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외국서 난리인데…아예 사라질 위기 처한 한국 전통 '이것'의 정체
2025-10-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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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 화제 모았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소멸 위기 맞은 한국 전통 문화유산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한국 전통 모자 '갓'이 정작 국내에서는 소멸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1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민형배(광주 광산을) 의원이 국가유산청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갓을 제작하는 전통기법인 '갓일'의 기능 보유자는 전국에 단 4명만 남았다. 이들의 나이는 평균 83세로, 매우 고령이다.
갓일은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된 전통기술이다. 현재 남아있는 4명의 기능 보유자는 경기와 제주 지역에 각각 2명씩 거주하며, 성별 구성은 남성 2명, 여성 2명이다.
갓은 최근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보이그룹 '사자보이즈'가 착용한 흑립이 실제 전통 갓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외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판매하는 '흑립 갓끈 볼펜' 기념품은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바티칸 베드로 대성당의 김대건 신부 성상도 갓을 쓴 모습으로 제작돼 주목받은 바 있으며, 외국 관광객들도 한복 체험 시 갓을 착용하고 고궁을 찾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처럼 세계적 인기와는 달리 정작 갓을 만드는 전통기술은 존속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갓일'뿐 아니라 전통장, 발탈, 악기장 등 다양한 무형유산이 비슷한 위기에 직면했다.
민 의원이 공개한 '최근 5년간 국가무형유산 전승 취약종목 현황'에 따르면, 전승 취약종목으로 분류된 무형유산은 총 25개에 달한다. 이 중 23개 종목은 5년 이상 취약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전통장 보유자는 94세, 발탈 보유자는 86~91세, 악기장(편종·편경) 보유자는 90세 등 취약종목 보유자의 72%가 70대 이상 고령층으로 확인됐다. 고령화에 따른 전승 기반 붕괴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더 심각한 종목도 있다. 소멸 위험성이 높아 긴급 보전 대상으로 지정된 '국가긴급보호무형유산' 4개 종목 중에서 '나주의 샛골나이', '바디장', '백동연죽장' 3개 종목은 현재 기능 보유자가 아예 없는 상태다.
나주의 샛골나이는 전남 나주 샛골 지역의 무명 짜는 기술과 직녀를 뜻하는데, 2017년 보유자 노진남 씨가 세상을 떠난 뒤 전승 활동이 중단됐다. 베틀의 한 구성 부품인 바디를 제작하는 바디장 기술은 2006년 보유자가 사망한 이후 25년째 후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백동으로 담뱃대를 만드는 백동연죽장도 2018년 보유자 황영보 씨가 별세한 뒤 같은 상황이다. 악기장(편종·편경)은 보유자가 단 1명뿐이라 언제든 단절될 수 있는 위험에 놓였다.

전승자는 점점 줄어드는데 지원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국가무형유산 전체 예산은 2024년 639억 7200만원에서 2025년 543억 4100만원으로 1년 사이 90억원 넘게 삭감됐다. K-컬처가 전 세계적으로 성장하는 흐름과는 정반대 방향이다.
국가긴급보호무형유산 보호·육성 예산은 2020년부터 올해까지 6년 연속 1억 6000만원 수준에 정체돼 있다.
민형배 의원은 "세계가 K-컬처의 전통기술에 감탄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몇 분의 고령 보유자가 겨우 전통기술을 이어가고 있다"며 "이대로면 국가무형유산의 명맥이 끊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보유자 공백 종목의 신규 보유자 발굴, 국가무형유산 보호·육성 지원 확대 등 구체적인 정책 보완과 예산 증액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민 의원은 지난 9월 10일 전통문화가 세계 콘텐츠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케데헌법(콘텐츠산업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