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에서도 처방, 임산부도 복용…퍼질 대로 퍼진 '위고비'
2025-10-14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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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처방, 환자 안전을 위협한다
최근 비만치료제 ‘위고비’와 ‘삭센다’가 비만과 직접 관련 없는 진료과목에서도 처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의료계와 환자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약물 남용으로 인한 부작용 위험이 크다며 보다 엄격한 관리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위고비는 정신건강의학과, 산부인과, 비뇨기과, 안과, 치과, 진단방사선과·영상의학과 등 비만과 무관한 과목에서도 다수 처방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정신건강의학과 2453건, 산부인과 2247건, 비뇨기과 1010건, 안과 864건, 치과 586건, 진단방사선과·영상의학과 104건 등이다.

문제는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위고비 복용 후 급성췌장염, 담석증, 담낭염, 급성신부전 등 중증 이상 사례가 보고됐다. 지난해부터 올해 8월까지 급성췌장염 환자는 151명, 담석증은 560명, 담낭염 143명, 급성신부전 63명 등 총 961명이 심각한 이상반응을 경험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어린이와 임산부에게도 처방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위고비는 만 18세 미만 청소년과 어린이, 임신부, 수유부, 만 65세 이상 고령층에게는 투여가 금지된 전문의약품이다. 그러나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8월까지 만 12세 미만 어린이에게 69건, 임산부에게 194건이 처방됐다. 이와 유사하게 삭센다 역시 2021년 한 해 동안 12세 미만 어린이에게 67건, 임산부 179건이 처방된 것으로 확인됐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올해 상반기 기준 271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9% 성장하며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관련 업계는 신제품 출시와 수요 증가를 강조하지만,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처방이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비만치료제는 체중 감량에 도움을 주는 기능성 약물이지만, 누구에게나 안전하지는 않다. 위고비와 삭센다는 특히 췌장과 담낭, 신장 기능에 부담을 줄 수 있어 부작용 위험이 높다. 급성췌장염이나 담석증 등은 복통과 구토, 발열 등 증상을 동반하며, 조기 치료하지 않으면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고령층과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는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임산부와 수유부, 어린이에게는 성장과 발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의의 엄격한 판단 하에 투여해야 한다. 일부 정신건강의학과나 산부인과 등 비비만 전문 진료과에서 처방되는 사례는 이러한 위험을 간과한 사례로 해석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비만치료제를 사용할 때 반드시 ▲의사의 정확한 진단 ▲연령·체중·기저질환 고려 ▲정기적인 부작용 모니터링을 필수로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복용 중에는 급성 복통, 구토, 체중 급감, 혈당 이상 등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 또한 복용 기간과 용량은 처방대로 엄격히 지키고,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를 통한 불법 공유나 자기 판단 투약은 절대 피해야 한다.
김 의원은 “최근 새롭게 출시된 비만치료제는 통계적 안전성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원칙 없는 처방과 남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보건복지부는 안전한 투약 기준을 마련하고 의료기관에 대한 점검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만치료제는 체중 조절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 임신부 등 고위험군은 복용을 삼가고,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한 뒤 사용해야 한다. 무분별한 사용은 건강을 해칠 수 있으며, 약물 남용으로 인한 부작용 사례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돼야 할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