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kg에 1억원 이상... 무게당 가격이 '순금'에 육박하는 버섯

2025-10-12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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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도 능이도 아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버섯

야르차 군부 / 'Gross Science' 유튜브
야르차 군부 / 'Gross Science' 유튜브

세상에서 가장 비싼 버섯이 뭘까? 송이버섯? 능이버섯? 상황버섯? 모두 아니다. 히말라야의 숨 막히는 고산지대, 해발 3000~5000m의 얼어붙은 초원 밑에서 벌레의 몸을 파고드는 버섯이 자란다. 티베트어로 ‘야르차 군부(Yartsa Gunbu)’로 불리는 이 버섯은 수많은 동충하초 가운데에서도 가장 희귀하고 비싸다. 품질이 뛰어난 건 금에 육박할 정도로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겨울엔 벌레, 여름엔 풀’이라는 뜻을 가진 야르차 군부는 그 생태부터가 비정상적이다. 히말라야 고산지대의 박쥐나방 애벌레에 기생한 뒤, 겨울 동안 숙주의 몸속을 서서히 잠식한다. 봄이 되면 균사는 애벌레의 머리를 뚫고 지상으로 솟아오른다. 언 땅 사이로 올라온 균체의 길이는 고작 수cm 남짓이지만, 이 작은 버섯 하나가 만들어내는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파급력은 상상을 넘어선다.

2012년 최상급 야르차 군부는 파운드당 5만 달러(약 6700만 원)에 거래됐다. 1970년대 초반 이후 고품질 품종의 kg당 가격은 무려 4만 배나 올라 최고 11만 달러(약 1억 4700만 원)에 달했다. 무게당 가격이 금에 육박하는 셈이다. 베이징에서는 파운드당 13만 6000달러(약 1억 8200만 원)에 팔리기도 했다. kg당 2만~4만 달러의 가격 덕분에 중국에서는 이 버섯을 ‘연성 금(Soft Gold)’이라고 부른다.

야르차 군부는 번데기동충하초와는 완전히 다른 종이다. 번데기동충하초가 나방의 번데기에 기생하는 반면 야르차 군부는 특정 고산지대의 박쥐나방 애벌레에만 기생한다. 번데기동충하초는 코디세핀(동충하초의 핵심적인 활성 성분)이 풍부하지만 야르차 군부에는 이 성분이 거의 없다. 대신 다당체, 스테롤, 특이 아미노산 등 복합 화합물이 들어있어 전통 티베트와 중국 의학에서 특별한 약재로 취급돼 왔다.

문제는 이 버섯이 오직 히말라야의 극한 환경에서만 자생한다는 점이다. 특정 고도, 기온, 습도, 토양이 모두 맞아야 자라기 때문에 인공 재배는 거의 불가능하다. 한국에서 재배되는 번데기동충하초가 실내 배양으로 대량 생산되는 것과 달리 야르차 군부는 지금도 전적으로 야생 채집에 의존한다.

채집 시기는 봄에서 초여름 사이, 눈이 녹는 짧은 기간뿐이다. 그때가 되면 티베트와 네팔, 부탄 전역의 고산지대에는 수만 명의 채집자가 몰려든다. 그들은 무릎을 꿇고 땅바닥을 한 뼘씩 더듬으며 손끝으로 흙을 파내 버섯을 찾아낸다. 자실체가 끊어지면 값이 떨어지기에 채집에는 고도의 숙련이 필요하다. 종일 허리를 굽힌 채 일하는 노동은 극도로 고되지만 성공하면 한 가구의 1년 생계를 해결할 만큼 큰 수입을 가져다준다.

야르차 군부 / 'Naveen' 유튜브
야르차 군부 / 'Naveen' 유튜브

야르차 군부는 히말라야 지역의 경제를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티베트 농촌에서는 이 버섯이 가구 현금 수입의 40%를 차지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거의 모든 가구가 채집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히말라야 골드러시’로 불릴 만큼 채집 열기가 뜨겁다. 단 몇 주간의 채집으로 한 해 농사보다 많은 돈을 버는 일이 가능해지면서 전통적인 농목업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부의 급등에는 대가가 따랐다. 채집 경쟁이 과열되면서 마을 간 분쟁과 폭력 사태가 잇따랐고, 무분별한 채집으로 자원이 고갈되고 있다. 해마다 고산지대로 몰려드는 인파로 인해 초원이 훼손되고 희귀 식생이 사라지고 있다. 히말라야의 취약한 고산 환경은 이 같은 생태계 교란을 견디기 어렵다.

야르차 군부의 가격은 1998년에서 2008년 사이 900% 이상 폭등했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연평균 20% 가까이 오른 셈이다. 이런 급등은 중국 내 수요 폭발 때문이었다. 중국 전통 의학에서 피로 회복, 신장 질환, 성기능 개선 등에 효능이 있다고 여겨져 ‘히말라야의 비아그라’라는 별칭을 얻었다. 상류층 사이에선 부와 권력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귀한 선물로 거래된다.

과학계에서는 항산화, 항염증, 면역조절 효과가 보고됐지만, 대규모 인체 실험은 부족하다. 그럼에도 수요는 줄지 않고 있다. 자연산 야르차 군부가 워낙 희귀해 인공 재배가 가능한 번데기동충하초가 대체재로 쓰이지만, 시장의 관심은 여전히 진품 야르차 군부에 집중돼 있다.

야르차 군부는 자연의 극한과 인간의 욕망이 교차하는 지점에 서 있다. 이 버섯 하나에 수많은 이의 생계가 달려 있고, 동시에 그것의 존재가 지역 생태를 위협한다. 그런 측면에서 야르차 군부는 자연에서 얻고 잃는 것의 균형이 무너질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야르차 군부 / 'Gross Science' 유튜브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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