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업 접고 낚싯대 잡았더니… 월 7000만원 매출 식당의 영업 비밀
2025-10-1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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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취미로 시작한 갈치 낚시가 이제는 생업으로...
자정이 훌쩍 넘은 시각, 전남 고흥군 앞바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낚싯대 끝만 뚫어지게 바라보는 한 남자가 있다. 예측 불가능한 파도가 배를 요동치게 만들지만, 그의 손은 낚싯대를 놓지 않는다. 요리사? 아니다. 선장? 그것도 아니다. 그는 전남 순천시에서 갈치 전문점을 운영하는 식당 주인이다. 새벽까지 이어질 사투 끝에 건져 올린 갈치는 몇 시간 후 손님들의 식탁 위에 오를 것이다.
최근 EBS '극한직업'이 '농장에서 식탁까지, 한 끼에 담은 진심' 편을 통해 순천시에서 갈치 요리 전문점을 운영하는 박환(60) 씨의 삶을 소개했다.

박 씨의 하루는 보통 식당 주인들과 전혀 다르다. 일주일에 두세 번 박 씨는 주방복 대신 낚시복을 입고 고흥 녹동항으로 향한다. "좋은 재료를 수급하기 위해서"라고 담담히 말하지만, 그 이면엔 12년간 쌓아온 철학이 담겨 있다. 좋은 맛은 결국 좋은 재료에서 나온다는 신념. 그 신념을 지키기 위해 그는 바다로 나선다.
야행성인 갈치를 잡으려면 일몰 시간에 맞춰 늦은 오후에 출항해야 한다. 방송에서 박 씨는 오후 늦게 배에 올랐다. "동풍이 좀 많이 분 상태라 서쪽으로 가야 한다"며 목적지를 정한 그는 3시간가량 배를 몰았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기상상황은 예상보다 훨씬 좋지 않았다. 파도 때문에 낚싯대가 계속 흔들려 제대로 된 입질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12년 전 취미로 시작했던 갈치 낚시가 이제는 생업이 됐다. 서울에서 무역업을 하다 사업에 실패한 후 고향으로 내려온 그는 낚시만 다녔다고 했다. "고기는 잡히니까 이걸 어디다 응용하면 될지 싶어서 생각하다가 내가 잡은 갈치가 제일 신선하다고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해 가게를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가게는 이제 직원 5명을 거느린 규모 있는 식당이 됐다. 그의 어깨는 그만큼 무거워졌다.
일주일에 70kg 정도는 잡아야 하는데 못 잡는 날도 있다. 방송에서 박 씨가 준비한 비밀 병기는 꽁치였다. "꽁치로 집어시키려고 한다. 비린내도 많고 기름기가 많은 생선이라 물에 들어가면 기름이 뜬다." 갈치를 불러모으기 위한 작전이었다.
바늘이 10개나 달린 채낚기를 멀리, 깊게 던지는 것도 기술이 필요하다. "힘으로 던지면 안 된다. 힘으로 던지면 꼬여 버린다. 탄력으로 던져야 한다." 박 씨는 능숙하게 낚싯대를 휘둘렀다. "멀리 던지면 줄이 안쪽으로 들어오면서 멀리 있는 고기를 불러들이는 효과가 있다.“
바다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첫 입질에 올라온 건 삼치였다. "너무 작아서 미끼로 쓴다. 갈치가 삼치도 먹는다." 갈치는 동족도 잡아먹을 만큼 육식성이 강하다. 꽁치 대신 삼치를 미끼로 던져봤지만 반응이 없었다.
