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2장의 잎으로 2천년을 넘게 산다는 '희귀 식물' 정체

2025-10-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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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 년을 버틴 생명, 자연이 만든 철학의 형상?!

사막 한가운데 죽은 듯 메마른 대지 위에서 웰위치아는 묵묵히 생존을 이어가고 있다. 얼핏 보면 시든 잎더미처럼 보이지만, 이 식물은 지구상 그 어떤 식물과도 닮지 않았다. 단 두 장의 잎으로 평생을 살아가며, 그 수명이 무려 2천 년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생대부터 지금까지 거의 변하지 않은 채 지구의 시간을 견뎌온 이 식물은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린다.

기묘한 식물 웰위치아.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기묘한 식물 웰위치아.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웰위치아의 가장 큰 특징은 평생 단 두 장의 잎만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다른 식물처럼 주기적으로 새 잎을 내지 않고, 처음 발아 후 나온 두 장의 본잎이 그 식물의 일생 전체를 함께한다. 처음에는 두꺼운 떡잎이 나오고, 이 떡잎이 떨어진 후 돋아나는 본잎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대신 잎은 점점 자라며 땅 위로 길게 퍼지고, 바람과 모래, 햇빛에 닳고 찢기며 여러 겹으로 갈라져간다. 겉보기에는 수십 장의 잎이 겹겹이 쌓인 것 같지만, 사실은 끊임없이 자라며 변형된 단 두 장의 잎이다.

이 기묘한 생명 구조 덕분에 웰위치아는 다른 식물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수분을 흡수하고 광합성을 한다. 잎 끝이 넓게 펼쳐져 있어 새벽 안개와 대기 중의 수분을 직접 흡수할 수 있고, 지하 깊숙이 뻗은 뿌리를 통해 지하수에 닿아 생명을 유지한다. 사막의 극한 조건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적 적응의 결과다.

웰위치아는 외형만 보면 마치 거대한 풀이나 말라버린 덩굴처럼 보이지만, 분류학적으로는 나무에 속한다. 학자들 사이에서도 오랫동안 논란이 많았지만, 현재는 마황과 식물의 근연종으로, 소나무과와 자매 계통을 이루는 원시적 형태의 나무식물로 인정되고 있다. 소나무처럼 솔방울(구과)을 맺는 특성이 있으며, 씨앗의 구조 또한 침엽수 계통의 흔적을 보여준다. 다만 줄기 부분이 땅속에 깊게 묻혀 있어 외형상으로는 나무라는 인상을 주지 않는다.

줄기 중심에는 왜곡된 나이테가 형성되어 있지만, 수분의 부족과 환경의 변화로 인해 일정하지 않아 실제 나이를 추정하기는 매우 어렵다. 일부 연구에서는 방사성탄소 연대 측정을 통해 몇몇 개체가 1500~2000년 이상 생존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 사는 생물 중 하나로 기록된다.

나미브 사막의 웰위치아. 자료사진. / Pccomunicar-shutterstock.com
나미브 사막의 웰위치아. 자료사진. / Pccomunicar-shutterstock.com

웰위치아는 아프리카 남서부의 나미비아 사막과 인근 앙골라 지역의 극도로 건조한 환경에서만 자생한다. 연평균 강수량이 100mm에도 못 미치는 이 지역에서 웰위치아는 생존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낮에는 화씨 45도(섭씨 약 7도) 이하로 떨어지는 극한의 기온차 속에서도 뿌리 깊이 내려앉은 한 줄기의 생명으로 버틴다.

뿌리는 최대 3미터 이상 깊게 뻗어 지하수에 닿고, 잎은 수증기와 안개에서 수분을 흡수한다. 이러한 이중 흡수 시스템 덕분에, 웰위치아는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날에도 생존이 가능하다. 이 식물은 하루에도 아주 미세한 속도로 성장하며, 1년에 고작 수 밀리미터 정도 잎의 길이가 늘어난다. 하지만 그 느린 속도가 수천 년을 이어지며 사막의 고요 속에 거대한 생명체로 변해간다.

웰위치아는 약 1억 2천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 이전부터 존재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학자들은 이 식물이 고대의 기후 변화를 극복하고 현존하는 유일한 관다발식물의 원시형 잔존종이라고 본다. 이 식물은 고대 식물학의 잃어버린 연결 고리로 불리기도 한다. 나무처럼 줄기를 가지지만 잎 구조는 단순하고, 소나무처럼 씨앗을 맺으면서도 잎의 생장 방식은 전혀 다르다.

그 독특함 때문에 웰위치아는 진화생물학의 연구 대상이자, 생태학적으로도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과학자들은 웰위치아가 지금까지 멸종하지 않은 이유를 필요 이상의 변화를 시도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환경 변화에 맞춰 진화하기보다 자신이 가진 생존 방식을 완벽하게 유지하며 시간을 버틴 존재라는 것이다.

웰위치아는 나미비아의 건조한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식물의 넓은 잎은 밤새 응결된 이슬을 모아 주변 토양에 수분을 공급하며, 이는 미생물과 곤충의 서식 환경을 만들어준다. 잎 끝자락에는 작은 절지동물과 거미류, 사막 개미들이 모여 살며, 이 식물의 잎 더미는 하나의 미니 생태계로 작동한다. 웰위치아 한 그루가 자리한 곳은 수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새로운 생명체가 탄생하는 작은 오아시스가 된다.

웰위치아는 현재 나미비아의 국가 나무로 지정되어 있다. 국가 문장에도 등장할 만큼, 나미비아 국민에게는 자부심의 상징이다. 척박한 사막에서도 꿋꿋이 살아남는 모습이 이 나라의 역사와 닮았기 때문이다. 관광객들은 나미브 사막 도로변에서 종종 이 기묘한 식물을 마주친다. 겉보기에는 마른 해초더미 같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고대 생명력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유튜브, 식물의 효능과 건강
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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