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날 남편 살해하고 스스로 세상 떠난 아내…밝혀진 '사연'이 정말 비극적
2025-10-10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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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날 비극, 치매 남편 살해 후 극단적 선택한 아내
추석날, 가족의 사랑과 온정이 오가야 할 시간에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에서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6일 오전 11시경 “사람이 화단에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접수되었고, 출동한 경찰은 50대 여성 A씨가 자신의 아파트 베란다에서 추락해 숨진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수사 과정에서 더 큰 비극이 드러났다. 지하주차장에 세워진 A씨의 차량 조수석에서 의식을 잃은 남편 B씨(60대)가 발견된 것이다. 그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다음 날 결국 숨을 거뒀다. 경찰은 A씨가 남편을 살해한 뒤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 “차라리 죽는 게 낫다”… 블랙박스에 남은 마지막 대화
조사 결과, A씨는 사건 당일 오전 10시쯤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던 남편을 “잠깐 외식을 하겠다”며 데리고 나왔다. 약 한 시간 뒤 비극이 벌어졌다. 차량 블랙박스에는 A씨가 남편에게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말을 건네는 음성이 녹음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서는 외상이나 범행 도구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A씨의 남편 B씨는 지난해 뇌경색을 앓은 이후 인지 기능이 급격히 저하돼 치매 진단을 받았고, 약 20일 전 요양병원에 입원한 상태였다.
A씨는 사업 실패로 10억 원가량의 빚을 떠안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적 어려움과 간병 부담이 겹친 가운데, 오랜 기간 정신적 압박을 받아온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명백한 타살 정황이 있으나, 가해자가 사망했기 때문에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치매, 환자보다 가족을 먼저 지치게 하는 병
치매는 환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의 삶 전체를 뒤흔드는 병이다. 기억력 감퇴로 시작해 판단력, 언어 능력, 성격 변화까지 초래하며, 점차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로 진행된다. 국내 치매 환자는 약 100만 명에 달하고,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꼴로 치매를 앓고 있다. 환자 수 증가 속도는 고령화와 함께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특히 보호자들은 환자의 돌봄 과정에서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부담을 호소한다. 치매 환자는 낮과 밤이 바뀌거나, 가족을 알아보지 못하고 폭언·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돌보는 이들은 수면 부족과 우울증, 경제적 압박에 시달리며, 때로는 사회적 고립감까지 겪는다. 실제로 간병 가족의 30% 이상이 ‘돌봄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다는 조사도 있다.

◆ ‘돌봄의 책임’을 혼자 지지 않도록 사회적 지원 필요
전문가들은 치매 간병을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에게는 주기적인 휴식과 정서적 지지가 반드시 필요하며, 이를 위해 지역사회 돌봄 시스템의 강화가 중요하다. 치매안심센터, 방문요양서비스, 단기 보호시설 등의 활용이 대표적이다.
또한 가족이 모든 간병 부담을 짊어지기보다, 의료진·상담사·사회복지사와의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 정기적으로 전문가와 상담하며 환자의 상태를 점검하고, 돌봄 방법에 대한 교육을 받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가족이 무너질 때 환자의 삶의 질도 함께 무너진다는 점에서, ‘가족을 지키는 돌봄’이 치매 관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 함께 버티는 돌봄, 사회의 역할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가정 내 비극이 아니라, 고령사회가 마주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이 더 이상 한계 상황에 내몰리지 않도록, 사회적 돌봄망과 심리 상담, 경제적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
한 인간의 존엄은 병이 있어도 지켜져야 하며, 이를 위해선 가족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짊어져야 한다. 누군가의 고통이 더 이상 ‘조용한 절망’으로 끝나지 않도록, 치매와 돌봄의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몫으로 남겨두어서는 안 된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www.129.go.kr/etc/madlan)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