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사는 사람보다 단독주택 살면 '심혈관 사망' 위험 높아진다
2025-10-13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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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환경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임대 아파트나 자가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노인들은 자가 아파트 거주자보다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 증가는 이러한 주택 유형의 실내 온도가 더 낮고 불안정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연구진은. 주거 공간의 질을 개선하면 심혈관질환 사망률, 특히 남성의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고 전망했다.
주택의 품질이 심혈관질환 위험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증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8년 발표한 ‘주거와 건강 지침(Housing and Health Guidelines)’에서 뇌졸중과 심장병 같은 심혈관질환이 추운 집에서 더 흔하게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추위에 노출되면 혈압이 상승하는데, 이는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 주요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은 2024년 개정한 ‘심혈관질환 진료 지침’에서 주거 환경을 심혈관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환경 요인으로 공식 인정했다.
일본 도쿄 과학연구소(Institute of Science Tokyo) 연구진은 주거 형태에 따라 심혈관질환 위험이 뚜렷이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영국 의학저널 공중보건(BMJ Public Health)에 발표했다. 연구는 도쿄 과학연구소 와타루 우미시오 조교수를 중심으로, 도쿄 과학연구소 의치학대학원, 하마마쓰 의과대학, 일본복지대, 지바대 연구진이 공동으로 수행했다.
연구팀은 평균 연령 73.6세의 노인 3만8731명(남성 46.6%)을 6년 동안 추적했다.
연구 기간 중 881명(2.3%)이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했다. 참가자들의 주거 형태와 급성심근경색, 부정맥, 심부전,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 사망 기록을 연계해 분석한 결과, 자가 아파트 거주자(owner-occupied flats)의 심혈관질환 사망률이 가장 낮았다. 그다음은 자가 단독주택(owner-occupied detached houses) 거주자, 마지막으로 임대 아파트(rental flats) 거주자의 사망률이 가장 높았다. 연구에 따르면, 임대 아파트 거주자의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은 자가 아파트 거주자보다 1.78배 높았다.연구진은 주택 구조적 차이로 인한 실내 열 환경의 불안정성이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단독주택은 모든 면이 외기에 노출되어 있어 실내 온도가 쉽게 떨어지고 변동 폭이 크다. 반면, 아파트는 이웃 세대에 둘러싸여 있어 열 손실이 적고 온도 변화가 완만하다.
일본에서 앞서 수행한 여러 연구에서도 단독주택이 추운 실내 온도와 큰 온도 변화를 보이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혈압 상승과 혈압 변동성 증가를 초래해 결국 심혈관 사망 위험을 높이는 경로로 이어진다고 보고된 바 있다. 임대 아파트의 낮은 주거 품질도 문제로 지목되었다. 임대주택 상당수가 단열이 부족한데, 이는 ‘분리된 유인책(split incentive)’ 문제 때문이다. 즉, 단열 개선에 드는 비용은 집주인이 부담하지만, 그 혜택은 세입자가 보기 때문에 집주인이 투자할 동기가 적다.

전국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임대주택 중 이중창이나 복층유리(두 장의 유리 사이에 공기층을 두고 밀봉하여 단열 성능을 높인 것) 를 설치한 비율은 15%에 불과하며, 이는 자가주택의 38%에 비해 훨씬 낮다. 중국의 최근 연구에서도 임대주택 거주자는 자가주택 거주자보다 평균 실내 온도가 1.76°C 낮았다는 결과가 나왔다.심혈관질환 위험이 가장 큰 것은 임대 아파트 거주 남성(2.32배)이었다. 남성이 특히 위험한 이유는 여성보다 혈압이 전반적으로 더 높기 때문이다.
일본고혈압학회 지침에 따르면, 60~70대 남성의 수축기 혈압은 같은 연령대 여성보다 높게 나타난다.연구진은 WHO 권고 기준인 실내 18°C 이상을 유지하고 단열 성능을 높이면, 특히 노인과 남성의 심혈관 사망을 줄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우미시오 조교수는 “고품질 주거 환경을 보급하려는 정책은 심혈관 건강을 개선할 뿐 아니라, 에너지 소비 감소를 통해 기후변화 완화에도 기여할 수 있는 ‘지구 건강 증진’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