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15만 대 오가는데…사실은 불법도로라는 '이곳’

2025-10-1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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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2.5km 구간 지하도로, 2029년 완공 목표

서울 동북부를 가로지르는 동부간선도로가 사실은 법적으로 불법 도로다.

동부간선도로 자료 사진 / 뉴스1
동부간선도로 자료 사진 / 뉴스1

서울 동북부를 따라 뻗은 동부간선도로는 하루 수십만 대의 차량이 몰리는 대표적인 간선도로다. 강남과 강북을 잇는 주요 교통 축이자, 출퇴근길마다 빠지지 않는 정체 소식의 주인공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 도로는 단순한 고속화도로가 아니다. 중랑천 제방 위에 놓인 일부 구간이 법적으로 ‘불법 구조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동부간선도로는 도시 교통의 핏줄이면서도 태생부터 특별한 사정을 안고 달려온 길이다.

◈ 제방 위에 놓인 불법 구조물, 서울의 핵심 간선도로가 된 사연

동부간선도로는 서울 중랑천을 따라 건설된 도로다. 서울 동북부는 북한산과 불암산, 수락산 같은 산지에 둘러싸여 남북 방향 도로가 한정적이었고 1970~80년대 노원과 도봉 일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 강남과 도심으로 향하는 교통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새로운 도로를 낼 공간은 부족했기에 결국 하천변을 활용하는 방식이 선택됐다.

중랑천 범람으로 통제되고 있는 동부간선도로 / 뉴스1
중랑천 범람으로 통제되고 있는 동부간선도로 / 뉴스1

이 과정에서 일부 구간은 제방 위에 세워졌다. 하천법상 제방은 홍수를 막기 위한 시설이기 때문에 영구 구조물을 설치할 수 없었지만 당시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임시도로가 개설된 것이다.

이런 동부간선도로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도시 성장과 함께 교통 수요가 집중된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1987년 첫 개통 이후 구간별 확장과 연결 공사가 이어졌고 지금은 군자교에서 청담대교를 지나 의정부까지 이어지는 동북부의 대표 간선도로로 완성됐다.

원래는 고가도로가 완공되면 철거될 예정이었으나 사업이 무산되면서 임시도로가 그대로 남았고 1994년 점용 허가가 만료된 뒤에도 철거되지 않은 채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이런 구조적 특성 때문에 동부간선도로는 장마철마다 수위가 오르면 반복적으로 침수 통제를 겪게 됐다.

동부간선도로 자료 사진 / 뉴스1
동부간선도로 자료 사진 / 뉴스1

◈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2029년 수변 공원으로 돌아온다

최근에는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2020년 말 상계교 북측에서 월계1교까지 도봉지하차도와 초안산지하차도가 개통되면서 성수 방향 구간 일부가 지하로 이전됐다. 이에 따라 중랑천 둔치를 따라 달리던 기존 도로는 폐쇄돼 차량이 지하차도를 통해 이동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는 청담대교 북단에서 성수JC에 이르는 핵심 구간을 전면 지하화하고 한강을 하저터널로 연결하는 대규모 공사를 추진 중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착공한 1단계 재정구간(영동대교 남단~대치우성사거리 교차로)은 10월 기준 8.16%의 공정률을 기록하고 있다. 서울 5호선 장한평역 인근부터 영동대교까지 이어지는 민자구간 1공구 역시 10월 기준 6.66% 진행된 상태다.

전체 1단계 구간은 성북구 석관동 월릉나들목(IC)에서 동대문구 군자나들목(IC), 강남구 청담·삼성나들목(IC)을 거쳐 3호선 학여울역 인근 대치나들목(IC)까지 이어지는 총 12.5㎞다. 중랑천과 한강 하부에 소형차 전용 왕복 4차로가 신설되며, 총 7곳의 나들목이 설치된다. 완공 목표는 2029년이다.

동부간선 지하도로 위치도 / 서울특별시 홈페이지 캡처
동부간선 지하도로 위치도 / 서울특별시 홈페이지 캡처

서울시는 사업이 완료되면 동부간선도로 지상 교통량이 하루 15만 5100대에서 8만 7517대로 약 43% 줄고, 월계IC에서 대치IC까지 통행 시간도 기존 50분대에서 10분대로 단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동부간선도로는 그동안 다른 서울의 고속화도로와 마찬가지로 상습 정체 구간으로 꼽혀왔다. 특히 성수JC~군자교 구간은 내부순환로 합류 차량으로 병목 현상이 잦았고 상계동 구간은 출퇴근 시간뿐 아니라 주말에도 정체가 반복됐다. 서울시는 지하화와 확장 사업으로 교통 흐름 개선과 시민 공간 확충이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

30년 넘게 서울 동북부 주민들의 발이 되어 온 동부간선도로는 단순히 막히고 잠기는 길이라는 인식을 넘어 서울 도시사의 독특한 흔적을 품고 있다. 제방 위에 세워진 일부 구간은 법적으로 불법 구조물로 분류되지만 이는 급격한 도시 성장과 교통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선택된 임시 방편에서 비롯됐다.

지금은 대규모 지하화 사업을 통해 또 다른 변화를 앞두고 있으며 공사가 마무리되면 교통 흐름은 개선되고 지상은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해 그동안의 한계가 새로운 방식으로 해소될 전망이다.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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