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구 안 하고 쓰면서 돈은 받겠다?”…대법, 보증금 공제 ‘선 긋기’

2025-10-13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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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계약서만으로 자동 공제 안 돼…‘실제 복구 여부’가 핵심
현장 상태 기록하고 사전 정산이 분쟁 줄인

“복구 안 하고 쓰면서 돈은 받겠다?”…대법, 보증금 공제 ‘선 긋기’ <해당 사진은 본 기사와는 무관> / 뉴스1
“복구 안 하고 쓰면서 돈은 받겠다?”…대법, 보증금 공제 ‘선 긋기’ <해당 사진은 본 기사와는 무관> / 뉴스1

[세종=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임대차 종료 후 원상복구 비용을 명목으로 보증금에서 금액을 공제하는 관행에 대해 대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실제 복구 의사가 없거나 비용 지출이 확인되지 않으면 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없다는 판결이다. 소송 증가와 맞물려 이번 판결은 임대차보증금 분쟁의 새로운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부동산전문 엄정숙 변호사(법도종합법률사무소)는 최근 대법원 판결을 인용하며 “임대인이 원상복구 없이 기존 시설을 사용하는 경우, 복구비용을 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판결은 단순한 계약 해석을 넘어 임대차보증금소송의 실질적 기준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해당 사건에서 임차인은 원상복구비용 1억 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했으나, 보증금 반환채권을 제3자에게 양도했다. 임대인은 이 약정을 근거로 지급을 거부했지만, 대법원은 임차인의 채무가 ‘당연한 의무’가 아닌 ‘별도 약정’이라고 판단했다. 임대인이 채권 양도 통지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후 약정금을 이유로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 핵심적인 쟁점은 ‘실제 복구 여부’였다. 임대인은 임차인이 설치한 시설을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제3자에게 재임대했다. 대법원은 “실제로 복구하지 않은 경우 비용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며 공제를 인정하지 않았다.

엄정숙 변호사-인터뷰사진 / 법률사무소 제공
엄정숙 변호사-인터뷰사진 / 법률사무소 제공

엄 변호사는 “복구할 생각이 없으면서 보증금에서 비용을 뺀다는 건 법적으로도 성립되지 않는다”며 “임대인은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비용을 입증해야 공제 근거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계약서에 ‘원상복구’ 조항이 있더라도 자동 공제는 안 된다”며 “복구비용은 별도 채무로, 실제 이행 여부와 명확한 약정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법원 '2024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3년 명도소송 접수는 전년 대비 19% 증가한 3만5,593건에 달했으며, 전세금반환소송도 2배 이상 늘어난 7,789건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분쟁 급증 배경에는 계약서의 애매한 조항, 복구 기준 불명확, 사전 정산 부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home 양완영 기자 top0322@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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