그 후로도 오랫동안 감감무소식이었다. 응답하지 않는 갈치를 기다리며 시간만 길어졌다. 제작진까지 포기를 고민하던 바로 그 순간 드디어 첫 갈치가 모습을 드러냈다. "색깔이 진짜 예쁘다." 은빛으로 반짝이는 갈치는 영롱한 자태를 뽐냈다. 뒤를 이어 또 한 마리 성공. 이번엔 크기도 더 컸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자정을 넘긴 시간 바다가 또다시 심술을 부렸다. 파도가 요동쳤다. 총체적 난국이었다. 낚싯줄까지 모조리 엉켰다. 파도가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쓰나미처럼 밀려든 멀미에 제작진은 결국 녹초가 됐다. "멀미약을 두 개나 먹었는데도 이 정도다." 바다의 쓴맛을 온몸으로 체감한 새벽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다.
파도가 잦아들자 곧바로 낚시가 재개됐다. 서둘러 채비부터 다시 정비했다. 다섯 시간 넘게 낚시를 했지만 성과는 신통치 않았다. "최악이다. 어느 정도 잡아갈지 모르겠고 장사를 할지 안 할지 모르겠다. 큰일 났다. 걱정이 많이 된다. 열심히 끝까지 한번 해보겠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 박 씨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도전했다. "한 마리도 안 나올 수도 있다." 한참을 달려 도착한 마지막 승부처. "30마리는 잡아야 그나마 장사를 할 수 있다.“
하염없이 초릿대 끝만 바라보던 그때 마침내 갈치가 모습을 드러냈다. "왔다!" 가뭄 끝 단비처럼 줄지어 올라왔다. "오, 또 잡았다 또 잡았다!" 박 씨 얼굴에 이제야 미소가 번졌다.
잠깐 사이 수확이 제법 쏠쏠했다. 은빛 찬란한 갈치들이 줄줄이 올라왔다. 육지까지 신선하게 가져가기 위해 서둘러 아이스박스에 보관했다. 그래도 이만하면 가게 문은 열 수 있을 것 같다.
노심초사 마음 졸였던 만큼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온다. "저한테 딸린 식구들이 벌써 다섯 명이나 있다. 무게감이 다르다." 전쟁 같았던 긴 밤을 버텨낸 박 씨 앞에 또다시 새로운 아침이 밝아왔다.
항구에 도착하자마자 잡아온 갈치를 서둘러 내린다. "많지 않다. 오늘 잡은 마릿수는 약 50마리 정도 될 것 같다. 가게로 바로 가서 재료 손질부터 해야 한다. 피곤한데 이게 제 일이기 때문에 감수해야 한다.“ 오전 10시 30분, 가게에 도착하자마자 제빨리 갈치를 옮기고 곧바로 다음 작업이 시작됐다.
산지에서 직송해 온 싱싱한 갈치. 박 씨가 직접 요리까지 담당한다. 모든 과정은 그의 손끝을 거쳐야만 한다.
요리를 전공한 건 아니지만 좋은 맛은 결국 좋은 재료에서 나온다는 게 박 씨의 신념이다. 영상엔 박 씨가 직접 다타끼를 만드는 모습이 담겼다.
주방 안쪽에선 또 다른 갈치 요리가 준비된다. "갈치 뱃살 튀김이다. 뱃살에서만 이런 담백한 맛이 난다." 바삭함을 살리고 느끼함을 덜기 위해선 튀김옷을 최대한 얇게 튀겨야 한다.
이번엔 얇게 포를 뜬 갈치살에 대파를 놓고 돌돌 말아줬다. "이거는 대파 갈치 꼬치구이다." 대부분 구이와 조림으로만 즐기는 갈치가 이곳에선 다양한 변신을 꾀한다.
대파꼬치구이, 조림, 구이, 회무침, 튀김, 회, 탕수 혹은 깐풍기까지 총 일곱 가지가 나간다. 바다에서 식탁까지 그야말로 수많은 사연이 담긴 갈치 코스 요리가 완성됐다.
최근엔 바다 상황이 좋지 않아 갈치 수급이 쉽지 않다고 한다. 그만큼 예약 경쟁도 치열해졌다.
박 씨 식당의 매출은 얼마나 될까. "평균으로 따지면 하루에 200만 원은 넘는다." 한 달로 환산하면 약 7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