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들은 즐겨 먹는데…한국인이 가장 싫어한다는 채소 1위
2025-10-14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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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유의 식감과 색 때문에 거부감 심해
한국인이 가장 싫어하는 채소는 무엇일까.

인터넷 설문조사 플랫폼 패널나우가 3만 837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지가 가장 비호감 채소 1위로 꼽혔다. 보랏빛 색감, 흐물흐물한 질감, 물컹거리는 식감이 그 이유였다. 특히 찌는 방식으로 요리할 때 이러한 단점이 도드라지는데, 이는 한국에서 가지를 조리하는 전형적인 방식이다. 반면 서구권에서는 가지를 튀기거나 구워 먹는 경우가 많아 식감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
미국에서는 ‘에그플랜트 파르메산’이 대표적인 가지 요리다. 얇게 썬 가지에 빵가루를 입혀 튀기거나 구운 뒤, 토마토소스와 치즈를 얹어 다시 오븐에 굽는다. 구운 가지 요리도 대중적인데, 올리브유와 허브, 소금을 뿌려 오븐이나 그릴에 조리하는 방식이다. 김민정 미국 공인 영양사는 가지의 안토시아닌은 물에 잘 녹기 때문에 오래 삶거나 찌는 방식은 영양소 손실이 크다고 설명한다. 오일을 활용해 짧은 시간 굽거나 볶는 조리법이 더 유리하다는 조언이다.
가지는 보라색 채소를 대표하는 ‘퍼플푸드’ 중 하나로, 안토시아닌이 풍부하다. 안토시아닌은 세포 노화를 늦추고 혈관을 강화해 심혈관 질환 예방과 혈압 조절에 효과가 있는 성분이다. 가지 외에도 퍼플푸드에는 비트, 자색 고구마, 적양파, 적양배추 같은 채소와 블루베리, 포도, 푸룬 같은 과일이 포함된다.

하지만 한국인의 채소 섭취는 특정 색상에 편중돼 있다. 2017년 한국갤럽과 암웨이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은 녹색이나 흰색 채소 위주로 섭취하고, 퍼플푸드는 현저히 부족하다.
한때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한국의 채소 섭취량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2015년 OECD는 ‘보건 보고서’를 통해 한국을 채소 섭취 세계 1위 국가로 평가했다. 2000년에는 농촌경제연구원이 한국인의 1인당 연간 채소 소비량을 187.6㎏으로 발표하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서구식 식단이 확산되면서 채소 섭취량은 감소세를 보였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13년 하루 평균 채소 섭취량은 282g이었지만, 2022년에는 226g으로 줄어 10년 새 약 20% 감소했다. 이로 인해 1위 자리는 크로아티아로 넘어갔다. 2023년 미국의 투자분석 매체 인사이더 몽키가 FAO(유엔식량농업기구) 2020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 크로아티아 국민의 1인당 연간 채소 소비량은 약 330㎏으로 나타났다. 2위는 중국(329㎏), 한국은 12위(164㎏)에 그쳤다.
채소는 양뿐만 아니라 다양한 색상의 채소를 골고루 먹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암협회는 30년 넘게 ‘하루 5가지 색깔의 채소와 과일을 먹자’는 ‘파이브 어 데이(Five A Day)’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 다섯 가지 색은 빨강, 노랑, 초록, 보라, 흰색으로 분류되며, ‘컬러푸드’라 불린다.

일본과 미국의 채소 기피 순위도 한국과는 차이를 보인다. 일본에서는 셀러리가 가장 비호감 채소로 조사됐고, 그 뒤를 여주가 이었다. 미국에서는 유고브의 2023년 설문에서 비트와 케일이 가장 기피되는 채소로 꼽혔다.
한국 전통 식단은 원래 채소 중심이다. 한식 전문가들에 따르면 전통 한식의 약 70%는 채소로 구성돼 있으며, 나물, 김치, 장아찌 등 다양한 조리법이 발달해 있다. 발효장을 활용한 이들 조리법 덕분에 과거 한국은 채소 섭취 강국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현재는 다양한 색감의 채소, 특히 보라색 채소에 대한 관심과 섭취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