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상징이었는데…가격 반토막 나 헐값에 팔린다는 '고급 수산물'

2025-10-13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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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기에 손질 꺼려 수요 위축

한 때 부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고급 수산물'이 헐값에 팔리고 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수산물을 구입하고 있다. / 뉴스1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수산물을 구입하고 있다. / 뉴스1

13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가 발표한 ‘전복 수산관측 9월호’에 따르면 지난 8월 전복 산지 가격(1㎏당 10마리 기준)은 1만 9420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달(2만 870원)보다 6.9% 하락한 수치다. 고급 수산물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전복 가격이 2만원 밑으로 떨어지는 일은 흔치 않지만, 올해 들어 3월(1만 920원), 4월(1만 9710원), 8월까지 세 차례 1만원대를 기록했다.

KMI는 연말까지 전복 산지가격이 2만~2만 1000원 수준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가격 하락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수산물 시장에서는 ‘불경기’를 가장 큰 이유로 본다. 전복처럼 단가가 높은 수산물은 경기 흐름에 따라 소비가 크게 달라지는데, 경제가 위축되며 선물용 수요마저 줄었다는 것이다.

전복 자료사진 / Hyejin Kang-shutterstock.com
전복 자료사진 / Hyejin Kang-shutterstock.com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 상인회 차덕호 회장은 “요즘 전복을 사러 오는 손님 자체가 드물다”며 “한때는 산지 직구 형태로 구매하던 소비자들도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의 시각은 보다 냉정하다. “요즘 소비자와 전복은 맞지 않는다”는 분석이 대표적이다.

집에서 재료를 손질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들이 늘면서, 손이 많이 가는 수산물을 찾는 경우가 줄었다는 것이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전복처럼 생산 기반이 넓은 품목도 많지 않은데, 생활 소비는 그만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은 소비자에게 ‘전복을 합리적인 가격에 경험해볼 기회’로 인식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급이 늘어난 점도 가격을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KMI는 올해 전복 출하량을 2만 6102t으로 예상했다. 지난해(2만 3317t)보다 11.9%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여름 고수온으로 광어와 우럭이 대량 폐사할 때도 전복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다.

한국경제에 따르면 김양수 완도전복생산자협회 본부장은 “올해 완도 연안은 ‘진도 냉수대’의 영향으로 수온 상승이 크지 않았다”며 “어민들이 고수온에 강한 ‘곰피’를 먹이로 길러 대비했다”고 설명했다.

전복 자료사진 / The Pirates-shutterstock.com
전복 자료사진 / The Pirates-shutterstock.com

전복 양식 어가들은 먹이로 미역이나 다시마 대신 곰피를 선택해 고수온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의미다.

가격 하락세 속에서도 수출은 전복 산업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활전복 수출량은 2786t으로, 전년(2666t)보다 100t 넘게 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4년 1115t이었던 활전복 수출량은 10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도 8월까지 1913t이 수출돼 지난해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주요 수출국은 일본이다. 지난해 전체 활전복 수출량 중 80% 이상인 2288t이 일본으로 향했다.

한국은 지난해 활전복 수출로 약 5000만 달러를 벌었으며, 이 중 4000만 달러가 일본 시장에서 발생했다.

home 김지현 기자 jiihyun121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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