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엔 씨가 말랐는데…올해 풍년 덕에 가격 뚝 떨어진 ‘국민 수산물’
2025-10-12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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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상 수온으로 80% 폐사
바닷바람이 세게 부는 항구에 어민들이 분주히 그물을 끌어올린다. 한때 씨가 말라 비쌀 만큼 귀해졌던 ‘국민 수산물’, 바로 홍합이다.

지난해 홍합은 이상 수온으로 전체의 80%가 폐사하며 어민들에게 큰 타격을 안겼다. 한여름 수온이 급격히 오르자 홍합이 대거 떼죽음을 당했고, 시장에서는 “보기조차 힘들다”는 말이 나왔다. 가격은 두 배 이상 치솟으며 1㎏당 만 원에 육박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양식장을 더 깊은 바다로 옮기고, 수온이 낮은 시기를 골라 수확 시기를 조정한 결과 폐사율이 줄고 생산량이 늘었다.
◆ 다시 돌아온 바다의 단백질
홍합은 단백질, 아연, 철분,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대표 해산물이다. 열량이 낮고 풍미가 깊어 국물요리부터 파스타, 찜, 밥 요리까지 폭넓게 활용된다. 마늘과 청양고추를 넣어 끓인 홍합탕은 해장용으로 인기가 높고, 버터와 화이트와인을 곁들인 홍합찜은 서양식 식탁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 폭등했던 가격, 서서히 안정세
해양수산부와 aT 수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올가을 전국 도매시장 기준 홍합(1㎏) 평균 가격은 약 3,800원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900원 안팎)에 비해 약 35% 하락했다. 지난해 폭염으로 공급이 급감하면서 한때 금값이던 홍합은, 올해 들어 수온이 안정되고 양식 환경이 개선되면서 다시 제값을 찾아가고 있다.
수산업계 관계자들은 “작년엔 확보조차 어려웠지만, 올해는 도매시장 입고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겨울철 제철기를 앞두고 공급이 더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바다의 회복, 어민의 손끝에서

어민들은 이번 회복세를 단순한 반짝 호재가 아닌 지속 가능한 변화로 보고 있다. 수심 10m 이하로 양식망을 내리고, 밀도를 낮춰 통풍을 개선한 결과 홍합 생존률이 크게 높아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심층수를 이용한 저온 양식 실험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귀해진 탓에 가격표조차 붙지 않았던 홍합이 다시 시장의 활기를 되찾고 있다. 한때 금보다 귀하던 해산물이 이제는 서민 식탁 위로 돌아오며, 항구의 아침이 오랜만에 풍요로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