있다. 예년보다 약 보름 늦게 찾아온 올해는 기온 변화와 먹이 자원의 분포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매목 수리과에 속하는 물수리. / 국립생물자원관 립
매목 수리과에 속하는 물수리. / 국립생물자원관 립

물수리는 세계적으로도 독특한 사냥 기술로 유명하다. 매목 수리과에 속하지만, 현존하는 물수리과의 유일한 종으로 분류된다. 몸길이는 55~65cm, 날개를 편 길이는 1.6~1.8m에 달하며, 등은 암갈색, 가슴과 배는 흰색이다. 눈 주변의 검은 줄무늬와 W자 형태의 날개가 특징적이다.

가장 큰 특징은 사냥 방식이다. 수면 위 30~50m 상공에서 정지비행을 하며 먹잇감을 탐색하다가, 눈에 띄는 순간 몸을 곧게 세워 낙하한다. 강력한 발톱과 뒤로 젖힐 수 있는 외측 발가락으로 물고기를 정확히 잡아챈 뒤, 물 위로 솟구친다.

이 때문에 물수리는 '하늘의 어부' 혹은 '공중 낚시꾼' 등으로 불린다. 주로 숭어, 잉어, 붕어, 송어 등 중형 어류를 사냥하며, 먹잇감의 95% 이상이 물고기다.

강 하구에서 발견되고 수면 위를 날다가 정지비행 후 재빨리 낙하하여 물고기를 잡아먹는 물수리. / 국립생물자원관 립
강 하구에서 발견되고 수면 위를 날다가 정지비행 후 재빨리 낙하하여 물고기를 잡아먹는 물수리. / 국립생물자원관 립

물수리가 형산강에 모습을 드러내면, 전국 각지의 생태사진작가들이 삼각대를 들고 이곳으로 모인다. 실제로 사냥 장면이 포착되는 시기에는 하루 수십 명이 동시에 촬영에 나서기도 한다. 그만큼 물수리는 보기 드문 새이자, 순간 포착의 상징이다. 사냥 성공률은 약 50%에 이르며, 한 번의 비행으로 수차례 사냥을 시도하는 장면은 포항의 대표적인 가을철 자연경관으로 자리 잡았다.

환경부는 물수리를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제주도, 남해안, 낙동강 하구, 충남 서천, 경북 포항 등지에서 주로 관찰된다. 대부분 봄과 가을에 이동하는 나그네새이거나, 제주도 일대에서 월동하는 개체군으로 알려져 있다.

등 쪽은 흑갈색이고 가슴 쪽은 흰색인 물수리. / 국립생물자원관 립
등 쪽은 흑갈색이고 가슴 쪽은 흰색인 물수리. / 국립생물자원관 립

국내 번식 사례는 아직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으나, 일부 조류학자들은 남해안 일부 지역에서 번식 개체가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물수리는 깨끗한 수질과 풍부한 어류가 확보돼야만 서식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존재 자체가 지역 생태계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평가된다.

물수리의 사냥 능력은 단순한 본능을 넘어선 정밀함으로 평가된다. 한 마리의 물고기를 포착하기 위해 수면 반사광을 감안한 시각 조절이 가능하고, 물속 물고기의 굴절 각도까지 계산하듯 정확히 낚아챈다. 인간의 3~4배에 달하는 시력 덕분이다.

또한 물수리의 발톱에는 미세한 돌기가 있어 미끄러운 물고기를 단단히 붙잡을 수 있다. 이러한 신체적 특성 덕분에, 물수리는 사냥 후에도 물고기를 떨어뜨리지 않고 둥지나 나뭇가지 위로 나른다.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에 해당하는 물수리. / 국립생물자원관 립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에 해당하는 물수리. / 국립생물자원관 립
물수리는 단순한 맹금류를 넘어 자연의 질서와 균형을 상징하는 존재로 인식돼왔다. 서양에서는 어부의 수호신, 혹은 자유와 독립의 상징으로 묘사되며, 북미 원주민 사회에서는 물수리를 ‘하늘의 전령’으로 불렀다. 우리나라에서도 깨끗한 강을 지키는 수호조로 여겨지며, 제주도에서는 물수리를 ‘자연과의 공존’을 상징하는 새로 인식한다.
유튜브. K-Wild
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