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개 무게가 600g... 13년 실패 끝에 드디어 한국서도 재배한다는 과일
2025-10-13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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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건 혼자서도 먹을 수도 없다는 대형 과일

바나나와 망고를 섞은 듯한 달콤한 향. 20브릭스 이상의 높은 당도. 녹색 껍질 속 부드러운 과육. 미국에서 항암 효과로 주목받아온 신비의 열매 '포포(Pawpaw)'가 국내에서도 재배에 성공하며 새로운 귀농 작물로 떠오르고 있다.
‘13년 포포 농사 실패 끝에 찾은 해답?’이란 제목의 영상이 13일 유튜브 채널 ‘팜코리아’에 올라왔다. 포포 재배 성공의 이면에 13년간의 실패와 도전이 있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상 속 포포 월드팜 농장은 13년째 포포나무 재배를 이어오고 있다. 포포나무는 북미 중남부에서 북동부 쪽이 원산지인 낙엽활엽수 교목이다. 미국 오하이오주 자연에 있는 나무를 접수로 수입해 국내에서 최초로 증식을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항암 효과에 가장 좋은 나무를 찾기 위해 전 세계 민간요법을 연구하다가 포포나무를 선정했다. 당시 미국의 유명한 연구자들이 포포를 널리 알리기 위해 상표권을 포기했다고 알려져 있다.
포포나무 열매는 수확 후 2~3일 정도 후숙 과정을 거쳐 섭취하는 과일이다. 망고와 바나나를 섞은 맛이 난다. 신맛이 낮고 단맛이 매우 강하다. 완숙된 과일은 무조건 20브릭스 이상의 당도가 나온다. 망고, 바나나, 파인애플을 섞은 것 같다는 평가도 있고, 두리안을 섞은 맛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다. 300~400g 크기 하나만 먹어도 포만감이 커서 한 끼 식사를 대신할 수 있을 정도다.
포포나무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항암 효과다. 포포나무 열매에는 무기질과 단백질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으며, 비타민 A, B, C, 칼슘, 마그네슘, 구리, 망간, 인 등이 들어 있다. 잎과 줄기에는 아세토제닌을 비롯한 50여 가지 항암 성분이 함유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국내 교수들도 포포를 이용한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항암 효과뿐 아니라 다이어트 효과도 있다고 알려져 기능성 과일로 주목받고 있다.
재배 측면에서도 포포나무는 장점이 많다. 잎에 천연 살충제 성분이 있어 진딧물이나 벌레가 오지 않는다. 농약을 쓸 필요가 없고 자연 재배만으로도 충분하다. 아열대 작물에 속하지만 내한성이 강하다. 미국에서는 영하 25도에도 생존한다고 알려져 있다. 국내 재배 결과에서도 추위에 강한 것으로 확인돼 전국 노지 재배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병충해도 없어 봉지를 씌울 필요가 없다.
초기에는 희소성 때문에 작은 열매도 팔렸고 덜 익은 상태로 판매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맛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완숙된 포포는 당도도 좋고 향도 뛰어나 먹기에 좋다. 고령화로 식사를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도 스무디처럼 부드럽게 먹을 수 있다.
포포 월드팜 농장은 현재 한 송이에 1.4kg에 이르는 대과종 포포 열매를 생산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큰 크기라고 한다. 꼭지가 굉장히 단단해 어지간한 태풍에도 떨어지지 않는다. 이 품종을 찾기까지 13년이 걸렸다고 농장주는 말한다.
13년 전만 해도 희소성이 높아 묘목 값이 비쌌다. 문제는 열매 크기였다. 미국에서 직접 수입한 품종으로 재배했지만 크기가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상품성이 떨어지는 열매가 너무 많았다. 13년 동안 재배했던 나무를 전부 갈아엎고 재정비해 현재는 4년차 나무를 키우고 있다고 한다.
포포나무는 기본적으로 4~5m까지 자란다. 이 농장에서는 손으로 수확할 수 있도록 수형을 만들었다. 다분지로 만들어 열매도 많이 열리고 수확도 편하게 했다. 이런 수형의 포포나무는 국내 최초다. 밑동 30cm부터 가지를 여러 개 나오게 해서 수확량을 늘렸다.
포포나무 재배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왜 꽃은 피는데 열매가 안 달리냐"는 것이다. 포포나무는 자가불합성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 한 꽃에 암수가 있지만 스스로 수정되지 않는다.
포포는 벌이 수정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수정 시기에는 풀을 베지 않아 개미 등이 올라갈 수 있게 해야 한다. 강한 가지에서는 꽃이 빨리 피고 상부 쪽은 조금 빨리 핀다. 약한 가지는 꽃이 늦게 핀다. 이렇게 교차 수정이 이뤄진다.
과일 크기와 관련해 '포포 전용 비료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잘못된 정보다. 농장주에 따르면 자연 재배만 해도 과일 크기는 충분하다. 한 송이에 1kg이 넘는 경우가 많다. 송이째 2~4개씩 달리는데, 1개 무게가 최대 680g까지 나왔다. 600g만 나가도 너무 커서 혼자 먹기 힘들 정도다. 이 품종 자체가 비료를 많이 준다고 해서 크는 게 아니라 유전자의 차이다.
포포나무는 열매가 밖에서 보이면 안 된다. 그늘진 음지에서 크는 성향이 있어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열매가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밑에서 올려다봐야 보인다. 떨어진 과일은 바로바로 줍는다. 오래 방치하면 당도가 높아 개미, 달팽이, 말벌이 굉장히 많이 날아든다. 떨어지는 즉시 수확해야 상품성을 유지할 수 있다.
국내 포포 농장의 90%가 실패농이라는 게 농장주의 판단이다. 과일이 작아서 골프공만 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포포나무를 재배하는 사람들에게 300g이라고 하면 "그렇게 커요?"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작으면 씨앗이 절반, 과육이 절반이라 초기 소비자들의 호불호가 크다. 먹을 게 너무 없어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덜 익은 것을 따서 후숙하면 맛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농장주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초기에 희소성 때문에 소비자들이 많이 찾았지만 "쓴맛이 난다", "맛이 없다"는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완숙 과일만을 고집하는 이유다.
현재 접목 후 4년차인 이 농장은 올해 첫 수확을 맞았다. 3년차까지는 열매를 모두 땄다. 한 나무당 5송이만 달려도 5kg 이상, 5~7kg 정도가 된다. 꽃은 200개 정도 피는데 5~6개만 수정돼도 충분하다. 크기가 크기 때문에 10송이가 달리면 나무가 버티지 못한다. 5년차에는 7~8송이가 달려 한 그루당 10kg 정도 수확할 수 있다.
농장주에 따르면 포포나무 씨앗을 심으면 대과종이 열린다고 얘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유전학적으로 보면 거의 원종으로 돌아간다. 대봉 씨를 심으면 대봉처럼 큰 열매가 열리지 않는 것과 같다. 유전자를 유지하려면 접목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 씨앗 파종으로 우월한 개체를 찾는 확률은 2만 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고 농장주는 주장한다.
포포나무는 좋은 성분이 많아 건강 과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13년의 실패와 도전 끝에 국내 환경에 맞는 대과종 품종을 찾아낸 만큼, 앞으로 농가 소득 작물로도 주목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