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강남권에 '1020명 수용 핵·화생방 벙커' 짓는다
2025-10-1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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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8년 준공 목표... 가락동 옛 성동구치소 부지

서울시가 강남권에 핵·화생방 민방위 대피시설을 건설한다고 서울신문이 13일 단독 보도했다. 지방자치단체가 독자적으로 핵 방호 능력을 갖춘 민방위 시설 ‘비밀 벙커’를 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사시 최대 2주간 주민이 머물 수 있는 설비를 갖춘 이 시설은 오는 2028년 준공을 목표로 한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송파구 가락동 옛 성동구치소 부지에 조성 중인 송파 창의혁신 공공주택 지하 3층에 핵·화생방 대피시설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 부지엔 지하 3층~지상 20층, 999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는데, 해당 시설은 입주민을 위한 대피처 역할을 맡게 된다.
시 관계자는 “부지가 SH 소유로 시 차원의 신속한 사업 착수가 가능하고, 향후 타 지역 확산을 위한 시범 모델로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시는 지난해 3월 수립한 ‘디펜스 서울 2030’ 계획에 핵·화생방 대피시설 건립을 주요 사업으로 포함한 바 있다.
현재 설계용역은 70%가량 진행됐다. 다음달 착공해 2028년 완공하는 게 목표다. 설치 비용은 약 34억원으로 추산된다.
시가 핵·화생방 대피시설 건립에 나선 배경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국제 정세 불안정과 북한의 군사적 위협 고조 등이 꼽힌다.
시 관계자는 서울신문에 “현대적 위협 양상이 달라진 만큼 민방위 대피시설 개념을 확장해 시범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이라며 “실질적인 시민 보호와 안보 인프라 구축의 전환점을 마련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매체에 따르면 서울시 관리 대피시설 가운데 핵 방호 기능이 있는 곳은 시청 지하 충무시설이 유일하다.
송파 공공주택에 들어설 대피시설의 규모는 연면적 2147㎡(약 649평)다. 최대 102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다. 내부에는 핵·화생방 공격 시 14일간 생존이 가능한 설비도 갖춰진다. 대피공간인 ‘청정구역’을 비롯해 ▲외부 출입 시 거치는 ‘제독구역’ ▲공조·저수 시설이 들어서는 ‘청정기계실’ 등이 설치된다. 급수·위생시설도 갖춘다.
서울시는 앞으로 대피시설에 핵이나 전자기펄스(EMP) 공격을 염두에 둔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서울광장 하부, 주요 지하철 역사에 화생방 대피시설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 민방위 대피소 중 일부를 대피 충분조건에 맞게 재평가하는 작업도 착수했다.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병욱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는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민·관·군 합동 작전 차원에서 국방부와 긴밀한 협의도 필요하다”며 “누구를 위한 방어 시설인지 목적성을 분명히 하고 북한 핵 공격에 실질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