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신 못 먹는 줄...1년 만에 부활한 400년 전통 고창산 '국민 수산물' 정체

2025-10-12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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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김, 400년 전통의 부활 스토리
생태와 건강이 만나는 청정 갯벌의 기적

한때 끊겼던 바다의 생명이 1년 만에 다시 숨을 쉰다.

고창 지주식 김 자료 사진 / 유튜브 'KBS 교양'
고창 지주식 김 자료 사진 / 유튜브 'KBS 교양'

400년 넘게 이어져 온 전통 지주식 김 양식이 전북 고창에서 부활했다. 지난해 원전 온배수 보상 종료로 사라졌던 어민들의 생업이 법 개정과 한정면허 처분을 통해 되살아난 것이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고창군은 심원면 만월어촌계 소속 43개 어가(150여 명)를 대상으로 ‘지주식 김 한정면허 처분’을 완료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조치로 지난해 9월 한빛원전 온배수 보상 소멸로 중단됐던 고창 지주식 김 양식이 1년 만에 재개된다. 어장은 심원 만돌 일대 200헥타르 규모로, 기존 154헥타르보다 46헥타르가 확대됐다.

고창 지주식 김 양식은 무려 1623년부터 이어진 400년 전통 어업이다. 말 그대로 바다에 말목을 박고 그 위에 김발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해류와 조류의 영향을 직접 받는다. 이 때문에 김의 결이 단단하고 향이 진하며,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강하다. 대량 양식이 가능한 부유식보다 효율은 떨어지지만, 바다 본연의 풍미를 그대로 머금은 ‘명품 김’으로 평가받는다.

고창 지주식 김 자료 사진 / 유튜브 'KBS 교양'
고창 지주식 김 자료 사진 / 유튜브 'KBS 교양'

고창군에 따르면 한때 이 지역은 연간 물김 600톤을 생산, 마른김 가공공장을 포함해 약 7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한빛원전 온배수 보상 종료로 면허가 소멸되면서 어민들은 생계를 잃었다. 이에 고창군은 해양수산부와 협력해 한정면허 제도를 새로 만들고, ‘어업면허 관리 규정 시행령’을 개정하는 등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그 결과, 올해 한정면허 처분이 최종 승인되면서 400년 전통의 지주식 김 양식이 1년 만에 부활하게 됐다.

유튜브, KBS 교양

고창 지주식 김은 단순한 지역 특산품이 아니라, 우리 국민의 밥상에 늘 오르는 대표적인 ‘국민 수산물’이다. 밥상 위 김 한 장은 김밥과 주먹밥, 도시락 반찬, 술안주까지 이어지는 일상의 맛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인은 1인당 연간 김 소비량이 5kg에 달해, 명실상부한 ‘국민 반찬’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고창산 물김은 청정 갯벌의 상징이다. 람사르 습지이자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고창 갯벌에서 생산되며, 서해안 최초로 유기수산물 인증과 미국 농무부(USDA) 유기 인증을 동시에 획득했다. 충남 태안, 전남 완도와 함께 국내에서 몇 남지 않은 전통 지주식 양식지로, 생태적 가치와 학술적 중요성이 모두 크다.

김. 자료 사진 / 연합뉴스
김. 자료 사진 / 연합뉴스

고창 물김이 ‘국민 수산물’로 불리는 이유는 단지 익숙함 때문만이 아니다. 영양학적으로도 완벽한 해조류다. 김에는 단백질, 식이섬유, 요오드, 철분, 칼륨, 비타민 A·C·E가 풍부하게 들어 있다. 저열량(100g당 약 30kcal)이면서 포만감이 높아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받고, 해조류 특유의 미네랄 성분은 혈압 조절과 콜레스테롤 저하, 갑상선 기능 강화에도 도움을 준다. 또 최근 연구에 따르면 김의 폴리페놀과 베타카로틴 성분이 항산화 효과와 피부 노화 방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현재 만월어촌계 어민들은 김 그물망 세척, 포자 부착, 말목 정비 등 양식 재개를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이달 중순 본격적인 양식이 시작되면, 내년 초 ‘고창산 물김’이 다시 시장에 선보일 전망이다.

심덕섭 고창군수는 “400년 전통의 지주식 김 양식업이 법적 근거를 통해 부활했다”며 “지속 가능한 양식 기반을 구축하고, 고창 김의 고부가가치 산업화를 통해 어민 소득과 지역경제를 함께 살리겠다”고 말했다.

400년 전통을 품은 고창의 바다가 다시 숨을 쉰다. 다신 못 먹을 줄 알았던 ‘국민 수산물’ 김이, 1년 만에 바다의 품으로 돌아왔다.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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