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도, 정치도 아니다…노벨상 수상자가 딱 지적한 '한국의 문제점'

2025-10-14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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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경제학상 받은 조엘 모키어 노스웨스턴대 교수의 분석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엘 모키어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가 한국의 현 상황을 분석했다.

모키어 교수는 필리프 아기옹 런던정경대 교수, 피터 하윗 브라운대 교수와 함께 2025년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세 사람은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정체를 벗어나 지속적인 성장을 이룬 배경을 규명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모키어 교수는 "한국은 기적적인 성취를 이룬 나라로, 지나친 비관은 불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초저출산을 한국 경제의 ‘유일한 위협’으로 꼽으며, 개방성과 지식 교류를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 “한국, 제도가 만들어낸 기적의 나라”

모키어 교수는 지난 12일(현지시각)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1950년대의 가난한 국가가 반세기 만에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평화로운 나라 중 하나가 된 것은 경이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학생들에게 제도의 중요성을 설명할 때 항상 한국과 북한을 비교한다”며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면 국가는 번영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북한처럼 쇠퇴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걱정해야 할 대상은 내부가 아니라 외부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문제를 과도하게 고민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북한이나 미얀마 같은 나라들이 더 우려스럽다”며 “한국은 지금처럼 세계와 소통하며 국경을 열어두는 것이 성장의 핵심이다”라고 조언했다.

조엘 모키어 교수 / 유튜브 'YTN'
조엘 모키어 교수 / 유튜브 'YTN'

◆ 초저출산, 유일한 경제적 위협

모키어 교수는 한국의 낮은 출산율을 “유일하게 심각한 변수”로 꼽았다. “지구상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이는 사회적 선택일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인구 구조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출산율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한국의 기술력과 혁신 역량을 높이 평가했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에도 한국산 자동차를 타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 차를 나쁜 기술의 예시로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동유럽 공산권 시절의 트라반트(Trabant)가 나쁜 기술의 대표적 예”라고 농담을 섞었다. 이어 “한국은 트라반트를 만들지 않는다. 앞으로 달릴 자동차를 만든다.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한국과 자리를 바꾸고 싶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 지속 가능한 성장의 조건, ‘열린 지식 교류’

모키어 교수는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게 된 이유를 ‘연쇄적 기술 혁신’에서 찾았다. 그는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은 단순히 ‘무엇이 작동하는가’를 아는 것이 아니라 ‘왜 작동하는가’를 이해하려는 과학적 태도에서 비롯된다”며 “이런 태도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낳고, 혁신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동력이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사회적 개방성과 지식 교류가 발전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같은 나라는 국경의 개방뿐 아니라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 민주적 의사 결정 구조를 유지해야 한다. 이런 환경이 혁신의 토양이 된다”고 말했다.

‘세계가 분열되는 시대에 개방을 유지하는 것이 여전히 유효한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는 단호했다. “나는 지식의 자유로운 흐름을 열렬히 지지한다. 재화와 서비스의 자유로운 교류 역시 중요하다. 교류가 차단되면 성장도 멈춘다”고 말했다.

◆ 민주주의 성과, 한국의 또 다른 경쟁력

모키어 교수는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 또한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완벽하지 않지만 매우 성공적인 민주주의를 구축했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성취다”라며 “처칠이 말했듯, 민주주의는 최악의 제도이지만 다른 어떤 제도보다 낫다”고 인용했다.

그는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국은 거대한 두 나라(중국과 일본) 사이에 놓인 작은 나라로서 쉽지 않은 상황에 있다. 하지만 그 어려운 위치에서도 스스로를 일으켜 세웠고, 지금의 성취를 이뤘다”고 말했다.

모키어 교수는 “한국은 미국의 지원과 스스로의 의지로 빈곤을 극복했다. 지금도 그 과정은 이어지고 있으며, 그 길이 쉽게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마지막으로 “인구 문제만큼은 예외다. 이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사회적 균형이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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