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개봉인데…벌써 2편 제작 확정된 초호화 캐스팅 '한국 영화'
2025-10-14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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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 '카지노'로 잘 알려진 강윤성 감독 신작
내일(15일) 극장가에 등장할 신작 한 편이 개봉 전부터 속편 제작을 예고해 화제다. 변요한, 김강우, 양세종 등 정상급 배우들이 대거 합류한 이 작품은 61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에도 시리즈물로 기획돼 2편 시나리오까지 이미 완성된 상태다.

이 영화는 '범죄도시'로 잘 알려진 강윤성 감독의 신작 '중간계'다. 영화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 이후 6년 만에 극장으로 돌아온 강 감독은 그간 '카지노', '파인: 촌뜨기들' 등 OTT 시리즈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번 작품은 AI 단편으로 주목받은 권한슬 감독과 협업해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 기술을 본격 도입한 장편 상업영화라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을 끈다.
변요한·김강우·양세종 총출동…판타지 액션의 새 시도
영화는 먼저 변요한, 김강우, 방효린, 임형준, 양세종, 이무생 등 화려한 라인업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해외에서 불법 자금을 끌어모은 젊은 재력가 재범(양세종)의 모친 장례식장을 무대로 국정원 요원 장원(변요한), 형사 민영(김강우), 여배우 설아(방효린), 방송국 PD 석태(임형준) 등이 각자의 속내를 품고 모여든다.

지난 13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공개된 이 작품은 생(生)과 사(死)의 경계 공간인 '중간계'를 무대로 펼쳐진다. 장례식장에 모인 이들이 뜻밖의 교통사고를 겪은 뒤 눈을 뜨니 저승사자들의 추적이 시작되는 설정이다. 지하철역부터 조계사, 광화문을 가로지르는 액션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AI로 만든 저승사자들…기술과 창작의 만남
이 영화의 핵심은 AI 활용이다. 십이지신의 모습을 한 저승사자들, 사천왕, 염라대왕, 해태 등 판타지 요소들이 AI로 형상화됐다. 실제 배우들의 연기와 실제 촬영 장소, 그리고 AI가 만들어낸 크리처가 하나의 화면에 어우러지는 시도가 이뤄졌다.

특히 영화 초반 차량 폭발 장면은 AI로 1~2시간 만에 완성됐다. 기존 CG 방식이었다면 4~5일이 소요됐을 작업이다. 기자간담회에서 강 감독은 "시각효과(VFX)로 처리하면 폭파 장면 하나에 4~5일이 걸리는데, AI를 활용하니 한두 시간 만에 끝났다"며 "정확한 절감액은 모르지만 시간·비용 면에서 효율이 컸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술적 완성도에서는 개선 여지가 남았다. AI 영상 특유의 제한된 색감, 실사와의 질감 차이, 크리처 동작의 부자연스러움이 일부 장면에서 포착된다. 출연 배우 변요한은 "제한된 일정과 제작비 안에서 모두가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2편 시나리오 완성"…시리즈 전략 본격화
강윤성 감독은 이날 "이미 2편 시나리오를 완성했고 시리즈형 영화로 이어갈 계획"이라고 공식화했다. 2시간 분량의 이야기를 1, 2편으로 나눠 순차 공개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AI 영화 제작에 뛰어든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드라마 '파인'을 촬영할 때 AI 영화를 보며, 앞으로 영상 산업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이어 "사전 제작 단계에서 미리 시각화 작업을 해보니, 당시엔 아직 한계가 느껴졌다. 그런데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AI 기술이 눈에 띄게 발전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기술이 등장해서, 발전 속도를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실제로 제작 과정에서 AI 기술이 급속히 진화하면서 초기 제작된 영상을 최신 버전으로 교체하며 완성도를 끌어올렸다는 후문이다.

액션과 추격, 그러나 미완의 서사
작품은 61분이라는 짧은 분량 속에 많은 인물과 액션을 담았다. 초반 20여 분간 인물 관계를 차근차근 풀어내며 배우들의 앙상블을 보여준다. 국정원과 경찰, 범죄조직까지 얽힌 재력가를 둘러싼 긴장감이 형성된다.
교통사고 이후 중간계로 넘어가면서부터는 추격전이 주를 이룬다. 저승사자들을 피해 도망치고, 정체불명의 존재와 마주치고, 건물이 무너지는 장면들이 쏟아진다. 강 감독은 "액션 추격 블록버스터로 기획했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롤러코스터를 태운다는 기분으로, 중간계의 비주얼과 스토리의 긴박감을 유지하고자 했다. 관객이 손에 땀을 쥐길 바랐다"고 의도를 밝혔다.

하지만 동일한 패턴의 추격이 반복되면서 긴장감이 다소 희석되고, 무엇보다 이야기가 완결되지 않은 채 막을 내린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설아의 영혼이 소멸되지 않은 이유 등 풀리지 않은 의문들이 2편으로 미뤄졌다.
한국 영화의 새 실험대…산업 변화 신호탄 될까
'중간계'는 일반 장편 대비 절반 수준의 상영시간에 맞춰 관람료도 8000원으로 책정됐다. CGV 단독 개봉으로 진행된다.
강 감독은 AI 기술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 전망을 내놨다. "AI는 머지않아 영화 산업 현장 곳곳에서 아주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이라며 "AI는 매우 유용한 도구이고, 영화 산업 현장에 적극적으로 사용되는 날이 머지않았다. 영상 산업이 어려운 시기에, AI가 더 많은 창작자들이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길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AI를 둘러싼 영화계의 입장은 엇갈린다. 표현의 한계를 극복할 새 도구라는 기대와 창작자의 권익을 침해하고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가 공존한다. 그럼에도 AI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국내에서도 단편 중심으로 AI 활용이 확산되는 가운데, '중간계'는 장편 상업영화로서 첫 시도라는 의미를 갖는다.
기술적 완성도와 서사적 완결성에서는 보완이 필요하지만, 제작비와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했다. 기존에는 엄두내기 어려웠던 장르 영화를 보다 수월하게 제작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평가다.
위기의 한국 영화계가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는 시점에서 '중간계'의 실험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관객의 선택과 흥행 성적, 그리고 향후 산업에 미칠 파급력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