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가 요즘 갑자기 많아진 것 같은데... 기분 탓 아니라 사실이었다
2025-10-13 11:56
add remove print link
모기 박사가 말하는 '이런 사람은 모기가 더 잘 문다'

10월 중순이다. 한낮 기온이 20도 안팎으로 떨어졌다. 그런데 밤마다 귓가를 맴도는 모깃소리에 잠 못 이루는 사람이 많다. 날씨가 서늘해졌는데 모기가 오히려 더 기승을 부리는 것 같다. 한여름보다 가을에 모기가 더 많은 이유가 무엇일까.
한창 더웠던 7, 8월에 비해 최근 모기가 더욱 많게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이 아니다. 실제로 더위가 꺾이면서 모기는 더욱 많아졌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모기가 가장 많았던 때 역시 7월이나 8월이 아닌 10월 말이었다. 지난해에는 11월 중순까지 모기에 시달려야 했다. 11월 둘째 주에 채집된 모기가 8월 주 평균의 2배를 넘었다.
모기가 가장 많은 때가 갈수록 늦어지고 있다. 기후위기 때문에 여름이 갈수록 더워지고, 가을 기온이 조금씩 상승하기 때문이다. 사람들 생각과는 달리 날이 너무 더우면 모기는 오히려 힘을 못 쓴다. 대략 25도 내외에서 가장 많다가 그 이상의 온도에서는 개체 수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지난들 평균 기온은 23도 정도였다. 모기가 많은 게 당연하다.
강우 패턴 변화도 가을철 모기를 늘어나게 하는 요인이다. 여름철 폭우는 모기 유충 서식지를 파괴하고 유충을 유실시켜 개체 수를 줄인다. 실제로 강수량이 일정 정도를 넘어가면 강수량이 증가할수록 모기 개체 수가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반면 가을철 조금씩 꾸준히 내리는 비는 모기에게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한다. 올해의 경우 극심한 폭우보다는 적당한 강수량이 지속돼 모기드에게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
한국인들이 흔히 보는 모기는 빨간집모기와 흰줄숲모기(일명 '아디다스 모기')다.
모기는 원래 암컷과 수컷 모두 식물의 즙을 빨아먹고 산다. 하지만 암컷은 알을 만들어내기 위해 단백질이 필요해 동물의 혈액을 빨아먹는다.
모기가 사람을 찾아내는 방법은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다. 모기는 호흡할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20m 거리에서도 감지할 수 있다. 그래서 자고 있을 때 얼굴로 모기가 날아오는 것이다.
모기 박사로 통하는 이동규 고신대학교 교수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모기는 더듬이에서 냄새를 굉장히 민감하게 감지한다"며 "호흡으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따라 얼굴로 가고, 다음에는 발 냄새를 따라 발 쪽으로 많이 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치즈 중에서도 발냄새와 비슷한 치즈를 두면 모기가 그쪽으로 간다고 한다.
땀 냄새도 모기를 불러들인다. "샤워를 한 사람과 안 한 사람이 같이 자면 샤워 안 한 사람한테 집중적으로 간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또 나이 든 사람과 어린아이가 함께 자면 어린아이가 더 많이 물린다. "애들은 대사 활동이 활발하고 성장하느라고 몸에서 분비물을 많이 낸다"는 이유에서다.
술을 마시면 모기에 더 잘 물린다는 속설도 사실이다. 이 교수는 "술을 마시면 몸에서 대사 작용을 해서 냄새를 많이 풍긴다"며 "그 냄새가 많이 나니까 모기가 더 잘 찾아온다"고 했다.
모기가 피를 빨 때 힘을 주면 침이 부러진다는 속설은 사실이 아니다. 이 교수는 "모기의 주둥이 길이가 2mm 정도밖에 안 돼 근육까지 못 들어간다"며 "피부를 뚫고 모세혈관을 찾는데 못 찾으면 도로 빼서 다시 찌른다"고 설명했다. 찾을 때까지 계속 찌르다가 모세혈관을 찾으면 거기서 흡혈을 하는데, 물렸을 때 볼록하게 부푼 곳은 제대로 찾은 것이고 주위에 빨간 점 같은 것은 넣었다가 도로 뺀 자국이다.
모기는 의외로 점잖은 습성을 가졌다고 한다. 이 교수는 "집에 들어오려고 할 때 벽에 약 15분 정도 앉아 있다가 사람한테 찾아간다"며 "피를 빨고 나서도 바로 나가지 않고 벽에 또 앉아서 쉬었다가 나간다"고 했다. 그래서 모기를 한자로 쓰면 벌레 충(蟲)에 문(文)자가 붙어 있다는 것이다.
모기에 물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교수는 "낮에 야외 활동을 할 때는 긴팔 긴바지를 입거나, 반팔을 입고 싶다면 노출된 피부에 모기 기피제를 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옷 색깔도 중요하다. "검정색, 빨간색, 청색은 모기가 굉장히 좋아하는 색깔"이라며 "흰색이나 노란색처럼 밝은 색상의 옷을 입어야 한다"고 했다. 모기는 어두운색을 자기가 숨을 수 있는 안전한 곳으로 인식해 그쪽으로 가는 반면 밝은색은 위험한 곳으로 인식해 피한다는 것이다.
모기에 물렸을 때 십자 모양으로 긁거나 침을 바르는 것은 효과가 없다. 이 교수는 "침을 바르면 수분이 증발하면서 일시적으로 시원해질 뿐"이라며 "십자로 긁으면 통증이 와서 당분간 가려움증이 없어지는 것처럼 느껴질 뿐"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물파스나 모기에 물렸을 때 바르는 약을 바르는 것이다.
모기는 단순히 가려움증만 유발하는 존재가 아니다. 말라리아로 죽는 사람이 1년에 50만 명, 기타 다른 질병으로 죽는 사람이 20만 명으로 연간 70만 명 정도가 모기로 인한 질병으로 사망한다. 이 교수는 "지구온난화 때문에 봄철 기온이 자꾸 올라가면서 모기의 활동 시기가 빨라지고 있다"며 "10년 전만 해도 4월 중순에 채집되던 모기가 지금은 3월 하순에 잡히고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이 교수는 "앞으로 50년 정도 지나면 한국이 아열대성 기후로 바뀌는데, 1월 평균 기온이 10도 이상 되면 모기 성충이 죽지 않고 살아남아 바이러스가 우리나라에 계속 순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