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방 3일 만에…미친 기세로 '넷플릭스 1위' 갈아치운 한국 드라마

2025-10-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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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방송 3일 만에 넷플릭스 1위 등극한 tvN 드라마

1990년대 후반을 배경으로 한 신작 드라마가 공개 3일 만에 넷플릭스 정상을 차지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드라마 '태풍상사' 2회 엔딩 장면 / tvN
드라마 '태풍상사' 2회 엔딩 장면 / tvN

지난 11일 첫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태풍상사'는 3일 만인 14일 넷플릭스 '오늘 대한민국의 TOP 10' 시리즈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2위 '다 이루어질지니', 3위 '내겐 너무 까칠한 매니저-비서진', 4위 '크라임씬 제로', 5위 '우리들의 발라드'를 제치고 정상을 차지한 것이다. 이어 6위 '체인소 맨', 7위 '은중과 상연', 8위 '폭군의 셰프', 9위 '스파이 패밀리', 10위 '퍼스트 레이디'가 뒤를 이었다.

시청률 역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태풍상사' 1회는 전국 유료가구 기준 5.9%, 최고 시청률 7.1%를 기록했다. 2회는 전국 평균 6.8%, 최고 7.5%까지 상승하며 올해 tvN 토일드라마 중 첫 회 시청률 최고치를 달성했다. 케이블과 종편을 통틀어 같은 시간대 1위에 올라 본격적인 흥행 가도를 예고했다.

드라마 '태풍상사' 주연배우 이준호 / tvN
드라마 '태풍상사' 주연배우 이준호 / tvN

'태풍상사'는 1997년 외환위기 속에서 무역회사 사장 자리를 물려받게 된 신입 사원 강태풍(이준호)의 분투기를 담았다.

첫 회에서는 압구정을 누비던 오렌지족 강태풍이 갑자기 세상을 떠난 아버지 강진영(성동일)이 평생 일군 기업에 사원으로 입사하는 과정이 그려졌다. 직원도, 자금도, 판매할 물건도 없는 상황에서 IMF라는 거대한 벽에 맞선 초짜 경영인의 고난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태풍상사' 스틸컷 / tvN
'태풍상사' 스틸컷 / tvN

지난 12일 방영된 2회 말미에는 강태풍이 본능적 직감과 주저 없는 행동력으로 화물트럭을 막아서는 일촉즉발 엔딩 장면이 긴장감을 증폭시켰다.

제작진은 당시 시대상을 생생하게 되살리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이나정 감독은 "그 당시의 오렌지족, 상사맨 분들을 많이 취재했다. 박물관에서까지 소품을 구해왔다. 사무실을 있는 그대로 구현하는 게 목적이었지만,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더 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당대 TV 프로그램 형식부터 무선호출기, 카세트테이프 같은 추억의 물건, 서울 지역 사투리까지 세밀하게 복원해 시청자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태풍상사' 주연배우 김민하와 이준호 / tvN
'태풍상사' 주연배우 김민하와 이준호 / tvN

여기에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져 리얼리티를 완성했다. 이준호는 브릿지 헤어스타일과 화려한 가죽 의상 등 1990년대 청춘의 모습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시대 고증을 철저히 지켰다. 오미선 역의 김민하는 말투와 눈빛까지 당시 직장인의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이준호는 사전 인터뷰에서 "희로애락을 오가는 감정의 폭이 아주 넓은 캐릭터라고 생각해 한 작품 안에서 (캐릭터의) 여러 가지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며 "당시의 '힙'(유행)과 감수성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인간적인 매력을 드러내는 데 중점을 뒀다는 그는 "누군가 힘들 때 옆에 있어 주는 좋은 형 또는 곁에 필요한 든든한 남편이자 가장 혹은 아들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연기했다. 또한 상사나 선생님으로 두고 싶을 법한 그런 사람이 강태풍이길 바랐다"고 전했다.

스페셜 방송 '첫 출근 준비'에서 이준호는 캐릭터에 대해 "태풍이는 굴하지 않고 꺾이지 않는 사람이다. 희망을 잃지 않고 꿈을 놓지 않는 순수하고 투명한 인물"이라며 "내 에너지로 주변 사람들을 동화시키는 캐릭터다. 보이기에는 강하지만 안에는 강아지 같은 면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저와 정반대지만 촬영하면서 제 안의 새로운 면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시대 배경 표현에 대해서는 "머리스타일부터 옷 스타일까지 당시 유행을 참고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 시절의 '정신'이라 생각한다. 함께 위기를 극복하고 버텨낸 순수한 마음을 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 '태풍상사' / tvN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 '태풍상사' / tvN

김민하는 오미선에 대해 "투명하고 솔직하고 사랑스럽다. 책임감이 강하면서도 엉뚱한 면이 있다"며 "저와 싱크로율은 70% 정도다. 미선이를 보면 공감도 되고 딱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제작 환경에 대해서는 "미술팀과 소품팀이 완벽하게 세팅해줘서 그 안에서 몰입할 수 있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외환위기 당시 기억을 묻자 이준호는 "그때 초등학생이었다. 금 모으기 운동에 모두가 참여하던 기억이 있다"며 "그 시절 부모님 세대의 마음을 담아 연기했다"고 답했다. 김민하는 "저는 세 살이라 놀이터에서 논 기억밖에 없다"며 웃음을 자아냈다.

작품은 가상의 성장 서사에 외환위기라는 실제 역사를 결합해 몰입도를 높였다. 성장담 자체는 평범하지만, 시대 배경과 얽힌 현실적인 전개를 각 인물의 이야기로 풀어낸다. 시대를 낭만으로 기억하는 세대에게는 그리움을, 고통으로 회상하는 세대에게는 위로를 건네는 방식이다.

이 드라마는 1990년대 후반을 낭만으로만 포장하지 않고 이면의 현실까지 조명한다. 최근 선보인 넷플릭스 '애마', 디즈니+ '파인', JTBC '백번의 추억' 등 8090년대를 다룬 작품들과 맥을 같이한다.

드라마 '태풍상사' 속 한 장면 / tvN
드라마 '태풍상사' 속 한 장면 / tvN

당시만의 특별한 감성도 놓치지 않았다. 사망한 아버지의 편지와 통장을 통해 "아버지는 너의 꿈을 응원한다, 너는 항상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다, 결과보다 중요한건 사람이다, 우리들이 꽃보다 더 향기롭고 돈보다 더 가치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 같은 상황이지만 거센 파도에 과감히 뛰어드는 오피스 청춘물로서의 낭만도 담아냈다.

시대 고증에서 합격점을 받은 만큼 외환위기의 아픔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그려낼지가 관심사다. 본격적으로 경영에 나선 강태풍이 어떤 방식으로 위기를 돌파할지, 또 오미선(김민하)과의 관계가 어떻게 진전될지도 관전 포인트다. 여기에 외환위기만큼은 아니지만 팍팍한 현실을 사는 오늘날 청춘들의 공감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이준호는 "불확실한 내일을 살아가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며 "즐겁게 또 굳세게 매일을 살아가는 모두가 '태풍상사'를 보며 울며 웃고 공감과 위로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tvN 새 드라마 '태풍상사'는 매주 토·일요일 오후 9시 10분 방송된다.

유튜브, tvN DRAMA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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