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섬’, ‘귀궁’, ‘굿보이’ 다 꺾었다...올해 작품상 품은 대이변 ‘한국 드라마’
2025-10-13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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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4%의 역전, 감성 멜로의 귀환
영화 같은 드라마의 감동, 트로피를 들다
방영 당시 최고 시청률 4.2%에 그쳤던 SBS 드라마 ‘우리영화’가 내로라하는 경쟁작들을 모두 제치고 ‘2025 코리아 드라마 어워즈’의 작품상을 품었다. 흥행보다는 완성도와 감정의 깊이로 평가받은 작품이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올해 시상식 최대의 ‘대이변’을 연출했다.

지난 11일 경남 진주시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제16회 코리아 드라마 어워즈’는 한 해 동안 방송된 지상파, 종편, 케이블, OTT 등 총 92편의 드라마를 대상으로 시상했다. 이 가운데 작품상은 SBS 금토드라마 ‘우리영화’가 차지했다. 후보에는 JTBC ‘굿보이’, SBS ‘귀궁’, SBS ‘나의 완벽한 비서’, ENA ‘당신의 맛’, tvN ‘미지의 서울’, SBS ‘보물섬’, MBC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tvN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 JTBC ‘옥씨부인전’, MBC ‘지금 거신 전화는’,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 등 화제작이 대거 포함돼 있었다. 특히 ‘귀궁’, ‘보물섬’ 등은 최고 시청률 10%를 넘긴 흥행작들이다.
‘우리영화’는 배우 남궁민과 전여빈이 주연을 맡은 정통 감성 멜로드라마다. 지난 6월 13일부터 7월 19일까지 ‘귀궁’의 후속으로 방영됐으며, 다음이 없는 영화감독과 오늘이 마지막인 여배우의 내일로 미룰 수 없는 사랑 이야기라는 콘셉트로 사랑받았다. 시상식 사회자는 “‘우리영화’는 영화적 감성을 극대화한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라며 “절제된 대사 속에 진심이 묻어나는 정통 멜로의 복귀를 알렸다”고 소개했다.

이 작품은 ‘그 남자의 기억법’을 연출한 이정흠 감독 특유의 감성적 연출이 살아 있는 작품이다. 화려한 설정 없이 인물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는 구성과 흑백 화면 처리, 자막 연출, 화면비 조절 등 실험적 시청각 장치로 ‘영화 같은 드라마’라는 평을 받았다. 이 감독은 “미사여구가 없는 드라마, 진심이 대사와 침묵 속에서 드러나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다.
흥행 지표로서의 시청률은 다소 낮았다. 첫 방송 4.2%, 마지막 회 4.1%로 큰 반등은 없었지만, 작품의 완성도와 배우들의 연기력, 음악과 연출의 조화가 높은 평가를 받으며 ‘믿고 보는 드라마’라는 입소문을 얻었다. 방영 종료 후에도 “조용하지만 오래 남는 드라마”, “속도가 느릴 뿐, 감정은 가장 진했다”는 시청자 반응이 이어졌다.
극 중 남궁민은 영화감독 이제하 역을 맡아 무너져가는 남자의 슬픔과 회복을 절제된 연기로 담아냈다. 전여빈은 시한부 신인배우 이다음 역으로 찬란한 생의 마지막을 눈부시게 채워가며 섬세한 감정선을 완성했다. 두 배우의 호흡과 감정의 밀도는 작품 전체를 지탱하는 중심축이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우리영화’ 외에도 다채로운 수상 결과가 이어졌다. 남우 최우수연기상은 ‘귀궁’의 육성재, 여우 최우수연기상은 ‘미지의 서울’의 박보영이 차지했다. 우수연기상은 이현욱(‘샤크 : 더 스톰’, ‘원경’)과 김지연(‘귀궁’)에게 돌아갔다. 신인상은 추영우(‘옥씨부인전’, ‘견우와 선녀’), 허남준(‘지금 거신 전화는’, ‘별들에게 물어봐’), 정수빈(‘선의의 경쟁’), 홍화연(‘보물섬’, ‘당신의 맛’, ‘러닝메이트’)이 받았다. 공로상은 배우 김용림에게, 빌런상은 오정세(‘굿보이’)에게 돌아갔으며, 신스틸러상은 이해영(‘트리거’, ‘보물섬’)과 이호정(‘굿보이’)이 수상했다.
대상의 영예는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의 안재욱이 품었다. 그는 최고 시청률 21.9%(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중년 로맨스의 새로운 표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이번 ‘제16회 코리아 드라마 어워즈’는 ‘2025 코리아 드라마 페스티벌’의 메인 행사로,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둔치와 경남문화예술회관 일대에서 진행됐다. 코리아드라마페스티벌 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경상남도, 진주시가 후원했으며, 오는 19일까지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이어질 예정이다.
시청률보다 작품성과 감정의 깊이가 빛난 ‘우리영화’. 화려한 숫자 대신 진심으로 증명한 그 울림이, 올해 한국 드라마 시상식의 가장 아름다운 반전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